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1531)에 봄부터 여름까지 비 오지 않아 씨를 파종할 수 없고 냇물과 연못이 모두 말라 몹시 걱정되어 짓다
신묘세 자춘조하 불우 종부득파 천택구갈 민심유작(辛卯歲 自春徂夏 不雨 種不得播 川澤俱渴 悶甚有作)
김안국(金安國)
杲日朝朝出 遮雲不作霖
고일조조출 차운부작림
過夏何所用 堪笑野人心
과하하소용 감소야인심 『慕齋先生集』 卷之六
해석
杲日朝朝出 遮雲不作霖 | 밝은 해가 아침마다 나오고 구름을 가려도 비 내리지 않네. |
過夏何所用 堪笑野人心 | 여름 지나도 어떤 소용이 있을까? 시골 사람 마음이 웃을 만하네. 『慕齋先生集』 卷之六 |
해설
이 시는 신묘년(1531) 봄부터 여름까지 비가 오지 않아 곡식을 뿌릴 수 없고 시냇물이나 연못이 모두 말라 버려 근심이 심하여 지은 것으로, 김안국의 애민의식(愛民意識)을 엿볼 수 있는 시이다.
봄부터 여름이 되기까지 밝은 해는 아침마다 떠올라 맑은 날이 계속되니 비 올 기미는 안 보이고, 하늘에 구름은 끼지만 비가 오지 않는 가뭄이 계속되고 있어 파종(播種)도 못 하고 있다. 여름이 지나서 비가 온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농부의 마음을 헤아려 보니, 허탈한 웃음이 나올 만하다.
그의 농민에 대한 이러한 의식은 『병진정사록』에도 간략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모재는 성품이 순일하고 부지런하며 상세하고 치밀하여 만약 방아를 찧을 때면 싸라기와 쌀겨도 함께 거두어 저장하였다가 춘궁기(春窮期)에 굶주린 백성을 먹이도록 하였다. 일찍이 말하기를, ‘하늘이 물질을 낼 때에 모두 쓰일 곳이 있도록 마련하였으니, 마구 없애 버리는 것은 상서롭지 못한 일이다.’ 하였다. 사람들이 혹시 비방하면 웃으며 말하기를, ‘범인(凡人)은 마음이 거칠고 성인은 마음이 세밀하니라.’ 하였다[慕齋性精謹詳密 如舂杵則碎米細糠 幷收藏之 以賑春飢 嘗曰 天之生物 莫非有用 暴殄不祥也 人或譏之 笑曰 常人心麤 聖人心細].”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208~209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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