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수자리 졸병을 고통스럽게 하는 장군의 횡포
이 시는 북쪽 국경선에 배치된 병사들의 괴로움을 그린 내용이다. 역시 3부로 구성되었으며, 두만강가에서 수자리 사는 한 병사가 자신이 겪는 고통을 직접 들려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
변경의 춥고 황량한 환경, 그곳에서 덜덜 떨며 주린 창자를 안고 근무하는 병사들이 제1부 서장에 등장한다. 그중에 한 병사가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는 이름이 군적에 올랐기 때문에,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수자리의 고역을 치러야 한다. 병졸들은 극도로 열악한 상태에 놓여 고생하는데 반해 장군은 호의호식을 누리면서 병졸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장군의 행락은 오로지 병졸을 포함하여 백성 일반에 대한 수탈에 의해서 가능하다. “장군은 날로날로 살찌거늘 병졸들 날로날로 여위어가지요[將軍日肥士日瘠]”라는 말로 장군과 병사 사이의 모순관계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한편 이 군역의 고통을 견디다 못해 정든 고장을 떠나 두만강을 넘어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우리 민족이 북간도로 이주한 사례는 19세기 후반부터가 아니고 이미 16세기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시인은 병사의 기막힌 사연을 듣고도 바야흐로 여진족이 일어나는 정세에서 국경의 수비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줄 아는 터이라, 다만 현명하고 유능한 장수를 기대한다. 그러나 현재 그런 인물이 나오기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시인은 “오늘밤 벌써 이슥한데 마음속 끓어서 뜨겁도다[激烈中宵腸內熱]”라고 고뇌를 호소할 뿐이다.
여기 병사에게 고통을 지워준 역은 백성 일반의 역이므로, 병사의 고통은 곧 민의 현실의 일부다. 다시 말하면 병사의 질고는 특수한 사정이지만 당시 사회의 기본모순에서 발생한 것이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120쪽
1 | 관문 졸병의 구슬픈 현실 |
2 | 졸병들의 고혈을 짜내는 장군 |
3 | 장군만 바뀌었어도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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