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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 - 7. 교과서 첫 페이지를 읽고 ‘쓰레기’라 외치다 본문

연재/시네필

죽은 시인의 사회 - 7. 교과서 첫 페이지를 읽고 ‘쓰레기’라 외치다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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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교과서 첫 페이지를 읽고 쓰레기라 외치다

 

존 키팅 선생은 첫 수업을 하며 학생들에게 불가능한 꿈을 꾸는 리얼리스트의 면모를 여지없이 보여줬다. 여태껏 만나왔던 교사와는 달리, 전혀 의심조차 하지 않고 받아들였던 현재를 희생물로 바쳐라는 정언 명령과는 달리, ‘현재를 즐겨라(Seize The Day / Carpe Diem)’라는 말에 학생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과 마주칠 때 사람은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를 보이게 된다. ‘신선해’, ‘재밌어라고 생각하여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던지, ‘왜 저래?’, ‘뭐지?’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거부하려 하던지 말이다. 두 가지 반응은 어찌 보면 맞닥뜨린 상황이 얼마나 당황스러웠고, 갑작스러웠는지를 알려준다고도 할 수 있다.

 

 

토드는 첫 수업을 듣고 노트에 그 말을 써본다. 하지만 곧 지워버린다.

 

 

 

수업과 영화의 공통점

 

첫 수업은 영화로 치면 오프닝과 같다. 영화의 오프닝은 그 영화의 이미지를 결정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의 역사라는 책을 쓴 히치콕Alfred Hitchcock(1899~1980) 감독은 영화가 줄 수 있는 놀라움과 재미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결정된다.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지 않은 영화를 보아줄 인내심이 있는 관객들은 그리 많지 않다.”라고 말했는데 영화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오프닝을 얼마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영화들은 오프닝에 많은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여 매끈하게 뽑아낸다. 오프닝에서 흡입력 있는 전개를 해야 사람들이 보고 싶다’, ‘궁금하다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흡입력 있게 보기 때문이다.

 

 

화려해서도 빠른 진행이어서도 이목을 잡아 끌어서도 아닌, 흥미를 불러 일으키기에 좋은 오프닝.

 

 

포레스트 검프의 오프닝은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깃털이 날아다니며 자연스럽게 포레스트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하고 시라노 연애 조작단의 오프닝은 빠른 전개로 송새벽과 류현경을 드라마틱하게 연인으로 만들어줌으로 다음 커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오프닝이 끌린다고 해서 전체 내용이 좋은 건 아니다.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화려한 오프닝으로 이목을 집중시키지만 반복되는 화려함이 오히려 식상하게 느껴져 감흥을 떨어뜨리며 국내 영화 중에서도 오프닝은 화끈한데 그게 전부인양 내용은 지지부진한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이런 경우를 바로 빛 좋은 개살구또는 용두사미龍頭蛇尾라고 할 수 있다.

키팅 선생의 첫 수업은 시선을 확 끄는 오프닝이었다. 하지만 그게 블록버스터와 같은 화려한 오프닝일 뿐인지, 전체의 흐름을 아우르는 깃털과 같은 오프닝일지는 다음 수업이 어떠냐에 따라 달라진다.

 

 

흥미를 끌기 충분했으나, 이 장면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영화.

 

 

 

시를 평가하라는 가르침에 쓰레기라 외치다

 

두 번째 수업이 시작되며 학생들은 정자세로 앉아 있고 키팅도 교사용 책상에 앉아 있다. 학교에서 가장 익숙히 보아오던 광경이다.

평범한 수업처럼 교과서를 펼쳐들고 서문에 쓰여 있는 시의 이해를 공부한다. 닐에게 읽으라고 한 후, 키팅은 책의 내용을 도식화하여 칠판에 그린다. 시를 평가하기 위해선 대상의 표현도대상의 중요도와 같은 두 가지 항목으로 수치화하여 그 점수를 곱하면 작품의 완성도가 된다는 것이다. 그때 높은 점수가 나오면 훌륭한 작품이고, 낮은 점수가 나오면 저속한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키팅이 칠판에 그린 그림을 학생들도 열심히 따라서 그린다. 이런 모습만 보면 학교에서 일상으로 이루어지는 수업과 하등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이쯤 되면 에이 뭐야~ 너무 똑같잖아. 역시 첫 수업만 이상하게 해서 낚은 거네라는 반응이 절로 나올 법도 하다.

 

 

아주 일상적인 수업 장면이다. 반가우면서도 나름 실망이 어릴 법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실망이 점차 현실이 되려던 그 순간, 키팅은 학생을 바라보며 “(서문의 내용은) 쓰레기라고 외친다. 아마도 실제로 교실에서 교사가 저런 말을 했다면 누군가는 세상에 어떻게 교사가 저런 욕설을 아무렇지 않게 하지라며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키팅에게 시를 두 가지 항목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모욕적인 일이었기에, 그 감정을 담아 말한 것뿐이다. 잘못된 것을 보고서, 부조리한 것을 보고서 욕을 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가슴 뜨거운 사람의 특권이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거침없이 교과서의 내용에 "쓰레기"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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