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대교를 걸어서 건너다
지금 남한강 위에 건설된 길을 건넌다. 이 길은 6번 국도가 4차선으로 변경되면서 지어졌을 것이다. 다리의 이름은 ‘용담대교’다. 절벽도로엔 남양주 방향으로 가는 차들이, 그리고 이 고가다리엔 양평으로 가는 차들이 가고 있다. 나는 오는 차들을 바라보며 이 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 다리를 올라오기 전에 ‘위협’ 어쩌고저쩌고 했는데, 막상 건너보니 ‘죽을 뻔했다고’ 너스레를 떨고 싶은데, 실상 오늘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했다~
용담대교를 도보로 건넌 소감
막상 다리에 올라서니 인도가 넓어져서 걷기에 부담이 없었고 경치도 좋지, 강바람도 상쾌하지, 이건 뭐 인공건축물이긴 하지만 국토종단의 최적지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다. 만약 이 다리를 눈앞에 두고서 괜히 겁먹고 돌아섰다면 모르긴 몰라도 오늘 여행은 최악의 여행이 될 뻔했지 뭔가. 그런 위험을 감수하며 다리를 건너게 되니, 오늘 국토종단도 잊혀지지 않을 최고의 여행이 된 셈이다. 막상 해보기도 전에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모두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떠나보면 모든 게 달라질 수 있다. 다리를 건너는 기분은 한마디로 긴장과 흥분, 시원함과 떨림의 연속이었다.
전주에 덕진공원이란 곳이 있다. 그곳 한 가운데 철제 다리가 덕진 연못을 관통하는데 그 다리는 건널 때마다 흔들린다. 처음 건너는 사람들은 떨어질까 무서워서 다리 난간을 붙잡고 갈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용담대교를 건너는 느낌은 딱 그 기분의 확장판이었다. 덕진공원의 다리처럼 내가 펄쩍 뛴다고 흔들리는 건 아니지만, 강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니 다리가 그 바람에 따라 흔들거리는 거다. 그 바람을 맞서며 걷는 기분은 정말 짱이었다. 내 몸이 흔들릴 정도로 세차게 불어 서늘하긴 했지만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십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느낌이랄까.
또한 차들이 지나갈 때면 교량과 교량 사이의 연결부분이 덜컹거리며 울린다. 순간적으로 내 몸이 떴다가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꼭 롤러코스터가 높이 올랐다가 순식간에 내리막길로 내려꽂히는 듯한 오싹함 같다. 거기에 경치는 또 얼마나 좋다고~ 다리 밑에 유유히 남한강이 흐르고 왼쪽엔 남한강이 빚어낸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다. 녹색과 파란색의 조화는 가슴까지 확 뚫어주던 걸.
이런저런 생소한 경험들을 맘껏 하면서 1시간 가까이 걸으니 용담대교의 끝이 보이더라. 정말 제대로 된 국토종단을 하는 것 같다. ‘속이 다 씨언하다~’
우연에 따라 경로를 변경하다
용담대교를 다 건너고 땅으로 내려오자, 자동차들의 ‘죽음의 질주’는 다시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선 고민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오늘 여행의 즐거움은 다 맛보았으니, 이제 자동차의 소음에서 멀리 떨어져 자연을 벗 삼아 걷는 것도 좋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경로를 급히 변경했다. 양수리로 꺾어 들어가 북한강을 따라 걷는 것이다. 포천에서 보기로 한 친구를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건 아쉽지만, 나의 이런 고민의 흔적들을 친구도 이해해줄 거라 믿는다.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이고 어떤 선택 뒤엔 그에 따른 새로운 변화들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과연 이렇게 급히 변경한 경로 위엔 어떤 변화들이 찾아올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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