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구(李廷龜, 1564 명종19~1635 인조13, 자 聖徵, 호 月沙ㆍ保晩堂ㆍ凝菴) 역시 신흠(申欽)ㆍ장유(張維)ㆍ이식(李植)과 함께 조선중기 한문사대가(漢文四大家)의 한 사람으로 문명(文名)을 날렸다. 그래서 월사(月沙)는 중국과의 각종 외교문서와 변무주문(辨誣奏文)을 작성하여 당시 선조(宣祖)의 총애를 한 몸에 받기도 하였다. 또한 여러 차례의 사행(使行)을 통하여 중국의 문인 석학들과 교유하여 그의 문명을 중국에까지 드날렸다.
이정구(李廷龜)는 시(詩)보다는 문(文)에 장처(長處)를 보였지만 1,600여수의 시를 남기고 있는 것을 보면 시에도 커다란 관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의 시는 「조천록(朝天錄)」, 「동사록(東槎錄)」등 중국과 일본에 사신으로 오가면서 쓴 작품이 많다.
중국의 문인 왕휘(汪煇)는 「월사집서(月沙集序)」에서 그의 시를 ‘음운이 크고 맑으며 기개가 뭇사람보다 뛰어나 마치 실에 웬 꽃이 그 새로움을 중히 여기고 시든 잎이 그 윤택함을 회복한 듯하여 생동하는 뜻이 넘쳐 흐르고 신기한 이치가 반짝인다[音韻宏亮, 氣槪超群, 若綴之華重其新, 卽槁之葉復其潤, 生意洋然, 神理煥發].’고 평가하였으며, 남용익 또한 그의 『호곡시화(壺谷詩話)』 1과 19에서 월사(月沙)의 시를 가리켜 ‘온화하면서 심원하다[和遠]’, ‘물처럼 고르게 펼쳐져 있다[平鋪如水]’고 평가하였다.
이정구(李廷龜)의 「도중구점(途中口占)」을 보기로 한다.
古店依西岸 河橋柳映灣 | 낡은 객점은 서쪽 언덕에 의지하고 강 다리의 버들은 물굽이에 비치네. |
春生天外樹 日落馬前山 | 봄은 하늘 밖 나무에서 생동해오고 해는 말 가는 앞산에 떨어지네. |
物色驚佳節 年華入病顏 | 만물의 색태는 좋은 계절에 놀라고 한 해의 화려함 병든 얼굴에 드네. |
羈愁無處寫 詩就不須刪 | 나그네 시름 어디에서도 풀어낼 길 없어 시 지어도 모름지기 다듬지 않네. |
청징(淸澄)한 물경의 묘사로 정감의 유로(流露)도 없이 기려(羈旅)의 애수(哀愁)를 유려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명암(明暗)이 번갈아 이어지고 있어 기수(羈愁)를 말하고 있지만 전편의 흐름이 결코 음울하지 않다. ‘춘생(春生)’과 ‘일락(日落)’, ‘가절(佳節)’과 ‘병안(病眼)’ 등 함련(頷聯)과 경련(頸聯)의 대우(對偶) 처리가 긴절(緊切)하면서도 조화를 이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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