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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1년 사람여행 - 38. 해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어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38. 해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어

건방진방랑자 2021. 2. 1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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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어

 

 

5시 정도에 번듯한 교회가 보여 그곳으로 들어갔다. 교회 근처에 도착하니 사모님 같은 분이 보이기에 목사님 좀 뵐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자기에게 이야기하라신다.

 

 

 

이해하는 척이란 폭력!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난처해하시며 교회에 화장실이 없어서 많이 불편할 거예요라고 대답해주시더라. 핑계인 게 분명했기에 나도 물러서지 않았고 옆에 야산이 있으니 저기서 볼일을 해결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라고 말을 하며 자게 해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그랬더니 예의 선한 미소를 띠셨지만 안 된다고 한큐에 거절하셨다.

바로 이게 본론이자 결론이고, 교회에 화장실이 없다는 얘긴 거짓말이거나 단순히 둘러대는 말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교회에 화장실이 없을 수 있겠는가? 일요일에 예배드릴 때 신자들은 어느 곳에서 볼일을 본다는 얘긴가?

그러면서 여기서 영덕읍내가 멀지 않으니 그리로 가보세요라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말씀을 하신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이곳에 오면서 안내판을 보니 영덕까지는 ‘13Km’라고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곧 앞으로 3시간 이상을 걸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 상황을 이야기하니깐, 오히려 어이 없으시다는 듯 여기서 차 타고 가면 10분이면 가는데 무슨 소리예요?”라며 말씀하신다.

이미 시간은 5시가 넘었고, 몸은 지쳐있었는데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진을 빼고 있었다. 사모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했지만, 사모님은 전혀 굽히지 않았다. 자신이 다녀본 감각으로만 판단하고 있었으며 읍내에선 잘 곳을 구하기도 쉬울 거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셨다. 자게 해줄 의사가 없다는 것에 마음은 접었지만, 해보지도 않고 안다는 듯 말하는 억지주장엔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 이쯤 되면 썩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기는 수밖에 없다.

이런 분들에게 해봤어요? 해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어!”라고 한마디 하고 싶다. 이해하는 척, 위해주는 척, 던진 한마디 말에 그런 상황에 있는 사람은 상처를 입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누가 보면 사모님은 곱게 커서 한 번도 걸어 다녀 본 적이 없는 줄 알겠다. 이해해주는 척하며 말하는 게, 때론 욕설과 같은 언어폭력과 진배가 없을 때가 있다.

 

 

▲ 7번 국도를 따라 가는 길에 개나리가 피었더라. 시끄러운 도로지만 그래도 기분좋게 사진을 찍었다.

 

 

 

삼사에서 잠자리를 구하다

 

당연히 마음이 급해졌다. 여기는 특이하게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는 중간중간에 마을이 있다. 해수욕장에 따라 민가가 있는 것이리라. 그렇다고 마을로 무작정 들어갈 순 없었다. 교회가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기 때문이다.

국도를 따라 전속력으로 걸어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은 더 불안해진다. 얼마쯤 가니, 삼사해수욕장을 알리는 팻말이 나오더라. 높이 솟은 모텔도 보인다. 교회 십자가가 저 멀리 보였기에 그 십자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교회에는 수요예배를 드리러 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더라. 마을 규모와 맞지 않게 교회는 엄청 컸다.

교회 앞에서 어떤 분이 보이기에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교회에서는 잘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하시며, 이런저런 것을 물으신다. 성심껏 대답했더니, 그분도 자기를 장로라고 소개해주셨다. 장로님이 교회에 다니는 청년을 소개해주겠다고 하시며 따라오란다.

그래서 그분을 따라 어느 민가에 도착했다. 장로님이 부르자 문을 열며 어떤 분이 나오신다. 장로님이 데려갈 때만 해도 어느 젊은 부부의 집에 신세 질 수 있도록 해주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런 기대와는 달리 어떤 남자분만 나오더라. 그분에게 장로님은 자초지종을 이야기했고 그곳에서 자게 되었다.

 

 

▲ 몸도 마음도 지쳤지만, 힘들지 않게 잘 곳을 구하게 되어 다행이다.

 

 

인용

목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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