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구성체
Social Formation
인간은 정신과 신체의 두 측면을 가지고 있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는 사람에 따라 견해가 다르겠지만 어느 쪽이 더 기본적인지에 관해서는 누구나 견해가 일치할 것이다. 우선 신체의 생명 활동이 유지되어야만 정신 활동을 도모할 수 있다. 철학을 토론하고 예술을 음미하는 측면이 인간 본연의 모습에 더 가까울지는 몰라도 그것이 가능하려면 의식주의 기본적인 측면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 논리를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하면 사회의 경제구조가 가장 기본적이라는 관점으로 이어진다. 사회는 여러 층위의 다양한 부분으로 구성되지만 맨 밑바닥에는 경제의 층위가 있다. 물론 인간이 의식주만으로 인간답게 살 수는 없듯이 경제구조만 가지고 사회가 성립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경제구조가 있기 때문에 사회의 각 부문들이 존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제는 그 부문들이 기능하는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제가 취약하면 사회의 문화적 기능이 활성화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대다수가 절대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데 공공 재정으로 미술관을 짓는다면 한가한 짓거리로 빈축을 사기 십상이다.
경제구조의 근본적인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한 사람은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다. 그의 역사적 유물론에 의하면 사회는 생산양식을 토대(하부구조)로 하고 그 위에 상부구조가 올라서는 구조를 취한다. 생산양식은 생산력과 생산관계로 구성된다. 생산력이란 사회와 인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물질적 재화를 생산하는 능력을 뜻하며, 생산관계란 생산과정에 투입된 인간들의 관계【구체적으로는 생산수단과 생산물을 누가 소유하는가】를 가리킨다. 상부구조는 사회에 존재하는 법, 정치, 이데올로기, 문화, 예술 등 경제구조를 제외한 모든 부문을 포함한다.
사회구성체는 토대와 상부구조가 결합된 것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얼핏 생각하면 그냥 사회라는 개념과 별로 차이가 없을 듯하지만, 사회구성체는 토대가 상부구조의 성격을 규정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 뚜렷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사회구성체의 개념을 사용하면 역사상 각 사회의 발전 단계를 비교할 수 있다.
마르크스는 토대의 성격, 즉 생산양식에 따라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사회구성체를 네 단계로 구분했다.
첫째는 아시아적 단계인데, 이것은 지배계급이 원시적인 농업 공동체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피지배계급을 착취하는 사회구성체다(이 단계는 아시아에서만 발견되는 것도 아니고 아시아가 특정한 지역만을 뜻하는 말도 아니지만, 그래도 아시아 사회를 보는 마르크스의 편견이 드러나는 것이 사실이다).
둘째 고대적 단계는 계급 구성이 확연해지고 노예제에 의해 사회적 생산력이 유지되는 사회구성체다.
셋째는 봉건적 단계이며,
마지막 넷째는 자본주의적 단계다. 여기에 마르크스의 시대에 현실로 드러나지 않았던 사회주의적 단계를 덧붙일 수도 있다.
사회구성체는 상당히 추상적이고 거시적인 개념이므로 구체적인 현실에 접목시켜 활용하기는 어렵다. 마르크스가 사회구성체의 개념을 정립한 이유도 생산양식의 변화에 따라 사회가 역사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비교함으로써 사회 발전 단계를 다소 도식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1980년대 중반에 우리 사회의 진보적 학술계와 사회운동권에서는 한국 사회라는 구체적 사회체에 사회구성체의 개념을 적용해 이른바 사회구성체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이는 사회와 사회구성체를 근본적으로 혼동한 탓에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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