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엔 기이한 바위가 있는데 바위 위에 꽃이 펴 그윽한 향기가 사랑스러워 시로 기록하다
도상유기암 암상유화 유향가애 시이기지(途上有奇巖 巖上有花 幽香可愛 詩以記之)
김정(金淨)
利路名途各馳走 阿誰寓目賞幽芳
朝朝暮暮空巖上 浥露臨風獨自香 『冲庵先生集』 卷之三
해석
利路名途各馳走 리로명도각치주 |
이익의 길과 명예의 길에 각각 내달려 |
阿誰寓目賞幽芳 아수우목상유방 |
누가 눈을 붙여 그윽한 향기 감상할꼬? |
朝朝暮暮空巖上 조조모모공암상 |
아침마다 저녁마다 공연히 바위 위에서 |
浥露臨風獨自香 읍로림풍독자향 |
이슬 머금고 바람 맞으며 홀로 절로 향기내네. 『冲庵先生集』 卷之三 |
해설
이 시는 길을 가던 도중 기이한 바위 위에 꽃이 피어 있었는데, 그윽한 향기가 사랑할 만하여 시로 기록을 남긴 것으로, 꽃에 가탁하여 당시(當時)의 세태(世態)를 비판(批判)하고 있다.
기이한 바위 위에 그윽한 향기를 뿜는 꽃이 피어 있지만, 아무도 눈을 두어 그 꽃을 감상하려 하지 않는다. 이익과 명예를 향해 내달리기 때문에 시선을 줄 여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 아침마다 저녁마다 부질없이 바위 위에서 찬 이슬에 젖고 세찬 바람을 맞으면서도 홀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김정(金淨)은 이 꽃처럼 누가 보아주는 이 없어도 자신의 길을 가고 있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해 이익(利益)과 명예(名譽), 두 길만을 위해 치닫고 있다. 자신은 그러한 세태(世態)와는 다른 길을 가고 싶어 함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金淨)의 이러한 행위에 대해 『기묘록』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본관은 경주(慶州)이며 자는 원충(元冲)이요, 호는 충암(冲庵)이다. 중종 2년에 장원으로 뽑히어 청관(淸官)과 요직을 역임하였다. 어버이를 봉양하기 위하여 청원하여 순창(淳昌) 군수로 보직되어서 담양부사(潭陽府使) 박상(朴祥)과 연명으로 상소하여 신씨(愼氏, 중종의 첫 왕비 端敬王后)의 복위를 청하였는데, 조정의 의논이 사론(邪論)이라 가리켜 마침내 죄를 입었다. 정축년에 뽑아 대제학(副提學)을 제수하였고, 기묘년 여름에 형조 판서에 올렸다. 사화가 일어났을 때 곤장을 쳐 제주(濟州)로 유배시키고 사약을 내려 스스로 죽게 하였다. 공은 천성이 충효하고 학문이 정밀 심오하였으며, 죽음에 임하여서도 낯빛이 변하지 아니하고 형제에게 글을 보내어 늙은 어머니를 잘 봉양할 것을 당부하였다. 공은 뒤를 이을 아들이 없어 형님의 아들 철보(哲葆)로 뒤를 잇게 하였다. 철보의 아들 성발(聲發)은 문과에 급제하였고, 공의 조카인 응교(應敎) 천우(天宇)가 공의 유고(遺稿) 몇 편을 모아 『충암집(冲庵集)』을 만들어 세상에 간행하였다[慶州人 字元冲 號冲庵 我中廟二年擢壯元 歷敭淸要 爲親乞補淳昌 與潭陽府使朴祥聯名上疏 請復愼氏 朝議指以爲邪論 竟被罪 丁丑擢授副提學 己卯夏陞刑曹判書 及禍作 杖配濟州 賜自盡 公天性忠孝學問精深 臨死顏色不變 貽書兄弟 以善養老母勉之 公無後 以兄子哲葆爲後 哲葆之孫聲發登文科 公之堂姪應敎天宇 取遺稿若干編 爲冲庵集 刊行于世].”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227~228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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