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Ⅲ. 새를 새로 키우는 방법 - 1. 구성된 마음[成心] 또는 선입견의 의미, 다시 구성되는 주체 본문

고전/장자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Ⅲ. 새를 새로 키우는 방법 - 1. 구성된 마음[成心] 또는 선입견의 의미, 다시 구성되는 주체

건방진방랑자 2021. 7. 3. 07:47
728x90
반응형

3. 다시 구성되는 주체

 

 

보통 우리는 선입견을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분명 선입견이 타자와의 소통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지 못하는 것은 선입견의 불가피성이다. 우리는 선입견이 없다면 어떤 것을 생각하거나 이해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사랑에 대한 선입견이 없다면 러브스토리라는 영화를 보아도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선입견은 기본적으로 일종의 선이해이자 선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송나라 사람도 만약 이런 선입견이 없었다면 월나라로 장사하러 갈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철학적 해석학의 대표주자인 가다머(Gadamer)와 같은 사람은 선입견을 철학적으로 긍정했던 대표적인 사람이었다. 그에 따르면 선입견은 구체적인 현재의 판단에 앞서서 선행하는 의식, 무의식적인 전제들 일반을 의미한다. 나아가 그는 선입견에 의해 이루어진 이해 내용은 인간의 인식ㆍ판단ㆍ행동의 근본적인 지평(horizon)을 형성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유명한 가다머의 지평 융합이라는 개념도 바로 이런 선입견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첫사랑에 실패한 어떤 남자의 예를 들어보자. 그가 사랑하던 여성은 그에게 너무나 냉정했고 도도했으며 한 번도 진지하게 마음을 열지 않았었다. 그 여성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 그는 무척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지쳐갔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 여성의 절교 선언을 무기력하게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이 실연한 남자에게는 여성과 사랑에 대한 선입견과 지평이 남게 되었다. 시간이 한참 흘러서 이 남자에게 또 다시 사랑하는 여성이 생겼다. 이 남자는 과거에 발생한 선입견을 가지고 이 새로운 여성을 만날 수밖에 없다. 새로 만나게 된 이 여성은 이전의 여성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그녀는 활기차고 정이 많으며 속내를 솔직하게 밝히는 밝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사랑에 빠지면서 그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 번째 우선 새로운 지평은 이전의 지평에 따라 다양하게 이해될 것이다. 그냥 아무 뜻 없이 그녀가 말수가 적어진 것을 보고 그는 무엇인가 숨기는 것이 있지는 않은지 의심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의심이 가능한 것은 과거에 형성된 그의 선입견 때문이다. 두 번째 이전의 지평은 새로운 지평과 융합되고 수정될 것이다. 새로 만난 그녀를 통해서 그의 선입견이 지닌 일면성과 특수성은 수정될 것이고 새로운 지평으로 통합되고 포섭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다머의 철학적 해석학에서 긍정적으로 이해된 선입견은 장자의 성심(成心)을 이해하는 데 열쇠가 된다. 그러나 장자는 성심을 긍정적인 이해 지평으로 독해하지는 않는다. 가다머에 따르면 선입견은 새로운 선입견과 지평 융합되면서 수정되고 보완되는 것이다. 그러나 장자에게 이전의 성심은 새로운 삶의 사태 속에서 새로운 성심을 구성하기 위해서 제거되어야 하는 것으로 사유된다. 가다머에 따르면 새롭게 융합된 지평은 아무리 새롭다고 해도 과거의 지평이 핵심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과거의 지평이나 선입견은 부단히 새로운 지평과의 융합을 통해서 성장해간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가다머의 낙관주의가 있다. 그러나 장자에게는 이미 구성된 성심과 앞으로 만날 타자에 맞게 구성되어야 할 성심 사이에는 인식론적인 단절이 있다. 왜냐하면 과거의 성심을 구성되게 만든 타자와 앞으로 구성될 성심을 구성하게 만들 타자는 전적으로 상이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과거의 지평(= 선입견)을 수정해서 보완해야 한다는 가다머의 주장을 주체 중심적인 발상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왜냐하면 주체는 새롭게 만날 타자들에 대해서 근본적인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과거의 성심을 철저하게 폐기해야 한다는 장자의 주장은 타자 중심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주체의 연속성은 새롭게 만날 타자에 따라 근본적으로 다시 구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용

목차

장자

원문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