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시축에 쓰다
제승축(題僧軸)
임유후(任有後)
山擁招提石逕斜 洞天幽杳閟雲霞
居僧說我春多事 門巷朝朝掃落花 『小華詩評』
해석
山擁招提石逕斜 산옹초제석경사 | 산이 감싼 사찰로 돌길이 비껴났는데 |
洞天幽杳閟雲霞 동천유묘비운하 | 별천지【동천(洞天): 신선이 사는 곳】가 그윽하게 구름 속에 숨어 있네. |
居僧說我春多事 거승설아춘다사 | 거처하던 스님이 나에게 말하네. “봄이라 일이 많아요. |
門巷朝朝掃落花 문항조조소락화 | 아침마다 절문 앞 낙화를 쓸어야 하거든요.” 『小華詩評』 |
해설
사방 산으로 둘려, 외계(外界)와 절연(絶緣)되어 있는 별천지(別天地)! 하늘로만 트여 있는 골짜기엔 하늘로 오르내리는 통로인 양, 돌길이 비껴 있다. 이런 외딴 곳이건만 그래도 못 놓인다는 듯, 항시 구름과 놀이 동천(洞天)을 가리어, 절의 소재(所在)를 감추고 있다.
아침 저녁 낙화 쓸기에 골몰일 만큼 절은 꽃나무로 뒤덮혀 있는 선굴(仙窟)이다. 낙화 쓰는 일, 그것도 일은 일이라고, 일 많다 늘어 놓는, 거승(居僧)의, 이 즐거움에 겨운 엄살은, 정히 별유천지(別有天地)의 비인간(非人間)인가? 속인(俗人)을 약올리는 ‘용용’인가?
작자의 같은 제하(題下)의 오절 한 수인 「제승축(題僧軸)」을 아울러 감상하자.
鏟石題名石 山會笑不休 | 돌 깎아 이름을 새기렸더니 산승은 웃음을 못 멈추네. |
乾坤一泡幻 能得幾時留 | 하늘 땅도 물거품 허깨비거니 능히 몇 때나 머무를 수 있으리라고…… |
-손종섭, 『옛 시정을 더듬어』, 정신세계사, 1992년, 436~437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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