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주에 귀양 와서
능성루수중(綾城累囚中)
조광조(趙光祖)
猿鶴正嗔吾不返 豈知難出伏盆中 『靜菴先生續集』 卷之一
해석
誰憐身似傷弓鳥 수련신사상궁조 |
신세가 화살에 다친 새【상궁조(傷弓鳥): 재앙이나 근심을 겪고서 마음에 두려움이 남아 있는 상태를 말한다】 같은데 누가 가련히 여길까? |
自笑心同失馬翁 자소심동실마옹 |
마음이 말 잃은 노인 같아 스스로 웃기네. |
猿鶴正嗔吾不返 원학정진오불반 |
원숭이와 학【원학(猿鶴): 은둔할 때 함께했던 원숭이와 학을 말한다. 공치규(孔稚圭)의 「북산이문(北山移文)」에 “혜장(蕙帳)이 텅 비어 밤 학이 원망하고, 산인(山人)이 떠나가서 새벽 원숭이가 놀란다.” 하였다.】은 바로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꾸짖지만 |
豈知難出伏盆中 기지난출복분중 |
엎어진 동이 속에서 나오기 어렵다는 걸 어찌 알았겠는가? 『靜菴先生續集』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능주에 귀양 와 죄인의 신세가 된 것에 대해 노래한 것이다.
화살에 맞아 다친 새와 같은 자신의 신세를 누가 쌍히 여기겠는가? 말 잃은 새옹(塞翁)처럼 재앙이 복으로 바뀌는 것을 바라는 자신의 마음이 스스로 생각해도 우습다. 원숭이와 학과 같은 은군자(隱君子)는 내게 은거(隱居)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꾸짖겠지만, 엎어진 동이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줄 어찌 알겠나?
정조(正祖)는 『홍재전서(弘齋全書)』 「일득록(日得錄)」에서 조광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정암(靜菴) 조광조(趙光祖)는 불세출의 현인으로 일찍이 임금의 인정을 받아서 그 도를 행할 수 있었다. 大司憲이 되었을 때에는 남녀가 길을 달리할 정도로 한 시대가 영향을 받았다. 다만 권력을 잡은 지 얼마 안 되어 불행히 화를 입었기 때문에 그의 사업을 논할 때면 오히려 미진했다는 탄식이 있게 된다[靜菴以不世出之賢 早被知遇 得行其道 爲都憲也 男女異路 一世風動 而但柄用未久 不幸罹禍 故論其事業 猶有未盡之歎].”
“우리나라의 유자(儒者) 중에 조정암(趙靜庵)과 이율곡(李栗谷)은 타고난 자질이 고명하고 뛰어나 이학(理學)과 경륜에 있어 원래부터 대현(大賢)인데다 왕을 보좌하는 재능까지 겸하였다[東方儒者 靜菴栗谷 天姿高明豪逸 理學經綸 自是大賢 兼王佐之才].”
홍만종(洪萬宗)은 이 시에 대해 『소화시평(小華詩評)』 권상 74번에서, “정암 조광조 선생이 기묘 당적(기묘사화에 연루된 士人)에 연좌되어 능성에 매를 맞고 유배되었는데, 「누수중」 절구 한 수를 지었다. …… 말이 극히 처절하다[靜庵先生坐己卯黨禍 杖配綾城 累囚中有詩一曰 …… 極凄切].”라 평하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219~220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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