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간 성실히 공부하던 제자 박희령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걸 보내며
송박희령환향(送朴希齡還鄕)
김안국(金安國)
吉州朴生希齡, 來學於余已三年, 勤苦窮晝夜, 諸生莫及. 余每嘆其篤, 謂: ‘他日所就必有過人者, 不止習擧業取科第而已.’ 今以覲省還鄕, 爲詩以贈而勖勉之, 兼寄朴漢老ㆍ咸敬忠兩生云.
聰明稟二五 靈爲萬物主
총명품이오 령위만물주
寧同蠢蠢生 竟與草木腐
녕동준준생 경여초목부
物則固秉彝 萬理括精粗
물칙고병이 만리괄정조
六籍皇王符 四庫紛帙部
육적황왕부 사고분질부
日月互踣顚 興亡迭今古
일월호북전 흥망질금고
林林遍區寰 痛痒須磨撫
림림편구환 통양수마무
大哉儒者業 彌綸非小補
대재유자업 미륜비소보
倉稊眇然身 欲以參仰俯
창제묘연신 욕이참앙부
非加百倍功 鮮能推博溥
비가백배공 선능추박부
記誦自膚末 詞章靡織組
기송자부말 사장미직조
俗士不探原 支流徒鹵莽
속사불탐원 지류도로망
矧是利祿輩 貿貿安足數
신시리록배 무무안족수
男兒出斯世 卓然有立樹
남아출사세 탁연유립수
肯落尋常臼 甘爲庸鄙伍
긍락심상구 감위용비오
高追孔顏軌 直趨朱程戶
고추공안궤 직추주정호
出處炳大節 忠孝酬君父
출처병대절 충효수군부
千秋汗簡名 有目皆欽覩
천추한간명 유목개흠도
老夫久衰朽 索居空踽踽
로부구쇠후 삭거공우우
昏惰不自強 撫卷愧聾瞽
혼타불자강 무권괴롱고
朴生北方秀 立志早勤苦
박생북방수 립지조근고
川嶺不憚遐 走到驪江滸
천령불탄하 주도려강호
沈潛討典墳 三年不窺圃
침잠토전분 삼년불규포
晝誦夜靡輟 不待煩刺股
주송야미철 부대번자고
期將五車寶 磊落藏腹肚
기장오거보 뇌락장복두
溫凊久曠廢 懷思興陟岵
온청구광폐 회사흥척호
白雲日入望 旅夢頻采舞
백운일입망 여몽빈채무
束笈忽告辭 祖餞臨東浦
속급홀고사 조전림동포
丁寧夙夕語 可須復覼縷
정녕숙석어 가수부라루
努力勿中畫 九仞虧簣土
노력물중화 구인휴궤토
窮荒肅愼封 習尙唯楛砮
궁황숙신봉 습상유고노
文風肇于唱 佇見變鄒魯
문풍조우창 저견변추노 『慕齋先生集』 卷之六
해석
吉州朴生希齡, 來學於余已三年, 勤苦窮晝夜, 諸生莫及.
길주의 박희령이 나에게 와서 배운 지 이미 3년인데 부지런하고 고심하며 밤낮으로 궁리하니 뭇 학생이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余每嘆其篤, 謂: ‘他日所就必有過人者, 不止習擧業取科第而已.’
내가 매번 그 독실함에 탄색하며 ‘다른 날 성취한 것은 반드시 보통사람을 넘어설 것이고 과거시험을 익히거나 과거시험에 급제하는 데 그치지 않을 뿐이리라.’라고 생각했다.
今以覲省還鄕, 爲詩以贈而勖勉之, 兼寄朴漢老ㆍ咸敬忠兩生云.
이제 어버이를 돌보러 고향으로 돌아가니 시를 지어 주며 그것에 힘쓰도록 하고자 하고 겸하여 박한로와 함경충 두 사람에게 주었다 한다.
聰明稟二五 靈爲萬物主 | |
寧同蠢蠢生 竟與草木腐 | |
物則固秉彝 萬理括精粗 | |
六籍皇王符 四庫紛帙部 | |
日月互踣顚 興亡迭今古 | |
林林遍區寰 痛痒須磨撫 | |
大哉儒者業 彌綸非小補 | |
倉稊眇然身 欲以參仰俯 | |
非加百倍功 鮮能推博溥 | |
記誦自膚末 詞章靡織組 | 기억하여 외는 건 절로 천박한 것이고 사장은 꾸미는 데에 쏠리지. |
俗士不探原 支流徒鹵莽 | 세속의 선비는 근원을 찾질 않고 지류는 다만 거칠지. |
矧是利祿輩 貿貿安足數 | 하물며 이익과 봉록만 따지는 무리들이 무지하니[貿貿] 어찌 헤아릴 수 있으리오? |
男兒出斯世 卓然有立樹 | |
肯落尋常臼 甘爲庸鄙伍 | |
高追孔顏軌 直趨朱程戶 | |
出處炳大節 忠孝酬君父 | |
千秋汗簡名 有目皆欽覩 | |
老夫久衰朽 索居空踽踽 | |
昏惰不自強 撫卷愧聾瞽 | |
朴生北方秀 立志早勤苦 | |
川嶺不憚遐 走到驪江滸 | |
沈潛討典墳 三年不窺圃 | |
晝誦夜靡輟 不待煩刺股 | |
期將五車寶 磊落藏腹肚 | |
溫凊久曠廢 懷思興陟岵 | |
白雲日入望 旅夢頻采舞 | |
束笈忽告辭 祖餞臨東浦 | |
丁寧夙夕語 可須復覼縷 | |
努力勿中畫 九仞虧簣土 | |
窮荒肅愼封 習尙唯楛砮 | |
文風肇于唱 佇見變鄒魯 | 『慕齋先生集』 卷之六 |
해설
이 시는 박희령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는 시의 일부분으로, 기(記)이나 사장(詞章)에 그친 문장보다는 근본, 즉 도(道)를 중시하는 김안국의 문학관을 엿볼 수 있는 시이다.
김안국이 신용개(申用漑)에게 써 준 글인 「이락정집서(二樂亭集序)」에, “이른바 문장이라는 것은 그 시문의 아름답고 공교로움만을 이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도리에 근본하고 덕행에 근원하는 것이 마음속에 가득해서 밖으로 나타나는 것이다[所謂文章者 非謂其詞翰之藻艶工贍而已 必根理道本德行 弸乎中而彪乎外].”라 하여, 문장은 아름다움이 목적이 아니라 도(道)에 근원하고 있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
『고봉선생속집(高峰先生續集)』에 의하면, “김안국은 경상도 의성현 사람입니다. 공희왕을 섬겨 벼슬이 좌찬성에 이르렀습니다. 학문이 정밀하고 해박하여 선비들의 사범이 되었습니다. 호는 모재 선생이라 합니다[金安國 慶尙道義城縣人 事恭僖王 官至左贊成 學問精博 爲儒者師範 號慕齋先生].”라 하여, 김안국의 문학이 당시에 영향을 얼마나 미쳤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206~207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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