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불교에서 말하는 효
불교와 유교의 충돌
효의 문제는 기독교의 격의(格義)의 틀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녔지만 이미 불교가 한자문화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민중 속에 그 정체성을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거치지 않을 수 없는 통과의례였다.
양(梁)나라의 스님 승우(僧佑)가 찬한 『홍명집(弘明集)』이나 당(唐)나라의 스님 도선(道宣, 596~667)이 증보한 『광홍명집(廣弘明集)』에 이미 불교와 유교의 가치의 충돌이 잘 묘사되어 있다. 우선 영혼이 육체와 분리되어 그 자체로 아이덴티티를 지니고 윤회한다는 신불멸(神不滅)의 생각은 음양ㆍ귀신ㆍ혼백의 자연주의적 논리로 볼 때 매우 황당한 아이디어였다. 그래서 유자들은 신멸론(神滅論: 인간의 영혼은 신체와 더불어 멸한다)을 강력히 주장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출가인이 삭발을 한다는 것도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이라고 한 『효경』 「개종명의장」의 종지(宗旨)에 어긋난다.
그리고 출가한다는 것 자체가 음양의 근본을 어기는 것이요, 효의 마당인 가정을 꾸리지 않고 독신생활을 한다는 것은 불효 중의 불효일 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종법(宗法)의 훼멸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출가자가 머리를 삭발하고, 가사를 입고, 군왕(君王)에게도 경례하지 않고, 부모에게도 절하지 않는 ‘사문불경왕자론(沙門不敬王者論)’의 문제는 요즈음 여호와의 증인 사람들이 군복무문제로 충돌을 일으키는 것보다도 더 중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무부무군(無父無君)의 세속권위 거부의 행태는 모두 효의 대본을 파괴하는 짓이었다.
이러한 불교의 행태는 유교문명에 대한 일대 도전이었으며, 역설적으로는 효의 개념을 확대시키는 계기도 되었던 것이다. 대정대장경 제3권 (No.156)에 실려있는, 7권 9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대방편불보은경(大方便佛報恩經)』은 이미 후한(後漢) 때 번역된 책으로 되어 있지만, 그것은 보다 후대에 유교의 도전을 받으면서 중국에서 구성된 한문경전임이 확실하다. 오늘의 형태로 완성된 것은 10세기 즈음으로 추정된다.
아난(阿難)이 탁발하기 위하여 왕사성에 나왔다가 6사 외도의 한 바라문으로부터 너의 스승 고타마 싯달타(瞿曇)는 아주 불효한 놈이라고 비난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세상에 태어난 지 7일 만에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하였으니 어찌 악인이 아닐소냐! 장성하여서는 궁성의 담을 뛰어넘어 몰래 출가하니 부왕은 괴로워하며 미칠 듯한 마음으로 괴로워하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부왕은 얼굴에 물을 뿌려 7일 만에야 깨어나서 큰 소리로 통곡하고 슬피 울며 말했다: “이 나라는 네 것이고 나에게는 오직 너 하나만 있을 뿐인데 어째서 나를 버리고 깊은 산으로 들어간단 말이냐!”
또 부왕이 궁전을 지어주고 야쇼다라(瞿夷, yaçodharä, 耶輸陀羅)에게 장가까지 들게 하였으나 부부의 예도 제대로 행하지 아니 하였으니 참으로 은혜를 모르는 인간이라고 비난하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불교에서 말하는 은(恩)의 의의를 설하는 경전이 바로 이 『대방편불보은경』이다.
여기서 말하는 보은(報恩)의 개념은 중국적 효(孝)에 대한 불교의 아폴로지(apology, 변명)인 것이다. 그 요점인즉슨, 윤회전생(輪廻轉生)의 기나긴 시간에서 보면, 부처님을 망은(忘恩)의 무리로서 비방하는 것은 현세에 일어난 일만에 국한하여 보는 매우 편협한 견해라는 것이다. 부처님은 아주 오랜 과거로부터 모든 중생의 부모가 되었으며, 모든 중생도 또한 부처님의 부모가 되었다. 부처님의 출가는 모든 중생을 고뇌로부터 구제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의 출가야말로 가장 큰 보은행이라고 설파한다. 참된 보은(報恩) 즉 대효(大孝)는 큰 자비심을 가지고 모든 중생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각 품(品) 안에서 부처님의 전생의 인물들이 자신의 생명을 아끼지 않고 효행을 하고, 은혜를 갚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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