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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상대성(Relativity)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상대성(Relativity)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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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

Relativity

 

 

북극성은 지구에서 약 800광년 떨어진 거리에 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눈에 와 닿는 별빛은 800년 전인 고려 시대에 북극성을 출발한 빛이다. 만약 북극성이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된 600년쯤 전에 갑자기 폭발을 일으켜 백색왜성이 되어버렸다면 어떨까? 그래도 우리는 앞으로 200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그런 사실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사건은 일어났다고 해야 할까,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일상생활에서는 사건의 동시성이 당연시된다. 내가 건너려던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면 나는 거의 동시적으로 그 사건을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거리가 멀어지면 동시성의 개념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번개와 천둥은 동시에 치지만 천둥소리는 번개보다 몇 초 늦게 전달된다. 그래도 음파의 속도는 빛의 속도에 비할 바가 아니고, 우리는 동시성을 주로 시각적으로 경험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차이는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우주적 관점에서 본다면 엄밀히 말해 사건의 동시성이란 전무하다.

 

 

뉴턴 역학은 시간과 공간의 기준 좌표계를 바탕으로 한다. 관성의 법칙과 가속도의 법칙은 모두 물체가 어느 시간에 어느 공간만큼 이동하느냐를 기준으로 성립한다. 칸트(Immanuel Kant,1724~1804)가 시간과 공간을 감성의 형식으로 설정한 데도 뉴턴(Isaac Newton, 1642~1727)의 영향력이 컸다(아프리오리 & 아포스테리오리), 이런 시간과 공간의 개념200년 동안 아무런 문제도 없이 두루 통용되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에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의 전자기학은 전자를 가진 물체나 자석이 작용할 때 그 힘은 전자기파의 속도(=광속)로 전달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전까지의 역학에서는 힘이 전달되는 시간을 무시했으나 이제는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제 아르키메데스(Ἀρχιμήδης, BC 287~212)는 지구만큼 긴 지레를 줘도 지구를 들어올린다고 장담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동시성이 무너지면 관점의 문제가 등장한다. 비록 일상생활에서는 무시해도 좋을 차이지만 미세하게나마 관찰자가 사건의 앞쪽에 있느냐, 뒤쪽에 있느냐에 따라 사건이 전달되는 시간은 달라지게 된다. 절대적 관점이란 없다! 여기서 상대성의 개념이 나왔고, 이 개념을 바탕으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상대성이론을 구성했다.

 

 

1905년에 발표한 특수상대성이론은 광속이 불변이라는 간단한 전제에서 출발한다. “진리는 단순한 것이라고 믿었고 수학을 싫어했던 아인슈타인은 사고의 실험으로 상대성의 개념을 설명한다.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가 있다고 하자. 이 열차의 객실 바닥에 전구를 놓고 그 바로 위 천장에는 거울을 붙여 놓는다. 전구를 켜면 그 빛은 천장까지 수직으로 올라갔다가 거울에 반사되어 바닥으로 되돌아온다. 따라서 빛이 움직인 거리는 바닥에서 천장을 왕복한 거리다. 적어도 열차 안에서 보면 그렇다.

 

하지만 열차 밖에서 보면 다르다. 열차가 달리고 있기 때문에 전구의 빛은 수직이 아니라 살짝 삐딱하게 올라갔다가 삐딱하게 내려온다. 이 경우에는 빛이 이동한 거리가 열차 안에서 측정할 때보다 조금이라도 길어진다. 동일한 사건을 두고 빛이 이동한 거리가 서로 달라졌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속도는 특정한 시간 동안 물체가 이동한 거리로 계산되며, 빛의 속도는 불변이다. 또한 동일한 사건이므로 빛이 이동한 거리는 서로 같다. 그렇다면 이 사고실험이 말해주는 것은 한 가지뿐이다. 시간이 달라야 한다. 즉 열차 안에서 측정한 시간과 열차 밖에서 측정한 시간은 서로 다르다.

 

 

이렇게 해서 뉴턴 역학과 칸트 철학에서 고정된 두 개의 축으로 여겼던 시간과 공간은 하나로 뭉뚱그려진다. ‘시간+공간’, 개념을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시공간이라고 불렀다. 북극성까지의 거리가 800 광년이라는 말에는 이미 시간과 공간이 합쳐져 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E = mc²이라는 간단한 공식을 통해 질량은 곧 에너지라는 것을 밝혔고, 소량의 질량으로도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원리를 제시함으로써 핵에너지의 가능성을 열었다. 그러나 물리학을 벗어난 분야에서 특수상대성이론의 최대 성과는 바로 상대성의 개념을 확립한 데 있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1916년에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은 상대성의 개념을 더욱 강화한다. 특수상대성이론이 관점의 상대성을 증명했다면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과 가속도도 상대적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뉴턴 역학에서는 가속도가 모든 물체에 동일하다고 가정되었다그에 앞서 갈릴레이는 피사의 사탑에서 유명한 실험을 통해 이 사실을 증명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줄이 끊어진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모두가 같은 가속도 속에 있으므로 상대적인 가속을 느끼지 못한다. 바닥에 떨어져도 중력이 작용한 것인지, 가속도가 작용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쉽게 말해 엘리베이터가 떨어지는 것인지, 바닥이 솟아오르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 등가 원리와 더불어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시공간이 굴절되어 있다는 가설을 제안했다. 우주 공간에서는 천체들이 가진 중력으로 인해 시공간이 휘어 있다. 이 가설은 1919년 개기일식에서 증명되었다. 태양의 뒤편에 있어 보이지 않아야 할 별빛이 태양의 중력에 의해 휜 탓에 망원경으로 관측된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통일, 에너지와 질량의 통일, 중력과 가속도의 통일 등 상대성이론은 그 전까지 서로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되던 물리학의 요소들을 하나로 묶음으로써 과학에서의 이원론을 극복했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힘을 하나로 통일하려는 통일장 이론은 일반상대성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상대성의 개념은 전통적으로 과학 발전의 핵심적인 사고방식이었던 주관과 객관의 확실성을 해체했다. 하나의 사건이 복수의 시간 지평을 가진다는 사실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확실한 앎 또는 절대적 진리라는 것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또한 같은 시대에 후설(Edmund Husserl, 1859~1938),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 같은 철학자들도 비슷한 학설을 전개했다는 사실은 사유의 동시대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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