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노동하는 인간의 어두운 미래를 담다
이 시는 서강의 광흥창(廣興倉)에서 마당에 떨어진 쌀을 수집하여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다. 여성 근로자의 한 형상을 발견하게 된다.
작품은 4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 단락에서 주인공 여자가 쌀을 쓸어 모으는 하찮은 생업으로 걱정 없이 살아간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들리는데,
다음 두 번째 단락에서 그 작업의 과정이 묘사된다. 여기서 “몽당치마 올려매고 빗자루 하나 들고서[短裳結束擁篲立]”로 주인공의 근면한 형상이 잡히고 있다.
셋째 단락에서 비로소 이 주인공은 “나이는 마흔이 넘었는데 남편 있나 자식 있나[年過四十無夫兒]” 외로운 신세임을 언급하고, 이내 그의 일상적 삶을 그린다. 외양 역시 “때에 전 검은 머리에 쌀겨 뒤집어[烏鬟垢膩米粉並]” 쓴 꼴이지만, 부지런히 일하고 단잠에 곯아떨어지는 노동하는 인간 특유의 건강한 모습이 드러난다.
마지막 단락은 주인공의 독백으로 처리된다. 그녀의 근력이 벌이는 흉년에 굶지는 않을지라도 잉여 저축(剩餘 貯蓄)이 발생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녀는 자신의 노경을 돌아보면서 자신과 같은 신세인 조운선(漕運船)에서 일하는 역부들에 대해 “그대들 자력으로 살아가는데 오래 계속하긴 어려우리[汝須自力難久給]”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전망이 어두운 편인데 앞의 「고인행(雇人行)」에서 보았던 바와는 같지 않은 것이다. 일하는 사람의 형상이라도 서로 다른 면이 있겠거니와, 「여소미행(女掃米行)」에서는 여성다운 사려를 느끼기도 한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255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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