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를 보러 7번 국도를 걷다가 물고기 사체만 본 사연
신기하게도 지방도가 끝나고 7번 국도에 들어서자마자 저 멀찍이 바다가 보였다. 지금은 비록 저 멀리 있지만 이 길을 따라 가다보면 바다를 옆에 두고 걸을 때도 있을 것이다.
현실과 이상, 그 사이에서 드디어 최종 경로를 정하다
그런데 하나 간과한 게 있었다. 국도의 살벌함이랄까. 차들이 많기도 했지만 속도도 장난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여긴 인도가 넓어 차를 피해 다닐 필요는 없지만 뻥뻥 뚫린 4차선 도로에는 차가 전속력으로 달려 온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7번 국도를 빨리 걷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빨리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이래서 사람 마음은 간사하다고 하는 거겠지.
이 길을 따라 속초까지 갔다가는 스트레스 때문에 제 명에 못 살 것 같았다. 어차피 속초까지 가려 했던 이유는 동해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덕에서 보는 동해의 광경이 동해, 양양, 속초라 해서 달라지진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지역적인 차이는 분명히 있겠지만, 내가 그런 것까지 볼 수 있는 안목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욕심내지 않고 한적한 길로 가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영덕을 경유해서 바로 영월로 가기로 정한 것이다.
하나씩 하나씩 현실을 대하며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뀐다. 이게 의지박약인지, 현실순응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단지 모든 결정의 중심은 ‘즐거운 여행을 하자’는 단순한 모토가 있다.
7번 국도엔 물고기들이 있다
영덕에서 포항 방향으로 가는 하행선 7번 국도엔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건 도로변에 차량에 눌린 물고기들이 계속 보인다는 것이다. 바로 옆이 바다라 해도 바다와 맞닿아 있지 않고 해수욕장이 있고, 방파제가 있어서 바닷물이 도로로 침범하진 않을 것이다. 즉, 동해에서 물고기들이 뛰어올라 도로로 들어왔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고기를 운반하던 차에서 떨어진 것일까? 그건 무엇보다 운반하는 차들이 문단속을 잘하고 가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뿐더러, 올라가는 도로 곳곳에 물고기 사체가 있었다는 점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물고기가 튀어 오른 것도 아니고, 물고기를 운반하는 차량에서도 떨어진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이 수많은 도로 위 물고기 사체는 어디서 온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물고기가 바다에서부터 튀어 올라 이곳까지 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최근에 비가 많이 오거나 파도가 높이 몰아친 나머지 그 속에 있던 물고기들이 여기까지 왔을 터다. 어찌 되었든 이 도로에 떨어진 물고기는 원치 않게 자신의 삶터를 떠나 죽을 수밖에 없었던 거다. 바다 바로 옆에 있는 도로이다 보니 물고기에겐 이런 불상사도 생기는 구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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