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기녀 상림춘이 거문고를 타는 걸 듣고 느꺼움이 있어 앞 시의 운에 차운하다
청노기상림춘탄금 유감 차전운(聽老妓上林春彈琴 有感 次前韻)
김안국(金安國)
容謝尙存傾國手 哀絃彈出夜深詞
聲聲似怨年華暮 奈爾浮生與老期 『慕齋先生集』 卷之三
해석
容謝尙存傾國手 용사상존경국수 |
얼굴은 늙었지만 아직 남아 있고 나라를 기울어버릴 솜씨라서 |
哀絃彈出夜深詞 애현탄출야심사 |
애달픈 가락이 깊은 밤 말처럼 타며 나오네. |
聲聲似怨年華暮 성성사원년화모 |
소리 소리가 황혼을 원망하는 듯하니 |
奈爾浮生與老期 내이부생여로기 |
네 뜬 삶과 나이듦을 어쩌리오? 『慕齋先生集』 卷之三 |
해설
이 시는 늙은 기생 상림춘의 거문고 타는 소리를 듣고 느낌이 있어 앞 시의 운에 차운한 것으로, 기묘사화로 파직되어 이천(利川)에 우거(寓居)하고 있을 때 지은 것이다.
젊었을 때 뛰어난 용모로 사랑을 받다가 이제 늙어서 불우한 처지를 슬퍼하고 있는 늙은 기생 상림춘에 김안국 자신의 입장을 대비하고 있다. 이 시는신흠(申欽)의 『청창연담(晴窓軟談)』에도 실려 있는데, 김안국의 시재(詩才)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참판 신종호는 성종 때의 사신(詞臣)이었다. 일찍이 상림춘이라는 기생을 돌봐주다가 그의 집에 들러 시를 짓기를, ‘봄바람 부는 서울 거리에 가랑비 내리는데, 가벼운 먼지 일지 않고 버들가지 비꼈어라. 열두 폭 비단 장막에 사람은 옥과 같이 아름다워, 대궐 안의 시인들 말 가는 대로 찾아가네.’ 하였는데, 이 시가 한때 전해져 읊어지면서 이에 따라 상림춘의 이름도 배나 값이 뛰었다. 참판공이 일찍 죽고 상림춘이라는 자도 민간에 묻혔는데, 나이가 노년에 접어들자 공의 시로 시첩을 만든 다음 귀족 자제들이 노니는 곳에 가지고 나아가 시를 지어 달라고 청하였다. 이름난 재상과 훌륭한 선비들이 지어 주지 않은 이가 없었는데, 그중에서도 모재 김안국의 시가 으뜸이었다. 그 시에, ……라 하였다. 슬픔과 원망의 감정을 격렬하고도 절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모재는 그 당시 시골에 내려가 있었으니, 혹시 또한 자신의 심정을 부쳤기 때문에 그런 것인가? 깊이 음미해 보면 그가 가탁한 바를 알 수 있을 것이다[申參判從濩 成廟朝詞臣也 嘗眄妓上林春 過其家有詩曰 紫陌東風細雨過 輕塵不動柳絲斜 緗簾十二人如玉 靑瑣詞臣信馬過 一時傳誦 由是上林春之名 亦高一倍價矣 參判公早卒 上林春者淪落閭巷 年旣老 以公詩作貼 持詣貴游倩題詠 名公臣卿 莫不乞贈 而金慕齋安國詩爲冠 其詩曰 容謝尙存傾國手 哀絃彈出夜深詞 聲聲似怨年華暮 奈爾浮生與老期 哀怨激切 慕齋方在田間 豈亦有自寓之情故然耶 深味之 可見其所托也].”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197~198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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