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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09년 국토종단 - 98. 공동으로 생활할 땐 나의 생활리듬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화천⇒양구](09.05.18)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98. 공동으로 생활할 땐 나의 생활리듬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화천⇒양구](09.05.18)

건방진방랑자 2021. 2. 1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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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으로 생활할 땐 나의 생활리듬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방 하나를 차지하고서 자고 있었다(원래는 31). 그런데 잠이 들려 하는 순간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라. 난 그냥 이불과 베개만 가져가려는 줄 알았는데 이 방에서 취침하시려는 분이었다. 갑자기 환하게 불이 켜져 잠을 깼다. 피곤한 데도 자지 못하게 하니 이건 완전 극기훈련 같은 느낌이다. 그 후로 계속 뒤척였다. 그러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잤다.

 

 

▲ 기도원에서 처음 자고 양구로 출발하는 일정이다.

 

 

 

6년 만에 다시 하는 군대체험?

 

무슨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 꿈에서 갑자기 사위(四圍)가 환해지는 거다. 혹 짙은 어둠 속에 있다가 갑자기 스포트라이트가 터지며 환해지듯이 말이다.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라도 됐나~ 너무 환해서 무의식중에 눈을 가렸다. 그런데 그 상황이 꿈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더라. 대략 난감이다ㅡㅡ;; 무슨 일일까?

일어나 눈을 비비며 상황을 살펴보니 새벽에 같이 잤던 아저씨께서 새벽기도에 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계신 거였다. 잘 자고 있다가 갑자기 주위가 환해지며 뒤척일 새도 없이 잠에서 깨어나는 상황은 군생활 이후로 처음인 거 같다. 특히 GOP에 있을 때 이런 상황은 수시로 경험해야 했다. 비번이라 합동 투입 이후 전반야 투입 때부터 편안하게 자고 있는데 전반야 근무가 끝나고 후반야 근무조가 투입될 때 내무반엔 환하게 불이 켜진다. 그러면 비번을 제외한 후반야 근무조에 편성된 인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전투복으로 갈아입으려 부산히 움직인다. 초반엔 그런 상황조차 익숙하지 못해 잘 자다가 그 시간이 되면 환해진 불빛과 부산히 움직이는 소리에 잠이 완전히 깨곤 했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게 되자 오히려 그 상황을 즐기며 난 비번이지롱하는 행복의 함성을 내지르게 되더라. 군대를 제대한 지 어언 6년 만에 그와 같은 상황을 다시 경험하게 되니 피곤할뿐더러, 그 당시의 악몽이 매우 선명하게 느껴지더라.

 

 

▲ GOP에서 근무하면 밤새 철책을 경계하는 근무를 서야 한다. 훈련이 없는 대신 날마다 경계근무다.

 

 

 

힘들 때마다 기도원을 찾던 아저씨

 

나도 가야 하는 줄만 알고 벌떡 일어나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짐을 챙겨서 내려가 (숙소와 기도원이 꽤 떨어져 있다) 기도하고 아침을 먹고 바로 떠날 생각이었다. 짐을 싸는 나를 보더니 아저씨가 물으신다. 어제저녁에 얼핏 국토종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으니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이다

 

아저씨: 교회 다녀요?

건빵: 안 다녀요.

아저씨: 그럼 어디까지 걸어가는 거예요?

건빵: 고성 통일전망대 까지요.

아저씨: 거의 다 왔네요. 그런데 교회에도 안 다닌다면서 왜 벌써부터 짐을 싸고 그래요? 새벽 기도는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니까 더 자세요.

건빵: 아침에 나갈 땐 어떻게 나가야 하는 거죠?

아저씨: 새벽기도가 끝나면 사람들이 씻으러 올라오거든요. 그리고 7시쯤에 밥 먹으러 가는 사람들을 태우고 내려가는 차가 있으니까. 그걸 타면 되요.

 

그런 말을 듣고 나니 긴장이 순식간에 풀리면서 피곤이 밀려오더라.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과 잠을 자야 했던 순간이 꼭 꿈인 것만 같다. 숙소에서 잠을 자던 분들은 다 가셨는지 시끌벅적하다가 조용해졌다. 잠은 오지 않지만 그냥 누워있었다.

아저씨가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오셨다. 그제야 나도 일어나 씻으러 갔다. 다 씻고 왔더니 아저씨도 씻고 오셨더라. 그때 잠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었다. 궁금한 것을 집중적으로 물어봤다. 자세한 내막을 알 순 없었지만, 뭔가 답답한 일이 있을 때 기도원에 오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분에게 기도는 위안이고 피난처였던 거다. 하긴 신앙을 가진 이들에게 신앙은 그런 거겠지.

 

 

▲ 처음으로 기도원에서 자봤다. 간접경험이지만 나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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