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직 조광조의 상을 당해
봉효직상(逢孝直喪)
박상(朴祥)
無等山前曾把手 牛車草草故鄕歸
他年地下相逢處 莫說人間謾是非
分手院前曾把手 怪君黃閣落朱崖
朱崖黃閣莫分別 纔到九原無等差 出己卯黨籍補 『訥齋先生續集』 卷第二
해석
無等山前曾把手 무등산전증파수 |
무등산 앞에서 일찍 손 잡았는데 |
牛車草草故鄕歸 우거초초고향귀 |
소 수레로 볼품없이[草草] 고향에 돌아오네. |
他年地下相逢處 타년지하상봉처 |
훗날 지하에서 서로 만나는 곳에서 |
莫說人間謾是非 막설인간만시비 |
인간세상의 부질없는 시비를 말하지 말게나. |
無等山前曾把手, 一本作不謂南臺舊紫衣, 莫說, 一本作莫話, 謾是非, 一本作萬事非.
‘無等山前曾把手’는 한 판본엔 ‘말하지 마라. 남대에 옛 자의는[不謂南臺舊紫衣]’라고 되어 있고 ‘莫說’은 한 판본엔 ‘莫話’로 되어 있으며 ‘謾是非’는 한 판본엔 ‘온 일이 그르쳤다[萬事非]’로 되어 있다.
分手院前曾把手 분수원전증파수 |
분수원 앞에서 일찍이 손 잡았는데 |
怪君黃閣落朱崖 괴군황각락주애 |
그대가 황각【황각(黃閣): 조선 시대, 1400년에 설치한 행정부의 최고 기관】에서 변방【주애(朱崖): 한 무제(漢武帝) 때 월(越)을 평정하고 설치한 군(郡)의 이름으로 대해(大海) 가운데에 있다. 『漢書』 「武帝紀」】으로 유배됨이 괴이하네. |
朱崖黃閣莫分別 주애황각막분별 |
변방이든 궁궐이든 분별치 마시오. |
纔到九原無等差 재도구원무등차 |
겨우 저승에 이르면 차등이 사라지니. 기묘사화로 화를 당한 사람의 명부에서 나왔다[出己卯黨籍補] 『訥齋先生續集』 卷第二 |
해설
이 시는 기묘사화(己卯士禍)로 능주에 유배 와 있던 조광조(趙光祖)가 사사(賜死)되고, 이듬해 동생 조숭조(趙崇祖)가 귀장(歸葬)할 때 지은 것이다.
유배 가기 전에 무등산 앞에서 조광조를 만나 손을 잡고 위문을 했는데, 지금은 죽어 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바쁘게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훗날 나도 죽어 지하로 내려갈 것이니, 서로 만나는 곳에서 부질없이 인간세상의 시비에 대해 말하지 말자(바른 도가 없는 세상에 대한 원망과 체념의 의미도 있지만, 자신들이 추구했던 이념들이 정당하고 가치 있는 것임이 함축되어 剛健하고 悲壯한 어조가 내포되어 있음).
정조(正祖)는 『홍재전서(弘齋全書)』 「문학(文學) 오(五)」에서, “박상의 시는 왕왕 세속에서 이른바 백련초체(「백련초」는 漢詩 학습을 위해서 좋은 詩句를 抄錄한 것인데, 율시에서 對句ㆍ情景合一ㆍ정교한 기교를 요구는 頷聯과 頸聯을 주로 선별한 것임)라는 것과 흡사한 점이 있으나, 그의 고건한 부분은 후인이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속된 안목으로 보면 반드시 그의 훌륭한 부분을 볼 수 없다[朴祥詩 往往有恰似俗所謂百聯鈔體 然其古健處 非後人所能及 如以俗眼看之 必不能知其好處].”라 하여, 박상의 예스럽고 굳건한 기상에 대해 칭송하고 있는데, 위의 시에서 그러한 기상을 엿볼 수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177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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