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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1년 사람여행 - 35. 사람 간에 보이지 않는 선을 확인하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35. 사람 간에 보이지 않는 선을 확인하다

건방진방랑자 2021. 2. 1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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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간에 보이지 않는 선을 확인하다

 

 

오늘 걸은 길은 구() 68번 지방도였다. 한적한 시골 풍경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생각지도 않았는데 여긴 인도가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더라. 그래서 차가 올 땐 가던 길을 멈추고 길 가에 다소곳이 서 있어야 했다. 활개 치고 다닐 수 없으니, 이건 도보여행을 온 건지 차를 피하는 연습을 하러 온 건지 헛갈릴 정도였다.

 

 

▲ 피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다. 차가 올 때면 길가로 뛰어올라야 한다.

 

 

 

68번 지방도엔 인도가 없어라

 

큰 차의 사이드 밀러에 치일 뻔한 뒤로, 차가 올 때마다 길가에 바짝 붙어 있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길 가는 풀밭이다. 그것도 도로보다 2Cm 정도 솟아 있다. 차가 올 때는 그곳으로 올라가 피하고 안 오면 내려와 걷고, 그렇게 반복하며 걸으니 어찌나 힘들던지. 보통 때보다 두 세배 체력소모가 더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도로는 아예 피할 곳조차 없다는 것이었다. 도로 바로 옆에 벽이 가로막혀 피할 곳이 없거나, 농지가 길가 옆에 있어 고랑으로 내려가야 하는 식으로 인도가 없는 길은 처음이다. 이런 곳을 지날 때면 어쩔 수 없이 반대방향에서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확인해야 했다. 반대방향에서 차가 안 오면 앞에서 오는 차가 중앙선을 넘어 날 피해 가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방향에서 동시에 차가 올 땐 도저히 방법이 없기에 걷는 걸 멈추고 최대한 벽에 몸을 밀착시켜야 했다. 벽과 하나가 된다는 생각으로 빈틈없이 붙어 있어야만 교통사고가 나지 않는다. 그럴 때 내 모습을 직접 볼 순 없지만 차 운전자 입장에선 얼마나 가관일까. 좀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 꼴이라니 말이다. 만에 하나 운전자가 실수라도 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 이런 길도 있다. 길 오른쪽엔 가드레일이, 왼쪽엔 벽이 설치되어 있는 길이다. 이 길은 절대 사람이 걸을 수 없은 길이다. 차가 양방향에서 오지 않는 틈을 타서 달려 지났다.

 

 

 

경로를 다시 바꾸다

 

경로를 다시 수정하기로 했다. 저번 주 목요일에 두 가지 안을 냈었는데 언제부턴가 두 번째 안으로 맘을 정했었다.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 서해안을 타고 집으로 걸어서 복귀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문제가 조금 있다. 속초까지 올라가 서해안으로 넘어가려 했는데, 그럴 경우 영월을 경유해서 가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시간이 많으니 문제될 건 없지만 영월을 들렸다가 갈 경우 한참을 돌아가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로를 수정하기로 했다. 동해시까지 올라가 영월을 거쳐 서해안 쪽으로 빠지는 것으로 말이다.

 

 

▲ 구68번 지방도는 철도와 마주쳤다 멀어졌다를 반복한다.

 

 

영월에 집착하는 이유는 라디오스타라는 영화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시간 날 때마다 보는 영화다. 영화 주인공인 최곤이 그곳에서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듯 나도 그러고 싶었다. 그래서 언제부터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지금이라도 이렇게 가보려 하는 것이다.

이로써 경로가 또 바뀌었지만, 아직도 확정됐다고 할 순 없다. 이번 여행의 성격 상 인연이나 사건에 따라 어떤 탈주선(脫走線)을 탈지 모르기 때문이다. 길은 수시로 변한다. 그에 따라 그 길 위에 있는 나도 변해갈 것이다.

 

 

▲ 인도만 있었으면 최고의 길일 텐데, 그러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즐기며 걷는다.

 

 

 

사람 사이엔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오늘도 교회에서 자게 됐다. 5시가 넘어 해가 조금씩 저물어 갈 때쯤 면사무소 소재지가 아닌데도 교회가 보이더라. 들어가서 사정을 이야기했다. 처음엔 거절하시더니, 내가 물러서지 않고 간곡하게 부탁하자 승낙해 주시더라. 목사님의 마지못한 승낙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손쉽게 해결된 편이니 괜찮았다. 짐을 풀고 교회 밖에 나가 씻고 있으니 뜨거운 물을 데워놨다며 들어와서 목욕하라고 하시더라. 그리고 따뜻하게 자라며 전기장판도 주셨다.

뭐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해줄 수 있는 건 해줬다고 할 만했다. 하지만 사람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인지, 목사님과 사모님이 조금 이상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저녁밥도, 아침밥도 거기에 잠잘 수 있는 침구류까지 챙겨주었으나 도무지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니면 나에 대해서만 무관심한 건가. 최대한 얼굴을 피하며 말도 섞지 않는 묘한 분위기.

사모님은 저녁에 라면을 끓여서 가져다주셨는데 눈을 피하신다. 라면만 날라다 주고 쌩하니 가신다. 목사님도 신자들과 성경공부 한다고 왔다 갔다 하시기에, 친근한 말투로 이것저것 물었는데, 거기에 형식적으로만 대답할 뿐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예 나를 붙여주려 하지 않으셨다. 더 이상 이 선을 넘지 말라는 암묵적 표현 같은 느낌이다. 그건 꼭 114에 전화 걸어 사랑합니다~ 고객니~!’하는 소리를 듣는 것과 같았다. 형식적인, 업무적인 친근함을 표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 당연히 마음은 닫게 되더라.

불편하고 힘겨운 밤이었다. 그래서 밖에 나가 봤더니, 어찌나 밤하늘엔 별들이 많던지. 별들과 이야기하는 것으로 지금의 맘을 표현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람과 함께 있어도 사람이 그립다~(19:10)

 

 

▲ 사람이 있어도 사람이 그립다

 

 

지출내역

 

내용

금액

콩국수

5.000

일일 총합

5.000

총 지출

40.500

 

 

인용

목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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