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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 - 6. 불가능한 꿈을 꾸는 리얼리스트가 되라 본문

연재/시네필

죽은 시인의 사회 - 6. 불가능한 꿈을 꾸는 리얼리스트가 되라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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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불가능한 꿈을 꾸는 리얼리스트가 되라

 

키팅의 교육관은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84p)’이다. ‘생각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가 정해놓은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객체로서의 사람이 아닌, 자신의 길을 만들며 두 갈래 길 중 인적이 드문 길로 갈 수 있는 주체로서의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자취가 적은 길로 갔고, 그게 인생을 바꿨다는 말이야말로 생각하는 삶이 무언지를 보여준다.

 

 

 

키팅,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다

 

그 당시 교육이란 국가에서 정해준 지식만을 가르칠 수 있었고, 학생들은 그걸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물론 21세기인 한국은 현재도 국정교과서라는 쾌쾌 묵은 방식으로 국가가 지식을 정해주고 그것만을 가르치도록 강제하려 하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럴 땐 단순히 파편적인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암기하고 있으며, 그걸 시험지에 얼마나 써낼 수 있느냐가 공부를 잘 하느냐, 못하느냐의 기준이 된다. 이런 현실에 대해 박동섭쌤은 공부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점을 아십니까? 공부 잘하는 사람은 시험이 끝난 다음에 잊어버리고, 공부 못하는 사람은 시험보기도 전에 잊어버립니다라는 웃픈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그 당시 교사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물로 바치도록 학생들에게 지금 공부하지 않으면 더울 때 더운 데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 데서 일한다!”와 같이 폭력적인 하나의 가치관을 담은 말로 협박을 하면서도 당당했던 것이다.

 

 

초등학생에게도 이런 시간표를 강요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성공이란 망령.

 

 

그런데 키팅은 그렇게 현실이란 말로 옥죄며, 학생들이 지닌 가능성을 억누르고 획일화하려는 흐름을 거부한다. ‘지금-여기를 살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그런 모든 것들을 고민할 수 있는 넉넉한 시간, 그리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려는 것이다. 다음 후기에서 키팅의 수업에 대해 하나하나 살펴보겠지만, 그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표정은 점차 살아나고 자신들이 진짜로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무표정한 표정. 아무 것도 없던 학생들이 점차 표정을 찾고 자신의 욕망을 찾아간다.

 

 

 

자유로운 사색가와 예술가라는 인식의 차이

 

그런데 키팅의 이런 수업은 명문학교란 현실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당연히도 키팅의 교육관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폄하되고, 그런 수업들은 방향은 틀렸어도 사로잡을 만한 하나의 쇼로 치부된다. 라틴어 교사인 맥칼리스터와의 대화에서 어떤 갈등이 빚어지는지 볼 수 있다.

 

 

맥칼리스터: 학생들을 예술가가 되도록 부추기는 건 위험한 일이요. 그들 자신이 위대한 렘브란트나 셰익스피어, 모차르트 같은 예술가가 아니란 걸 깨달으면 당신을 미워할 거요.

키팅: 예술가가 아니라 자유로운 사색가가 되라는 거죠.

맥칼리스터: 17살의 자유로운 사색가라?

키팅: 비꼬고 계시는 군요?

맥칼리스터: 비꼬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말하는 겁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수업을 그저 예술가를 키우는 수업으로 생각하는 것. 거기엔 편견이 깔려 있다.

 

 

무언가를 추구하려 할 때 그걸 매도하기 좋은 말은 그건 이상일 뿐이예요또는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구만이라는 말이다.

2013년에 단재학교에서 학교 설명회가 있었다. 그 때 오신 학부모님들에게 청소년 성장에 꼭 필요한 독서, 여행, 놀이, 운동의 4요소가 반영된 단재학교의 커리큘럼을 소개하니, 그걸 듣고 있던 한 아버지가 못마땅하게 여겨지던지 반문을 던지더라. “어차피 경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도망만 다닐 게 아니라, 뚫고 나가야 하는 거 아니예요?”, “살기 위해선 대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죠?”라는 말로 불쾌감을 한껏 표현했다. 이 말은 꼭 라틴어 교사가 비꼬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말하는 겁니라라는 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현실적이라는 말은 위압적이고 폭력적이다.

 

 

그 당시에 그 아버지의 현실적인 조언을 들으며 가슴이 꽉 막힌 듯한 답답함이 느껴졌고, 현실의 높은 벽에 씁쓸해지기도 했다. 키팅 또한 그런 말을 들으며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이 말은 진정한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그걸 힘써 실천하는 사람을 현실도 모르는 바보로 만들어, 이상을 추구하기보다 현실에 맞춰 살도록, 교육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주어진 업무만을 능수능란하게 처리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다.

체게바라 평전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는 말이 나온다. 그건 현실이 자꾸 우리를 옥죌지라도, 결코 이상을 놓아버려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라 할 수 있다. 현실만 쫓기 시작하면 우린 어느새 자신의 유일무이한 모습은 사라지고, 기계 부속품처럼 똑같은 사람이 될 뿐이다. 그러니 이상을 품고 그 이상을 향해 헌신해 나갈 때 나만의 유일무이한 모습은 살아나고, 내가 발 딛고 선 교육현장에 꽃을 피울 수 있으며, 교육이란 미명으로 학생들을 획일화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게 된다. 지독한 현실이 자꾸 가로막는데 이상을 어떻게 수업에 녹여내며, 현실에 맞서갈 것인가?’를 보는 것이 이 영화의 두 번째 관람 포인트라 할 수 있다.

 

 

현실이 자꾸 가두려 하고, 한계 지으려 할 때마다 떠올리라. 불가능한 꿈을 지닌 리얼리스트를.

 

 

 

키팅과 학생들이 빚어낸 이야기의 장으로

 

존 키팅이 쇼와 같은 수업과 판에 박힌 수업 사이에 어떤 균형감각으로 수업을 진행할 것인가?’현실이란 이름으로 이상을 억누르는 상황 속에 어떻게 이상을 수업에 녹여내며, 그와 같은 현실에 맞서나갈 것인가?’를 보는 것이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다. 물론 키팅의 고군분투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며, 그에 따라 학생들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보는 것도 이 영화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존 키팅과 학생들이 만나서 어떤 마주침을 빚어내고, 그게 어떤 인연으로까지 확장되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자.

 

 

우리의 이야기를 들을 마음이 있다면, 모두 이리로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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