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앉아 회포를 적다
효좌서회(曉坐書懷)
박제가(朴齊家)
掘地得黃金 万匀空餓死
굴지득황금 만근공아사
入海採明珠 百斛換狗矢
입해채명주 백곡환구시
狗矢尙可糞 明珠其奈何
구시상가분 명주기내하
陸貨不通燕 海賈不踰倭
육화불통연 해가불수왜
譬如野中井 不汲將自渴
비여야중정 불급장자갈
安貧不在寶 生理恐日拙
안빈불재보 생리공일졸
太儉民不樂 太窶民多竊
태검민불락 태구민다절 『貞蕤閣』 二集
해석
掘地得黃金 万匀空餓死 | 땅을 파 황금 얻어 만균이어도 부질없어 아사하고 |
入海採明珠 百斛換狗矢 | 바다 들어가 명주 캐어 백곡이어도 개똥과 교환한다네. |
狗矢尙可糞 明珠其奈何 | 개똥은 오히려 비료가 될 수 있지만 명주는 어디에 쓰랴. |
陸貨不通燕 海賈不踰倭 | 육지의 재화가 연나라에 통하지 않고 바다의 물건 왜로 건너가지 못하니. |
譬如野中井 不汲將自渴 | 비유하면 마을 가운데 우물이 있지만 긷지 않아 장차 절로 마르는 것과 같다. |
安貧不在寶 生理恐日拙 | 안빈은 보물에 있지 않으니 삶의 이치가 날로 궁핍해질까 두렵다. |
太儉民不樂 太窶民多竊 | 지나치게 검소하면 백성이 즐겁지 못하고 지나치게 가난하면 백성이 절도를 많이하게 된다. 『貞蕤閣』 二集 |
해설
이 시는 새벽에 일어나 앉아서 자신의 소회(素懷)를 노래한 것으로, 이용후생학파(利用厚生學派)의 대표자인 박제가의 실학사상(實學思想)을 엿볼 수 있는 시이다.
박제가는 유통구조를 개선하여 한 지방에 편재(偏在)되어 있는 생산물을 원활하게 유통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북학의(北學議)』 「거(車)」에서, “이용하는 방법을 모르니 생산하는 방법도 모르고, 생산하는 방법을 모르니 백성은 나날이 궁핍하여지는 것이다. 대저 재물은 우물과 같다. 퍼 쓸수록 자꾸 가득차고 이용하지 않으면 말라 버린다. 그러므로 수놓은 비단을 입지 않으므로 나라 안에 비단 짜는 사람이 없어져서 여홍이 쇠하였으며, 그릇이 비뚤어지는 것을 개의치 않고 재주가 뛰어남을 일삼지 않아서 나라에 공장과 도야하는 일이 없어 기예도 사라졌다[不知所以用之 則不知所以生之 不知所以生之 則民日窮 夫財譬則井也 汲則滿 廢則渴 故不服錦繡 而國無織錦之人 則女紅衰矣 不嫌窳器 不事機巧 而國無工匠陶冶之事 則技藝亡矣].”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307~308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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