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물고기 파는 늙은이의 노래
매어옹행(賣魚翁行)
홍성민(洪聖民)
平明籬落有市語 | 새벽녘 울타리에 흥정하는 소리가 있어 |
病夫強起開柴門 | 병든 사내 억지로 일어나 사립문 열었네. |
一人持魚一人粟 | 한 사람은 물고기 가지고 있고 한 사람은 곡식 가지고 있어 |
上下其價聲自喧 | 그 값 흥정하는 소리 절로 시끄러웠네. |
呼來一一問所以 | 불러와 한 명 한 명에게 까닭을 물어보니 |
魚者却與粟者言 | 어부가 도리어 곡식을 파는 사람과 말하네. |
把竿昨夜入滄海 | “낚시대을 잡고 어젯밤에 바다로 들어가 |
一葦却犯千丈渾 | 하나의 거룻배 도리어 천 길의 물속으로 뛰쳐드니, |
驚濤纔亢疊浪起 | 큰 물결 1이 비로소 높이 오르자 겹겹이 파랑 일어나서 |
拍盡天端控山根 | 하늘 끝까지 솟구쳐 오르고 산 뿌리 당기는 듯했지요. |
狂風儻或不我饒 | 혹 미친 바람이 나에게 너그럽지 않으면 |
扁舠定作長鯨呑 | 거룻배 정해진 자리에서 큰 고래가 삼켜지기 딱이었죠. |
冒百死窺一魚 | 백 번 죽음 무릅쓰며 한 마리 물고기 엿보아 |
環却滄溟投幾番 | 도리어 바다 속에서 몇 번이고 던졌지요. |
歸來談笑對妻子 | 돌아와 처자를 대하며 담소하길 |
十鬣可備十口餐 | “10마리면 10식구의 음식 준비할 수 있지.” |
凌晨作急向人家 | 이른 새벽 2에 급히 인가를 향해 가서 |
粟粒庶及朝未暾 | 아침인데도 해 뜨기 전에 곡식 사길 바랐는데, |
渠胡爲貴爾粟賤爾魚 | 어째서 너의 곡식을 귀하게 여기면서 나의 물고기는 천하게 여기는가? |
死生輕重君須論 | 사생의 경중을 그대는 반드시 이야기해주시오.” |
我聞翁語爲翁說 | 나는 할배의 말을 듣고 할배를 위해 말했다. |
翁乎恐作波底魂. | “할배여 파도 밑 혼이 될까 두렵소이다. |
蹈危不止險不避 | 걷기 위험한 데 그치지 않고 험한 데도 피하지 않으면서 |
爲口腹死將誰冤. | 입과 배를 위하니 죽은 들 장차 누굴 원망하리오.” |
翁聞吾語還拍手 | 할배 내 말 듣고 도리어 박수 치고서 |
一笑不覺髥自掀 | 수염이 절로 실룩거리는 걸 깨닫지 못한 채 한 번 웃었네. |
君不見 | “그대 보지 못했나. |
尋常平地起波瀾 | 평범한 평지에서도 파도 일어나면 |
不啻海洋驚濤飜. | 바다에서 큰 물결이 뒤집어질 뿐만이 아닌데도 |
前舟旣覆後舟繼 | 앞 배가 이미 뒤집어졌음데도 뒷 배는 따라 가니 3 |
名利所在爭波奔. | 명리가 있는 곳에 다툼의 물결이 분분합죠. |
人生有口卽謀食 | 사람이 태어나 입이 있으면 곧 먹을 걸 도모하게 마련, |
滔滔世上人自惛. | 도도 4한 세상에서 사람은 절로 어리석어지는 것이죠.“ |
聞來赧顔慙不對 | 듣고선 얼굴이 붉어져선 부끄러워 대답치 못했고 |
吾舌難將吾手捫 | 나의 혀 비틀기 어려워 나의 손으로 만져보았네. 『拙翁集』 卷之二 |
인용
- 경도(驚濤): ① 거칠고 사나운 파도 ② 매우 위험한 처지 [본문으로]
- 능신(凌晨): 새벽을 침범한다는 뜻으로, 방금 접어든 이른 새벽을 이르는 말이다. / 유의어 – 청신(清晨), 침조(侵早) [본문으로]
- 전주기복후주계(前舟旣覆後舟繼): 앞에 가는 수레가 엎어지면 뒤에 가는 수레는 그것을 보고 교훈을 삼는다. 앞 사람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순자(荀子)』 「성상(成相)」 [본문으로]
- 도도(滔滔): 1. 물이 그득 퍼져 흘러가는 모양 2. 말을 거침없이 잘하는 모양 3. 감흥 따위가 북받쳐 누를 길이 없음 4. 사조(思潮)ㆍ유행(流行)ㆍ세력(勢力) 등이 걷잡을 수 없이 성하는 넓고 큰 모양 [본문으로]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한시놀이터 > 서사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별자(母別子) - 1. 생이별하는 모자를 보다 (0) | 2021.08.09 |
---|---|
매어옹행(賣魚翁行) - 해설. 고기 파는 노인을 시와 산문에서 다루는 차이점 (0) | 2021.08.09 |
안수 - 피병행(疲兵行) (0) | 2021.08.09 |
피병행(疲兵行) - 해설. 수자리 졸병을 고통스럽게 하는 장군의 횡포 (0) | 2021.08.09 |
피병행(疲兵行) - 3. 장군만 바뀌어도 (0) | 2021.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