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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09년 국토종단 - 99. 기독교를 떠난 이유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99. 기독교를 떠난 이유

건방진방랑자 2021. 2. 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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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떠난 이유

 

 

아침을 먹고 떠나려하니 원장님은 안수기도를 해주시더라. 그때 기도원에 중책을 맡고 계시던 분이 내가 예수를 안 믿는다는 걸 알고 젊을 때는 뭐든 자기 힘으로 다할 수 있을 것만 같아 그렇게 많이들 떠나지. 하지만 삶이란 그런 게 아니야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덧붙여 말씀하시길 어떻든 예수를 믿으세요!”라고 하시더라.

 

 

▲ 기도원을 떠나려 할 때 한 마디 해준 말이 생각을 정리하게 했다.

 

 

 

폐 끼치지 않는다라는 관념으로 믿다

 

나의 힘을 과신하였기에 종교를 떠났다고 생각하셨나 보다. 물론 한때는 타오르는 열정으로, 나의 의지로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예수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땐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그렇게 어색하고 자신이 그렇게 무능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에게 의지하기보다 신에게 의지했던 거다. 그때 내가 주로 쓰던 말은 너에게 폐 끼치지 않을게~였다. 얼마나 내가 사람관계에 자신이 없었는지 그 말을 통해 여실히 알 수 있다.

어떻게 사람 간의 관계를 서로 도와주고 도움받는 관계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폐를 끼치고 안 끼치는 관계로 인식할 수 있는 건지? 그렇게 사람들과의 관계에 자신이 없다 보니 더 기독교에 의지하게 되었고 내 맘속에 신의 자리가 커진 만큼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은 작아져만 갔다. 신은 내가 일방적으로 믿기만 하면 되지만 사람은 내가 일방적으로 믿고 잘해줘도 배신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 신만큼 믿기 쉽고 의지하기 쉬운 존재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기독교에 의지하면 할수록 더 깊은 회의감만 커졌다. 신에게만 의지하려 했던 것 자체가 내 삶에 제대로 직면하지 못하는 회피였고 일방적인 믿음은 유아적인 환상에 불과했다. 점차 사람들과 담만 쌓아가며 스스로 고립되어 갔던 거다.

 

 

 

서로 돕고 도움 받는다라는 관념으로 바뀌다

 

하지만 살다 보니 나 혼자만 살 순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순간에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도움은 늘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그걸 망각하거나 나 잘난 맛에 살아왔노라고 착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 내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주위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말이다. 내가 기독교를 떠났다고 한다면 그건 나 잘난 맛에, 나 혼자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떠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나를 알기 위해 떠났다고 하는 편이 맞을 거다.

이번 여행을 통해 이런 깨달음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내가 여행을 떠난 건 나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가족의 도움, 곳곳에서 만났던 친구들의 조언, 응원해주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다. 이번 여행을 잘 마친다면, 그건 나의 대단함 때문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도움 때문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민폐 어쩌고저쩌고하는 말은 집어치우고 이런 식으로 주고받으면서 살아온 나의 삶을 인정하려 한다. 앞으로의 나의 삶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게 될 것이라면, 나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야 할 것이다. 나에게 신을 믿으라고 조언해줬던 그분의 말씀처럼 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한다는 점에선 같으나 감사의 대상을 신으로 보느냐, 도움을 준 사람들로 보느냐만 다를 뿐이다. 난 기도원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길을 나섰다.

 

 

▲ 그래도 낯선 이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잘 수 있게 해주는 기도원의 열린 풍토는 맘에 든다.

 

 

 

518일에 5.18정신으로 국토종단의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다

 

오늘은 5.18이다. 4.19에 시작된 여행5.18이란 중간 지점을 통과하고 있는 거다.

29년 전 한 사람의 정권 야욕(‘하나회라는 한 단체라고 해야 하려나)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그런데도 현재의 우린 그 아픈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나 보다. 어느 지역에선 일해공원을 만든다고 난리고 어느 정치인은 세배를 드리러 가기도 하며 어느 대통령을 원로로 대우하며 정치적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5.18은 어느덧 그렇게 무관심해지고 그냥 하나의 기념일 정도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바로 이런 어이없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다시는 그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 깨어 있어야 한다. 오늘은 깨어 있는 5.18 정신으로 이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 아픔을 기억한 채 그분들의 정신을 이어 나의 길을 힘차게 나가보자.

 

 

▲ 사필귀정이란 말이 있다. 과연 그렇기만 한가? 역사는 해석의 싸움일 뿐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사필귀악'일 수도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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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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