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회복이 있는 학급 공동체 만들기
1. 아픔을 같이하고 함께 나아가다
열대우림에서는 어느 생명체든 모두 완전히 참여하고, 모두 자기 자원을 전부 재활용하면서 협력하고 일하며, 모든 생산과 서비스는 모든 생명체가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으로 분배한다. 그것이 지속가능성이다.
-엘리자벳 사무리스(Elisabet Sahtouris)
중1 민호는 다른 사람을 직접 괴롭히기보다 자신보다 약한 친구들을 시켜서 더 약한 친구들을 괴롭혔다. 티격태격하는 친구들 사이에 껴서싸울 일을 말로 하느냐며, 싸움을 독려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 일로 인해서 혼나는 사람은 민호가 아니었기 때문에 민호의 잘못은 늘 그렇게 가려졌다. 뚜렷하게 증거를 보이지 않는 민호를 지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민호는 많은 사람 앞에서 혼나는 것을 매우 자존심 상해했다. 그래서 되도록 민호는 많은 학생들 앞에서 훈계하기보다는 주로 개별상담을 통해 지도했다. 개별 상담을 하면서 행동에 주의를 주면 대답도 잘하고 약속도 잘했다. 하지만 학급에 돌아가면 다른 아이로 변했다. 학급의 아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담임교사보다 민호의 눈치를 더 보기 시작했고, 학급의 힘은 서서히 민호에게로 집중되어 가고 있었다.
많은 아이들 앞에서 민호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 나름 개별 상담으로 해결해 오고 있는데,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의 최선은 엉뚱한 결과로 내게 돌아오고 있었다. 학급 분위기는 쉽게 서로를 돕고 배려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 여전히 왕따를 당하는 여학생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민호 중심으로 남자 아이들이 모여들면서 학급 내에 권력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1년 동안 큰 사고는 없었지만, 학급 안에서 긴장감과 냉랭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살얼음을 걷는 듯 하루하루를 지내야 했다. 참담하다. 민호를 힘으로 눌렀어야 했나? 이런 상황에서 담임으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말하고 듣기
3년 후,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 평화 수업을 하러 갔다. 이 학급은 특별히 학생들이 교사의 지도에 따르지 않고, 욕설이 난무한 남자 아이들 중심으로 세력 다툼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쉬는 시간, 교실과 복도는 남자 아이들의 몸싸움 놀이로 소란스럽다. 다음날 수업 준비물로 담임교사가 교실 한쪽에 정리해놓은 스티로폼은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변신해서 반쯤 부러지거나 훼손되었다. 땀을 뻘벌 흘리며 신이 나게 노는 모습은 좋게 봐주면 천진스러운 아이들의 풍경이라고 이해해볼 수도 있겠으나, 학급 물건을 훼손하고 옆으로 지나다니는 친구들을 서로 밀치거나 덮치는 모습은 위험하고도 무질서해 보였다. 그러다 결국 두 남학생 사이에서 진짜 싸움이 벌어졌다. 영신이는 재광에게 사과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있었고, 재광은 “내가 언제 때렸냐”며 맞대웅하고 있었다. 두 남학생의 대립이 첨예해지면서 주변에 남학생들이 하나둘 둘러 모였다.
