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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민 - 매어옹행(賣魚翁行)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홍성민 - 매어옹행(賣魚翁行)

건방진방랑자 2021. 8. 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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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파는 늙은이의 노래

매어옹행(賣魚翁行)

 

홍성민(洪聖民)

 

平明籬落有市語 새벽녘 울타리에 흥정하는 소리가 있어
病夫強起開柴門 병든 사내 억지로 일어나 사립문 열었네.
一人持魚一人粟 한 사람은 물고기 가지고 있고 한 사람은 곡식 가지고 있어
上下其價聲自喧 그 값 흥정하는 소리 절로 시끄러웠네.
呼來一一問所以 불러와 한 명 한 명에게 까닭을 물어보니
魚者却與粟者言 어부가 도리어 곡식을 파는 사람과 말하네.
把竿昨夜入滄海 낚시대을 잡고 어젯밤에 바다로 들어가
一葦却犯千丈渾 하나의 거룻배 도리어 천 길의 물속으로 뛰쳐드니,
驚濤纔亢疊浪起 큰 물결[각주:1]이 비로소 높이 오르자 겹겹이 파랑 일어나서
拍盡天端控山根 하늘 끝까지 솟구쳐 오르고 산 뿌리 당기는 듯했지요.
狂風儻或不我饒 혹 미친 바람이 나에게 너그럽지 않으면
扁舠定作長鯨呑 거룻배 정해진 자리에서 큰 고래가 삼켜지기 딱이었죠.
冒百死窺一魚 백 번 죽음 무릅쓰며 한 마리 물고기 엿보아
環却滄溟投幾番 도리어 바다 속에서 몇 번이고 던졌지요.
歸來談笑對妻子 돌아와 처자를 대하며 담소하길
十鬣可備十口餐 “10마리면 10식구의 음식 준비할 수 있지.”
凌晨作急向人家 이른 새벽[각주:2]에 급히 인가를 향해 가서
粟粒庶及朝未暾 아침인데도 해 뜨기 전에 곡식 사길 바랐는데,
渠胡爲貴爾粟賤爾魚 어째서 너의 곡식을 귀하게 여기면서 나의 물고기는 천하게 여기는가?
死生輕重君須論 사생의 경중을 그대는 반드시 이야기해주시오.”
我聞翁語爲翁說 나는 할배의 말을 듣고 할배를 위해 말했다.
翁乎恐作波底魂. 할배여 파도 밑 혼이 될까 두렵소이다.
蹈危不止險不避 걷기 위험한 데 그치지 않고 험한 데도 피하지 않으면서
爲口腹死將誰冤. 입과 배를 위하니 죽은 들 장차 누굴 원망하리오.”
翁聞吾語還拍手 할배 내 말 듣고 도리어 박수 치고서
一笑不覺髥自掀 수염이 절로 실룩거리는 걸 깨닫지 못한 채 한 번 웃었네.
君不見 그대 보지 못했나.
尋常平地起波瀾 평범한 평지에서도 파도 일어나면
不啻海洋驚濤飜. 바다에서 큰 물결이 뒤집어질 뿐만이 아닌데도
前舟旣覆後舟繼 앞 배가 이미 뒤집어졌음데도 뒷 배는 따라 가니[각주:3]
名利所在爭波奔. 명리가 있는 곳에 다툼의 물결이 분분합죠.
人生有口卽謀食 사람이 태어나 입이 있으면 곧 먹을 걸 도모하게 마련,
滔滔世上人自惛. 도도[각주:4]한 세상에서 사람은 절로 어리석어지는 것이죠.“
聞來赧顔慙不對 듣고선 얼굴이 붉어져선 부끄러워 대답치 못했고
吾舌難將吾手捫 나의 혀 비틀기 어려워 나의 손으로 만져보았네. 拙翁集卷之二

 

 

 

 

 

인용

목차

문제

해설

 
  1. 경도(驚濤): ① 거칠고 사나운 파도 ② 매우 위험한 처지 [본문으로]
  2. 능신(凌晨): 새벽을 침범한다는 뜻으로, 방금 접어든 이른 새벽을 이르는 말이다. / 유의어 – 청신(清晨), 침조(侵早) [본문으로]
  3. 전주기복후주계(前舟旣覆後舟繼): 앞에 가는 수레가 엎어지면 뒤에 가는 수레는 그것을 보고 교훈을 삼는다. 앞 사람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순자(荀子)』 「성상(成相)」 [본문으로]
  4. 도도(滔滔): 1. 물이 그득 퍼져 흘러가는 모양 2. 말을 거침없이 잘하는 모양 3. 감흥 따위가 북받쳐 누를 길이 없음 4. 사조(思潮)ㆍ유행(流行)ㆍ세력(勢力) 등이 걷잡을 수 없이 성하는 넓고 큰 모양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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