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간결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최북을 그리다
화가 최북의 예술가적 형상을 표출한 것이다. 최북은 기인형의 개성적 인간이었다. 그의 괴벽한 성격, 유별난 행동을 전하는 전기류 기록은 더러 있는데, 「최북가」는 시 형식으로 그의 주검 옆에서 애도하며 그의 인생을 평정하는 만가(輓歌)적인 성격을 갖는 점에서 특이하다.
최북은 직업적 화가였다. 작중에서 “최북의 한미한 처지 참으로 애달픈 일이었다[北也卑微眞可哀]”라고 개탄하였듯, 직업화가는 천대받던 것이 당시의 사회 관행이었다. 그런데 『풍요속선』에 그의 시 3수가 뽑혀 있을 정도로 그는 문학적 교양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전공인 회화에서는 ‘절세(絶世)’로 평가받는 수준이었다. 그는 자신을 직업화가로 의식하여 ‘화사 호생관(毫生館)’으로 자칭했다. 붓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니, 그림을 그려 살아가는 존재임을 분명히 자각한 것이다. 그는 실제로 “아침에 한 폭 팔아 아침밥 먹고 / 저녁에 한 폭 팔아 저녁밥 먹고” (신광수 「최북설강도가崔北雪江圖歌」) 그런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좌중에 “술을 찾아 미친 듯 부르짖다가 비로소 붓을 드는데 / 대청마루 대낮에 강호 풍광이 살아난다[朝賣一幅得朝飯 暮賣一幅得暮飯]”라는 간결한 묘사에서, 그의 기인다운 면모와 빼어난 예술 기량이 현장적 실감으로 우리 앞에 전해진다.
이러한 그가 열흘을 굶주린 끝에 겨우 그림 한 폭을 팔게 되었다. 그래서 얻은 약간의 돈을 들고 돌아가는 길에 그는 술을 사 마시고 객사한다. 최북의 최후다. 거기에 허다한 이야기가 있겠고 덧붙일 감회도 적지 않을 터인데 시는 일체 생략해버렸다. 그래도 독자는 이 예술가가 고객의 천박한 기호에 영합하지 못해 굶주렸으며, 그러다 구차히 한 폭을 팔아 얻은 돈을 간직하고 돌아가는 그의 걸음은 무한히 울적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 어렵지 않다. 시는 대담하게 독자의 상상에 많은 부분을 맡겨버리고 서두에서 제기했던 문제로 돌아가 가장 불우하게 살다 허무하게 간 이 죽음의 의미를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최북가」는 서사적 구성이 더없이 간결하고도 긴장감을 준다. 그리하여 부조된 최북의 형상은 우리 18세기에 새롭게 출현한 예술가의 모습인데, 그네들의 고뇌에 찬 신음소리를 옆에서 듣는 것도 같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2권, 창비, 2020년, 421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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