그 순간, 수업 종이 울렸다. 나는 그때 두 시간의 평화 수업 중 한 시 간을 이미 진행했고 나머지 한 시간의 수업을 남겨놓은 상태였다. 두번째 수업 시간을 위해 교실로 향했을 때, 교실은 이미 흩어져 있는 스티로폼과 쓰러져 있는 의자 등으로 아수라장이었다. 씩씩거리는 두 아이를 발견하고 다가가자, 주변에 모여 있던 아이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 물었다. 영신이는 재광이가 발로 자신의 다리를 차고도 사과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재광이는 영신이의 발을 찬 적이 없다며 왜 사과를 해야 하느냐고 따졌다. 나는 전날 밤늦게까지 준비한 평화 수업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부탁을 했다. “너희들의 억울한 마음을 들어보고 싶어. 그런데 선생님이 준비한 수업이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고 이 시간을 잘 사용하고 싶어. 우선은 수업을 하고, 마친 뒤에 선생님과 있었던 일에 대해 천천히 나누면 어떨까? 남은 수업을 위해 선생님을 좀 도와줄 수 있겠니?” 두 아이들은 내 말에 수긍을 했고, 일단 자리에 앉아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한 시간 동안 서로를 알아가는 게임을 해서 아이들의 마음이 조 금은 말랑말랑해졌다고 생각했고 두 번째 시간에는 평화적 의사소통 방식을 연습해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싸움으로 인해서 학급아이들의 마음은 다시 경직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때의 교실 풍경은 이랬다. 학생들은 원형으로 앉아 있고, 영신이와 재광이는 서로 마주 보는 위치에 있었다. 둘은 서로 감정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눈빛으로 쏘아보며 인상을 쓰고는 소리 나지 않는 입 모양을 주고받고 있었다. 아마도 서로를 비난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옆에 앉아 있는 친구가 긴장된 모습으로 두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고, 다른 쪽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가세를 해서 영신이를 향해 비난하는 얼굴 표정과 입 모양을 해 보이기 시작했다. 또 한쪽에서 한 남학생은 재광이를 향해 한 손으로는 손가락질을, 한 손으로는 자신의 배를 감싸며 키득키득 소리 없이 웃었다. 어떤 여학생은 얼굴에 생기가 사라졌고 그런 남학생들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조그만 소리로 한 여학생이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흥얼거리는 여학생을 흘깃 쳐다보는 또 다른 학생이 보였다. 영신이와 재광이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소리 없는 싸움에 학급의 모든 아이들이 술렁이고 있던 것이다. 학급의 한두 명이 이 싸움에 거들기 시작했고, 아이들의 관심은 수업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목소리를 높이고 칠판율 두드리며) 애들아, 선생님한테 주의를 집중해줄래? 여기 앞에 보고. 있잖아….”
교사의 주의 환기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집중은 자연스럽게 교사로부터 두 학생의 소리 없는 싸움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은 배움에서 떠나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수업을 계속 진행한다면. 아무도 듣지 않는 수업을 교사가 혼자 떠들게 되는 것이다. 교사가 앵무새처럼 떠드는 그 끔찍한 수업을! 학생들이 듣든 말든 진도를 나가기 위해 앵무새처럼 떠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확 깨웠다. 의미 없는 수업을 멈춰야겠다, 아이들의 삶과 단절되어 있는 이 수업을 내려놔야겠다. 그래서 밤새 준비한 수업은 내려놨다. 그리고 동그란 원에 아이들과 함께 앉아서 나의 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얘들아.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니? 신경 쓰이는 게 많아? 음. 선생님도 즐겁지가 않네. 기운도 빠지고.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선생님 혼자 얘기하려니 답답하기도 해. 두 친구들의 작은 다툼이 있었는데, 이 문제에 대해 다같이 얘기해보는 시간을 갖는 게 어떨까? 그러면, 영신이와 재광이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간단히 말해줄래?”
그러자 영신이와 재광이가 쉬는 시간에 있었던 일을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해주었고, 나는 한 명이 이야기하면 다른 한 명에게 상대가 한 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짧게 반복해주도록 했다.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모두 조용히 듣고 있었다.
