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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력 3년 5월에 강릉도 존무사의 명령을 받고 이달 30일에 개성에서 출발해 백령역에 묵으며 야밤에 비 내리니 감회가 있어서
천력삼년오월 수강릉도존무사지명 시월삼십일 발송경 숙백령역 야반우작유회(天曆三年五月 受江陵道存撫使之命 是月三十日 發松京 宿白嶺驛 夜半雨作有懷)
안축(安軸)
讀書求道竟無成 自愧明時有此行
但盡迂踈施實學 敢將崖異盜虛名
民生塗炭知難救 國病膏肓念可驚
耿耿枕前眠未穩 卧聞山雨注深更 『謹齋先生集』 卷之一
해석
讀書求道竟無成 독서구도경무성 |
책을 읽어 도를 구했지만 마침내 성취함이 없었으니 |
自愧明時有此行 자괴명시유차행 |
스스로 밝은 시대에 이런 행실이 부끄럽기만 하네. |
但盡迂踈施實學 단진우소시실학 |
다만 우활하고 서투름을 다해 실학을 실시하려 하니 |
敢將崖異盜虛名 감장애리도허명 |
감히 남과 다름【애이(崖異): 모가 나서 남과 틀림.】을 가지고 헛된 명예 도둑질 하랴? |
民生塗炭知難救 민생도탄지난구 |
민생이 도탄에 빠져 구하기 어렵다는 걸 알겠고 |
國病膏肓念可驚 국병고육념가경 |
나라의 고황【고황(膏肓): 고(膏)는 가슴 아랫쪽, 황(肓)은 흉부와 복부 사이의 막. 가장 병을 고치기 어려운 부분을 말함.】에 병들어 생각해도 놀랄 만하네. |
耿耿枕前眠未穩 경경침전면미온 |
근심스레 근심스레 베개 앞임에도 잠 온전치 못해 |
卧聞山雨注深更 와문산우주심경 |
누워 산의 비가 깊은 밤에 내리는 소릴 듣네. 『謹齋先生集』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천력 3년 5월에 강릉도 존무사의 임명을 받고, 그달 30일에 송경을 떠나 백령역에서 자는데, 밤중에 비가 와 느낌이 있어 지은 시이다.
글을 읽어 사대부로서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 있었으나, 끝내 이루어 놓은 것은 없어 도(道)가 행해지는 평화로운 시대에 행색이 부끄럽다. 다만 목민관(牧民官)의 직책을 맡아 실학을 행하려 하니,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구하기 어렵고, 더욱 놀라운 것은 나라의 현실은 이미 고질병이 되어 아무도 바꾸거나 개선하려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오늘도 깊은 밤까지 근심하느라 베개에 누워 잠 못 이루고 있자니, 마침 창밖에는 산비가 한밤중에 내리고 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228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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