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병의 『효경정의』부터 주희 『간오』, 동정 『대의』까지
그래서 원행충의 「소(疏)」 3권이 불비한 점이 있다고 판단되어, 송나라에 들어서서 진종(眞宗) 함평(咸平) 3년(1000) 3월에 그 유명한 소(疏)의 대가 형병(邢昺)이 조(詔)를 받들어, 두호(杜鎬)ㆍ서아(舒雅)ㆍ손석(孫奭)과 더불어 교정(校定) 증손(增損)하였다. 이것이 바로 형병의 『효경정의(孝經正義)』 3권이다.
이리하여 현종의 『천보중주(天寶重注)』 1권과 형병의 『효경정의(孝經正義)』 3권을 합본하고, 그 앞에 형병 찬(撰)의 「효경주소서(孝經注疏序)」 75자와【孝經者, 百行之宗, 五敎之要.自昔孔子述作, 垂範將來, 奧旨微言, 已備解乎注疏. 尙以辭高旨遠, 後學難盡討論. 今特翦截元疏, 旁引諸書, 分義錯經, 會合歸趣, 一依講說, 次第解釋, 號之爲講義也. 이상 75字】 성도부학주향공(成都府學主鄕貢) 부주봉우찬(傅注奉右撰)의 「서(序)」 454자【‘夫孝經者, 孔子之所述作也’로 시작되는 문장】를 첨가하여 성립시킨 것이 현재 가장 널리 보급되어 있는 『효경주소(孝經注疏)』 9권이다.
보통 ‘어주(御注)’라고 하면 ‘천보중주(天寶重注)’를 가리키며 ‘개원시주(開元始注)’는 중국에서도 망일(亡逸)되었다. ‘개원시주’는 다행히 일본에 보존되어 오늘 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개원시주와 천보중주의 차이는 「서문」의 이동(異同)과 주문(注文)의 증감뿐이며, 경문(經文)의 변화는 없다. 하여튼 어주가 세상에서 통용되게 되자 공(孔)ㆍ정(鄭) 이주(二)는 모두 빛이 바래버렸고, 안타깝게도 오대(五代)의 난(亂)을 거치면서 모두 사라졌다.
그 후, 북송의 옹희(雍熙) 원년(984)에 일본의 승려 쵸오넨(奝然, ?~1016)【헤이안(平安) 중기의 토오다이지(東大寺)의 학승, 코오토(京都)의 사람. 983년에 입송(入宋), 송태종을 알현】이 태종에게 『정주(鄭注)』한 책을 헌상하였고, 태종은 이 책을 비부(秘府)에 장(藏)하였다. 이 비부에 소장된 『정주』본을 사마광이 참고하였다는 것은 앞서 이미 논하였다.
그리고 고문효경은 공전(孔傳)이 사라진 본문만 남아있는 좀 기묘한 판본이 송나라 비각(秘閣)에 보존되어 있었는데, 사마광이 그 본문에 의거하여 『고문효경지해(古文孝經指解)』를 짓게 된 경위는 전술한 바와 같다. 사마광은 『지해』의 본문을 고문에 의거했다고 말하면서도, 실상은 금문인 정주(鄭注)와 어주(御注)의 본문을 대폭 수용하였으므로 『지해』의 본문은 고문인 듯하면서도 고문이 아닌 좀 엉터리 잡탕이다. 도저히 고문효경이라고 말할 수 없다.
세상에서는 이 사마광의 『지해』 본문을 ‘송본효경(宋本孝經)’이라고 부른다. 이 아리까리한 송본효경을 가지고 주자가 고문경의 모범이라 착각하고, 『효경간오(孝經刊誤)』라는 불행한 책을 지었고, 그 책의 체제에 따라 원나라의 동정(董鼎)이 『효경대의(孝經大義)』를 지었고, 바로 『효경대의』가 조선왕조의 『효경』의 대세를 장악하게 된 경위는 이미 상술한 바와 같다. 『효경』은 13경 중에서도 가장 주석의 종류가 많은 경전이기 때문에 『효경대의』 이후의 명ㆍ청대의 상황도 매우 복잡하지만 더 이상 논의할 가치가 없다. 『효경』 판본에 관한 대강의 틀은 다음의 사실만 머리속에 넣어두고 있으면 된다.
금문 今文 |
정주효경 鄭注孝經 |
당말(唐末)에 사라졌는데 송나라 태종 때 일본승 쵸오넨에 의하여 헌상되었다가 다시 사라짐. 현재 일본에 남아있는 판본들과 돈황자료로써 복원됨 |
어주효경 御注孝經 |
가장 확실하게 살아남음 | |
고문 古文 |
공전효경 孔傳孝經 |
당말에 사라졌는데 일본에 고판본이 남아 그 정체를 알 수 있다. 최고본은 『인치본고문효경(仁治本古文孝經)』(1241)이다. 인치 2년(1241) 키요하라노 노리타카(淸原敎隆, 1199~1265) 교점(校点), 나이토오 코난(內藤湖南) 박사 소장. 일본 국보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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