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의 「동지」 시에 차운하다
차의지동지운(次義之冬至韻)
김정(金淨)
玄機無外亦無停 誰識虧盈造化形
萬物未生凝涸處 一陽萌動暗回靑 『冲庵先生集』 卷之二
해석
玄機無外亦無停 현기무외역무정 |
하늘의 기미는 바깥도 없고 또 멈추지도 않네 |
誰識虧盈造化形 수식휴영조화형 |
누가 비었다가 차는 조화의 형상을 알랴? |
萬物未生凝涸處 만물미생응학처 |
만물이 나지 않은 엉기거나 마른 곳에서도 |
一陽萌動暗回靑 일양맹동암회청 |
하나의 양이 싹터 움직이면 몰래 푸른색으로 돌아오네. ‘玄’은 어떤 판본엔 ‘天’으로 되어 있다[玄一本作天] 『冲庵先生集』 卷之二 |
해설
이 시는 의지(義之)의 「동지(冬至)」 시(詩)에 차운한 것으로, 성리학에 기반을 둔 우주론적 사고를 읽을 수 있는 시이다.
하늘의 이치는 무궁무진(無窮無盡)하고 생생불식(生生不息)하여 멈춤도 없다. 그러므로 가득 찼다가 이지러지는 조화의 형상을 알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만물이 자라지 못하는 차가운 곳이나 물이 없는 마른 곳에서도 양(陽)이 한번 동하여 양(陽)의 기운을 뿜으면 아무도 모르게 푸른 생명의 빛이 다시 살아난다.
김정(金淨)은 20대 초반에 「우구잠(憂懼箴)」을 지었는데, 그 글에 “하늘에는 음양이 있으니 도를 아는 자가 그것을 헤아리고, 사람에게는 화복이 있으니 도를 아는 자가 그것을 편안히 여긴다. 근심을 당해 근심한다고 해서 근심이 반드시 제거되는 것만은 아니고, 두려움을 당해 두려워한다고 해서 두려움이 반드시 멈추는 것만은 아니다. 오직 천천히 그것을 살펴서 저절로 풀리게 하고, 조화롭게 받아들여서 저절로 사라지게 해야 하니, 이것이 바로 이치에 통달한 행동이며 도에 이른 지극함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하늘을 즐기고 명을 알기 때문에 근심하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天有陰陽 知道者測之 人有禍福 知道者安之 見憂而憂 憂未必去 見懼而懼 懼未必止 惟其徐而察之 使自解之 和而受之 使自消之 斯乃達理之行 造道之至 是以 君子樂天知命 故不憂不懼].”라고 하여, 근심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유유자적(悠悠自適)을 피력하고 있다. 이 시에서도 음양(陰陽)의 이치를 통해 자연의 변화를 터득하는 그의 성리학적(性理學的) 사고(思考)가 담겨 있다고 하겠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225~226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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