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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09년 국토종단 - 97. 기도원에서 하룻밤 묵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97. 기도원에서 하룻밤 묵다

건방진방랑자 2021. 2. 1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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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원에서 하룻밤 묵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휴게소가 보이더라. 산길이 어느새 끝난 거다. 내려와서 오음양구가 갈라지던 길에 교회와 같이 붙어 있는 기도원이 보인다. 기도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있기에 지나칠까도 했지만 얼마나 더 걸어야 할지 모르기(나중에 확인해보니, 거기서 무작정 갔으면 밤새도록 걸을 뻔했다. 교회는커녕 면소재지 마을도 근처에는 없었기 때문)에 부탁은 해보기로 했다.

 

 

▲ 조금 걸으니, 아주 눈에 잘 띄게 기도원이 보이더라. 안 좋은 이미지 때문에 고민했지만, 마음을 먹고 들어갔다.

 

 

 

첫 기도원 체험기, 다행히도 광신은 아니었다

 

쭈뼛쭈뼛 들어서니 남성분들이 모여 있더라. 그곳에 가서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식당 안에 원장님이 있으니 그리로 가보라고 하시더라. 식당 조리실엔 여성분들이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원장님으로 추정되는 분(다른 분들과 이야기 하면서 혼자 반말을 하고 계셨기에 그렇게 짐작할 수 있었음)은 가만히 서서 이야기를 하고 계시더라. 원장님은 여자분이셨는데 내가 말을 꺼내자 날 평소부터 알던 사람인 양 반말을 하시며 대뜸 밥 먹었냐?”고 물으신다. 그 말속엔 자도 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마도 기도원엔 낯선 사람이 자주 찾아오니 이런 반응이 자연스러운 것이겠지.

몇 가지 남아있는 반찬으로 밥을 먹었다. 원장님은 나에게 저녁 예배에 참여하란다. 그 예배가 끝나면 숙소까지 가는 버스가 운행되니 그걸 타고 가라고 덧붙이시더라. 솔직히 저녁 예배를 드리고 싶진 않았다. TV에서 간혹 보던 광란의 광경을 직접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이런저런 체험 다 하고 싶다고도 했고 교회에도 다녀봤지만, 그런 광경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잠을 자려면 참여할 수밖에 없는 것을.

막상 예배에 들어가니 다행히도 일반 교회의 예배와 다르지 않더라. 이곳은 여러 교회 목사님이 돌아가면서 설교를 하시나 보다. 그곳엔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분들은 왜 이곳까지 오게 된 걸까? 예배가 끝났는데 한참이나 기도시간이 이어졌다. 방언과 통성기도가 방안 가득 울려 퍼진다. 기도 속에 절박한 무언가가 느껴지는 듯했다.

 

 

▲ 오음리에 접어 들었다.

 

 

 

무서운 기독교(?), 상식에서 벗어난 기독교(?)

 

예배를 마치고 숙소로 왔다. 숙소는 산 중턱에 만들어져 있었다. 조립식으로 만들어져 있고 집 모양새만 갖췄을 뿐이다. 남녀방이 나누어져 있고 남자 숙소에 들어가니 방이 5~6개 정도 있더라.

나에게 방 하나를 배정해주셨다. 이불도 있고 온기도 남아있어 꼭 여관 같은 분위기다. 한 방을 차지하고 잘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좋다. 이분들은 10시에 기도회를 가야한다고 하시던데 난 그냥 자기로 했다.

이렇게 교회란 곳을 찾아다니며 느끼는 거지만 난 앞으로 교회에 다시 다니긴 힘들 것 같다. ‘광기, 맹목적 신앙, 기복적 신앙이게 기독교의 본질이 아닐 텐데도 한국 교회는 이런 모습으로 흐르는 것만 같아 매우 아쉽다. 교회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게 사실이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교회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커진다. 단지 나도 그렇게 베풀고 함께 고민하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 그런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더 큰 그릇이 되어야지~

 

 

 

오음에 대한 생각

 

이곳으로 오는 길에 보니 오음리(梧陰里: 버드나무 그늘진 고을)라는 곳이 있었다. 한자를 확인할 길이 없어 지명을 보는 순간 스쳐 갔던 생각들을 정리해본다.

오음이라고 하면 우선 동양식 음계인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가 떠오른다. 이건 뭐 길게 생각할 것도 없는 자동적인 반응이다.

그 다음엔 뭐가 있을까? 한참 생각하다가 오성(鰲城)인 이항복(李恒福)과 한음(漢陰)인 이덕형(李德馨)’의 맨 앞 글자와 맨 뒷 글자를 따서 만든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마을엔 오성과 한음이 살았다는 뜻도 될 수 있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마음이 여유로워지니 마을이름만 보고서도 생각의 나래를 펼쳐본다. 참 한적한 일요일이다^^

 

 

▲ 산을 넘고 오는 길에 이정표에 오음리라는 명칭이 보였다. 그걸 보고서 여러 생각을 해봤다.

 

 

 

지출내역

 

내용

수입

지출

목사님이 줌

50.000

 

헌금

 

1.000

엄마손파이

 

4.000

총합

+45.000

 

 

인용

목차

사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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