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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1년 사람여행 - 17. 힘듦이란 통과의례를 지나가며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17. 힘듦이란 통과의례를 지나가며

건방진방랑자 2021. 2. 1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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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듦이란 통과의례를 지나가며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하시려나?’라는 기대로 교회로 돌아왔다. 롯데리아를 지나치는데 새우버거를 할인해서 2천원에 먹을 수 있다는 광고판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교회에 들어가면 저녁을 주실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사진 않았지만, 배가 고팠기에 자연히 눈이 그리로 간 것이다. ‘저녁을 주지 않으실 수도 있으니, 저걸 사가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유혹을 뿌리치고 교회로 왔다.

 

 

▲ 이제 시작인 여행이라 순조로울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뭔 일이 있었기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교회 복도에 놓인 커피 한 잔을 타서 마시며 목사님께 잘 다녀왔노라고 인사했다. 목사님은 으레적인 온화한 미소로 맞아주신다. 그때만 해도 모든 게 잘 되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섰다 생각 되는 순간 넘어질까 조심하라고 했듯이, 상황은 언제고 유동적인 법이다. 애초에 우연에 몸을 맡기려 여행을 떠난 것인데, 우연은 비수처럼 모든 게 완벽하게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찾아들었다. ‘인생이 그댈 속일지라도 화내진 말라. 그것마저도 추억일 테니.’라고 혼자 중얼거리고 싶었지만, 그 순간엔 기가 막혀 그러지 못했다.

목사님은 잘 것을 허락했지만, 사모님은 낯선 이를 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셨나 보다. 그래서 사모님은 나를 보자마자, 도무지 낯선 사람을 들일 수 없다며 다른 교회를 알아보라고 내쏘신 것이다. 완벽하게 급반전된 상황에 할 말을 잃었다. 사모님은 1층에서 유아원을 운영하는데, 낯선 사람이 위에 있으면 아이들과 여자 선생님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를 대셨다. 더욱이 목사님이 잠시 후에 밖에 나갔다 와야 하는데 낯선 남정네가 있으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좀 황당한 이유였기에 나름대로 목사님이 안 계시는 동안 낯선 사람이 있는 게 신경 쓰인다면, 목사님을 따라 가거나, 밖에 나가 있다가 목사님 돌아오실 시간에 맞춰 들어오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목사님은 그 말에 흔쾌히 승낙해 주셨지만, 사모님은 조금도 흔들리는 기색 없이 단호하게 아무리 그래도 그럴 수 없으니 다른 곳을 알아보세요라고 말씀하시더라.

그제야 사모님의 의중이 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애초부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자 하지도 않았으며, 자신의 공간에 낯선 사람을 들일 의향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이런저런 이유를 대셨지만, 그것은 모두 핑계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그런 상황인 줄도 모르고 주저리주저리 아쉬운 소리나 하고 있었으니, 내 꼴이 얼마나 웃겼을까.

목사님보다 사모님의 파워가 더 센 곳이었기에 여기서 물러서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이미 시간은 630분이 넘었다.

교회를 나와 어둠이 짙게 깔린 거리를 무작정 내달린다. 교회의 빨간 십자가가 보이기만 하면 무작정 다가가 본다. 그런데 이미 교회들은 문이 굳게 닫혀 있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어쩔 수도 없다. 지금은 내 코가 석자이기 때문이다. 결국 교회는 포기하고 찜질방을 물어 찾아왔고, 그제야 늦은 저녁을 먹었다.

 

 

▲ 늦은 밤에 물어물어 찜질방에 의탁할 수밖에 없었다. 기분은 정말 최악이다.

 

 

 

힘듦은 통과의례다

 

씻고 여행기를 정리하고 있으니 목사님께 문자가 오더라. 목사님은 줄곧 잘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해주셨다. 그런 마음과 이렇게까지 챙겨주신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목사님과 김해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경상도 사나이의 이야기도 듣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실질적인 여행 첫날, 뜻밖의 상황을 만나 참 힘들었다. 그런데 불난 집에 부채질이라도 하듯이, 어머니는 일본 방사능 유출로 상황이 심상치 않다며 여기서 계획을 접고 빨리 돌아오라며 화를 내신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여행이란 생각이 갑자기 들자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원하는 삶을 살고, 원하는 인생을 꿈꾼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하는 좌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 다 각오했던 것이지 않은가. 각오했으면 마음 다잡고 더욱 당당히 나갈 뿐이다. 힘듦이야말로 통과 의례이지 않을까. (22:20)

 

 

 

지출내역

 

내용

금액

귀마개+다이제

3.000

김밥+라면

3.000

돈가스

4.000

찜질방

7.000

일일 총합

17.000

총 지출

46.500

 

 

 

인용

목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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