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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하역노동자의 근면한 삶을 스케치하다
마포와 서강은 서울로 오는 전국 각처의 선박들이 닿는 곳이어서 자못 번창했던바 하역작업에 종사하던 근로자들이 상당히 많았을 것임은 물론이다. 이 시는 바로 서강의 한 하역 근로자를 잡아서 그려낸, 매우 희귀한 작품이다.
시는 주인공을 노동하는 인간으로서 형상화해내고 있다. 첫머리서 벌써 “서강나루 일꾼들 소보다 건장하여 / 두 어깨 울룩불룩 힘살이 솟아 있다[西江雇人健於牛 兩肩𡾋峗如土阜]”라고 시각적으로 그들의 특징을 드러낸다. 이 나루터의 인부들은 항상 물화(物貨)가 교역하는 현장에서 놀아 실리의 추구에도 민첩한 편이다. 곧바로 이런 성격을 보여주면서도 자신의 노동의 댓가로 살아가는 것이 이들의 생존방식이기 때문에 “근력으로 밥벌이하는데 행여 남에게 뒤질까[筋力攻食恐在後]”라고 한다. 그 특유의 정직성이다.
나이 60줄에 어깨를 쉴 날이 없는 근로자의 경력은, 등이 갈라지고 살갗이 주름진 자취를 남겼으되 현재에 낙관하며 근면한 삶에 자부심을 갖게 한다.
그리하여 길거리를 방황하는 거지들에 대해 “기껏 제 입구멍 가리키고 밥 비는 게 능사라지[道傍流丐何爲者 但能乞飯指其口]라고 저네들의 무능력하고 나태한 태도를 비난하는 소리로 시를 끝맺는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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