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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마녀사냥(Witch Hunt)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마녀사냥(Witch Hunt)

건방진방랑자 2021. 12. 1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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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Witch Hunt

 

 

정치적인 이유에서, 혹은 여론에 밀려 무고한 사람을 죄인으로 모는 것을 마녀사냥이라고 한다. 그런데 마녀사냥은 원래 종교에 바탕을 둔 용어로 무고한 사람을 단죄하려는 의도가 두드러졌던 것도 아니다. 역사적으로 마녀사냥은 중세에 성행했던 종교재판에 근원을 두고 있다.

 

너희는 무당을 살려두지 말라. -출애굽기 22,18”

성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무당이 반드시 여자는 아니므로 특별히 여성 차별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학설이든 교리든 정설이 뿌리를 내리면 이단(異端)이 생기는 법이다. 그리스도교가 지배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은 유럽의 중세에는 교회의 정통교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단으로 간주했다. 이 이단을 곧 마법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터무니없게 여겨져도 당시 종교재판관들은 엄연히 신의 가르침에 따라 행동한 것뿐이다. “사람의 엄지손톱 위에 천사 몇 명이 앉을 수 있는가?” 또는 미사를 올릴 때 어느 대목에서 할렐루야를 외쳐야 하는가?” 등이 중세 종교회의의 진지한 주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녀사냥도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다.

 

종교재판의 과정은 결코 객관적이지 않았다. 명칭이 재판이라고 해서 오늘날의 법적 절차를 연상하면 안 된다. 우선 종교 재판관은 누구의 고소도 필요 없이 의심이 가는 사람을 데려다 놓고 바로 심문할 수 있었으며, 당사자의 자백이 없어도 두 사람의 증언만으로 간단히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었다. 게다가 고문도 승인되었다. 냉전시대의 간첩 신고처럼 교회는 이단에 대한 밀고를 적극 장려했다.

 

 

종교개혁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무렵인 15세기 말에 가톨릭 세력의 정치적 중심이 에스파냐로 옮겨가면서 마녀라는 용어가 부쩍 자주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마녀는 단지 마법을 쓰는 여자가 아니라 악마와 계약하고 성관계를 맺은 존재였다. 이런 마녀론이 등장함에 따라 본격적인 마녀사냥이 개시되었다.

 

재판관은 피의자에게 가혹한 고문을 가해 1년에 한 차례 깊은 밤중에 열린다는 악마의 연회(witches' Sabbath’에 참석했다는 자백을 받아내고 그것을 마녀라는 증거로 간주했다. SF 영화도 아니고 그런 연회가 실제로 존재할 리는 없을 터다. 그들의 숨은 의도는 전염병이나 천재지변을 당한 마을에서 액땜을 하거나 이를 주술적으로 예방하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마녀는 종교적 희생양인 셈인데, 실제로 그 제물이 된 사람들은 꽤 많았다. 모두 합쳐 만 명이 넘는 여자들이 희생되었고 한 번에 백 명 이상이 처형되기도 했다. 백년전쟁의 히로인인 프랑스의 잔 다르크(Jeanne d’Arc)도 영국군의 포로로 잡힌 후 마녀로 몰려 열아홉 꽃다운 나이에 화형에 처해진 사건은 너무도 유명하다.

 

아무런 증거도 없고, 증거가 있을 수도 없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의 공분을 자극했던 마녀사냥은 교회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근대 이성이 생겨난 17세기 말 무렵에 이르러서야 사라졌다. 오늘날에는 사법적 절차에 의해 형이 집행되어야 할 대상이 여론과 매체에 의해 미리 재단되는 현상을 가리켜 현대판 마녀사냥이라고 부른다. 마녀사냥은 이단 심문이라는 종교적 의미로 출발했지만 그 이후 희생양이라는 주술적인 의미로 바뀌었고 현대에 들어서는 무고(誣告)를 가리키는 비유어로 자리 잡았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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