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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1년 사람여행 - 36. 행복한 식사의 조건[포항 신광⇒영덕 삼사면](11.04.06.수)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36. 행복한 식사의 조건[포항 신광⇒영덕 삼사면](11.04.06.수)

건방진방랑자 2021. 2. 1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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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사의 조건

 

 

아침에 사모님이 밥을 가져다주셨다. 역시나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신다. 밥을 먹고 설거지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나왔다. 목사님께 인사하고 가려 했으나 도저히 문을 열고 잘 가겠다고 인사할 수가 없더라.

그래서 주보에 적혀 있는 목사님 핸드폰 번호로 감사하다고 전주에 오시거든 꼭 연락 주시라고 문자를 보냈다. 역시나 감감무소식이다.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가는 게 예의 없는 건 맞지만, 이런 식으로 마지막까지 모른 채 하는 것도 좀 그렇더라.

 

 

▲ 포항 신광⇒영덕 삼 사면

 

 

 

2년 만에 동해와 재회한다

 

오늘은 드디어 7번 국도를 타게 되는 날이다. 7번 국도는 동해의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졌기에 동해를 보며 걸을 수 있을 거라 잔뜩 기대했다. 경치도 당연히 좋을 뿐만 아니라, 시원한 바닷바람까지 불어와 걷기에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 포항의 자랑?

 

 

동해는 국토종단 때 마지막 코스로 보았던 곳이다. 청명한 물빛, 그리고 시원한 바닷바람과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여행 막바지라서 들뜬 기분 탓에 그랬을지 모르지만, 동해의 절경이 그간의 고생을 충분히 위로해 주는 듯했고 서해바다에 비해 더욱 청명하고 장엄해 보였다.

이러한 추억이 담긴 동해를 2년 만에 다시 보게 되게 된다. 재회의 기쁨은 얼마나 감동적일까, 빨리 보고 싶다.

 

 

▲ 저수지에서 찰칵.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살기 위해 먹는 점심이 아닌 즐기기 위해 먹는 점심

 

7번 국도로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걸었다. 빨리 걸으면 오전 중에도 갈 수 있으려니 했는데, 생각보다 멀더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중간 지점에서 점심을 먹어야 했다. 마침 청하면사무소가 있는 곳을 지나고 있었기에 간단히 먹으려 맥주와 과자를 샀다.

막상 그늘진 장소를 찾아보니, 마땅한 장소가 없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풀밭에 신문지를 깔고 앉았다. 한낮이라 뜨거웠지만, 맥주 한 모금은 그 더위마저 한 번에 날릴 정도로 시원했다. 간단히 먹는 음식이지만, 시간이 되어 때우기 위해 먹는 점심이 아니라 먹고 싶던 것들을 먹기 때문인지 그 어느 순간보다도 즐거웠다.

여행을 떠나기 전엔 임용을 준비하던 고시생이었다. 그때의 점심이나 저녁은 그 맛과 흥취에 상관없이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먹어야만 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때론 드래곤볼에 나오는 선두라는 열매처럼 간단하게 한 알을 먹으면 영양분 보충까지 될 수 있는 음식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음식이란 게 그저 때우기 위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음식을 먹는 재미도 있는 것이며, 음식맛을 보는 과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음식을 먹는 건 어디까지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지만, 문화가 생기고 맛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음식을 먹는 건 즐거움이 되었다. 더 이상 먹어야 하기에, 또는 때워야 하기에 먹는 순간은 지난 것이다. 그렇다면 음식을 먹는 시간이라 하여 아까워하거나, 때우기 위해 아무거나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날의 점심은 조촐했지만 그때의 행복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듯이, 행복이란 양도 질도 아닌, 자신이 누리고자 하는 것을 충실히 누릴 때 찾아온다.

 

 

▲ 조촐하지만 오히려 만족감은 더욱 컸던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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