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주려던 사람에게 당당히 네 마디를 외친 양진
진외사지(震畏四知)
『後漢』. 楊震擧茂才, 四遷荊州刺史. 東萊太守, 當之郡, 道經昌邑. 故所擧荊州茂才王密, 爲昌邑令, 謁見. 至夜懷金十斤以遺震. 震曰: “故人知君. 君不知故人何也?” 密曰: “暮夜無知者.” 震曰: “天知神知, 我知子知, 何謂無知?” 密愧而出.
性公廉, 不受私謁, 子孫蔬食步行. 故舊或欲令爲開産業, 震不肯曰: “使後世稱爲淸白吏子孫, 以此遺之, 不亦厚乎?”震安帝時爲大尉, 爲中常侍樊豊所譖而卒.
해석
『後漢』.
후한서에 실린 이야기다.
楊震擧茂才, 四遷荊州刺史.
양진은 관리시험인 무재(茂才)【무재(茂才): 한대(漢代) 이후 관리 등용의 과목(科目) 이름. 원래 수재(秀才)라 하였는데, 후한(後漢) 때에는 광무제(光武帝)의 이름을 피하여 무재(茂才)라 하였다.】에 선발되어 네 번 영전해 형주자사(荊州刺史)가 되었다.
東萊太守, 當之郡, 道經昌邑.
동래태수가 되어 마땅히 군으로 가는데 길이 창읍을 거친다.
故所擧荊州茂才王密, 爲昌邑令, 謁見.
예전에 형주자사로 있을 때 무재란 시험제도로 천거해준 왕밀이 창읍령이 되었기에 양진을 알현했다.
至夜懷金十斤以遺震.
밤이 되어 금 십근을 품고 양진에게 주었다.
震曰: “故人知君. 君不知故人何也?”
양진이 “예전의 나는 그대를 알았는데 그대는 예전의 나를 알지 못하는 건 왜인가?”라고 말했다.
密曰: “暮夜無知者.”
왕밀이 “저문 밤이라 아는 이가 없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震曰: “天知神知, 我知子知, 何謂無知?” 密愧而出.
양진이 “하늘이 알고 귀신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아는데 모른다고 하는가?”라고 말하니, 왕밀이 부끄러워하며 나갔다.
性公廉, 不受私謁, 子孫蔬食步行.
성품이 공정하고 청렴하여 사적인 만남을 받지 않아 자손이 채소만을 먹고 걸어서 다녔다.
故舊或欲令爲開産業, 震不肯曰: “使後世稱爲淸白吏子孫, 以此遺之, 不亦厚乎?”
그러므로 친구들이 혹 살아날 길 열길 바랐지만 양진은 즐거워하지 않고 “후세에 ‘청백리의 자손’이라 일컬어지게 한다면 이것을 남겨놓는 것이 더 나은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震安帝時爲大尉, 爲中常侍樊豊所譖而卒.
양진은 안제 때 국방의 책임자 태위가 되었다가 천자의 비서관인 중사시 번풍에게 모함을 당해 숨졌다.
해설
청렴한 관리로 최고의 벼슬인 태위 자리에까지 올랐던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이다.
「진외사지(震畏四知)」에서 양진(54~124)이나 「병거삼혹(秉去三惑)」에서 양병(92~165)의 이야기는 어쩌면 관리가 당연히 지녀야 할 태도이다. 이유 없이 들어오는 금전에 대해 원칙을 고수하며 받지 않는 관리의 이야기가 왜 대서특필될까. 옛날부터 대체로 관리의 부수입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지방수령을 삼년하면 손자까지 부유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더구나 양씨 부자가 살던 시대는 대대로 천자가 어린 나이에 즉위했기 때문에 환관과 외척의 세력이 강하고 세상은 혼란스러웠다. 최고 벼슬인 삼공을 포함해서 모든 벼슬자리를 사고 팔 정도였으니 그들의 결벽증은 시대에 대한 저항 의식도 담겨 있다.
예전에는 사또의 횡포보다 무서운 것이 아전들의 횡포였고, 지주의 횡포보다 마름의 횡포가 더 무서웠다고 한다. 아랫자리이고 무보수이면서도 콩고물이 많이 떨어지는 자리에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악순환이 이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청렴하다고 하면 가난을 연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쨌든 제대로 생활할 수 있게 해줘야 자신의 소임을 다할 수 있다. 왜 공무원, 관리에게만 보통 사람보다 철저한 도덕성을 강요하는가? 그것은 그 자리가 미치는 영향 때문이지 특별히 뛰어난 사람이 앉아야 하기 때문은 아니다. 어렵고도 또 어려운 일이 금전에 관한 태도인 법이다.
자식에게 모범을 보인 아버지, 그 가치관을 이어 받은 자식 모두 받을만한 인물들이다. 가족이 모든 일이 시작이라는 공자님 말씀이 생각나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아무리 속이려 해도 ‘하늘과 귀신과 나와 상대방이 안다[天知神知, 我知子知]’는 구절이나 ‘술과 여자와 재물의 세 가지에 마음을 흔들리지 않는다[我有三不惑, 酒‧色‧財也]’는 구절은 오늘날의 공직자들에게도 변함없이 유효한 경구이다.
-『몽구』, 이한 지음, 유동환 옮김, 홍익출판사, 2008년, 59~60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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