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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붓장인의 고달픈 현실을 묘사하다
이 시 역시 먼 길을 떠나는 필공 김원탁(金元鐸)이란 이에게 지어준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그 인물의 경력 및 성격에 비상한 흥미를 가져, 바로 그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는 서사시 형식을 택하였다.
붓이란 당시에는 필기도구로 유일한 것이었다. 그런 요긴한 물건을 제작하는 필공 또한 수공업자로 존재 의미를 지녔음이 물론이다. 필공이란 대개 고객의 요청으로, 혹은 스스로 고객을 찾아 돌아다니는 형태였다. 여기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다. 필공 김생은 시인의 집에서 백일 정도 작업을 했던바, 다시 다른 고객의 주문에 응해서 지금 멀리 종성 땅으로 찾아가는 판이다.
시는 김생을 불러 처음 일을 시키는 데서 시작된다. “성은 김이요 이름은 원탁이라[姓金名元鐸]”라고 자기소개를 하는데 시인(고객)에게 준 첫인상은 썩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한달을 겪어보고서야 그의 인품을 이해하고 좋아하게 되었거니와, 무엇보다 붓 매는 기술에 탄복한 것이다. 끝으로 멀리 북쪽 변경으로 떠나야 하는 고달픈 사정이 서술된다. 한 필공의 형상이 그의 현재와 삶의 구체적이고 풍부한 과거로 그려지는데 세태의 재미난 면을 엿볼 수 있고 또 인생에 대해서도 한번 숙연히 생각게 한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2권, 창비, 2020년, 4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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