“말해줘서 고맙다. 선생님은 여기에서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따지기보다는, 일어난 일들로 인해서 우리가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지에 대해 모두 말하고 듣는 시간을 갖도록 해보자. 선생님이 듣기로 오늘 영신이와 재광이 사이에 있었던 일은, 학급 친구들 사이에서도 거의 매일 반복되는 일인 것 같구나. 쉬는 시간에 놀다가 부딪치는 일들이 많은데, 누군가는 그 일로 마음이 상하고 누군가는 그 일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기고. 오늘 이 일과 관련하여 너희들의 마음은 어떤지 돌아가면서 말해보자. 돌아가면서 말할 때는 몇 가지 부탁할 것이 있어.토킹 피스를 돌리면서 모두 동등하게 말할 기회를 가질 거란다. 토킹 피스를 가진 사람만 말할 수 있고, 그 시간은 온전히 그 사람의 것이란다. 그래서 토킹 피스를 가진 사람이 말할 때는 모두가 그를 존중하며 듣기를 바래. 나와 다른 의견일지라도 그의 경험에서는 진실이란다. 말하는 사람은 그 일로 인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솔직하게 말해주렴. 진실한 이야기가 힘이 있단다. 그리고 여기서 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고, 여기서 나눈 이야기를 다른 반 친구에게 말한 다거나 쉬는 시간에 이야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토킹 피스를 선생님부터 시작해서 왼쪽으로 돌아갈 것인데, 만약 말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은 통과를 선택할 수도 있단다. 통과를 선택한 사람은 나중에 다시 말할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자, 그럼 선생님부터 시작할게. (잠시 침묵) 선생님은 싸우는 모습을 보고 걱정이 되기도 했고, 어제 밤새 준비한 수업을 못하게 되어서 무척 아쉽고 속상해.”
토킹 피스가 왼쪽으로 돌아가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심정을 말했다. 여러 느낌들이 나왔다. 교실에서 싸워서 짜증나요, 화나요, 또 싸우나 싶어서 지겨워요. 긴장돼요, 좀 무서워요, 난 재미있어 크크, 억울해요, 열 받아요, 신경이 쓰여요…. 다행히 모든 학생들은 통과를 선택하지 않았고 작은 목소리로나마 참여해주었다. 한 명의 학생이 재미있다고 했고 나머지 학생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모두 말해주어서 고마워. 이런 일들로 인해 누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선생님은 준비한 수업을 못하게 되었어. 왼쪽으로 돌아가면서 얘기해볼까?”
학생들은 자신을 포함하여, 담임선생님과 부모님들, 교장선생님이 영향을 받았다고 답해주었다.
“모두 솔직하게 말해주어서 고마워. 사소한 일처럼 보이지만, 개인적인 일을 넘어서 모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구나. 앞으로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지 또는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이야기해볼까? 선생님은 학급이 평화로웠으면 좋겠고, 부딪치는 일들을 줄이기 위해 좁은 교실에서는 뛰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번에도 아이들은 빠짐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해주었다. 싸울 때는 밖에 나가서 싸웠으면 좋겠어요,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다른 친구와 부딪치면 바로 ‘미안해’라고 말해요, 주먹을 사용하지않아요, 욕하면 더 싸우게 되는 것 같아요, 재미있는 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평화로운 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싸우려고 할 때 말리는 사람이 있어야 해요…. 한 바퀴 다 돌아갈 즈음에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이번에도 모두 솔직한 생각과 좋은 의견들을 나누어 주어서 고맙다. 우리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한 사람의 행동이 파동처럼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있단다. 너의 불행이 나의 불행이 되고, 너 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단다. 준비된 수업을 하지 못해서 선생님은 아쉬웠지만, 이번 시간에 여러분들이 나누어준 이야기로 인해 더 많은 것을 배워서 기쁘단다. 몇 가지 좋은 제안들이 있었는데, 이런 것들을 함께 실천해보기를 바래. 오늘 모두에게 감사해요.”
서로의 이야기를 모두에게 말하고 또 그것을 전체가 모두 듣는 시간을 보낸 뒤, 학급 안에 맴돌던 긴장감은 사라지고 아이들의 얼굴도 평안 해졌다. 씩씩거리던 두 학생도 어느새 안색이 돌아왔고, 학급 안에는 평화와 안전의 분위기가 맴돌았다.
이 아이들에게 이날 평화 수업이 무엇이었을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자신들의 삶과 연결된 갈등이나 문제들을 직접 평화적으로 해결해보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 배움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위의 사례를 꺼낸 것은, 앞서 언급한 몇 년 전 나의 문제 해결 방식과 비교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학급 안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아이들과 공개적으로 나누지 못한 채 개별적인 상담과 만남으로 해결해보고자 혼자 고군분투했다. 학급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능력없는 교사로 여겨졌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혼자서 해결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혼자서 이렇게 저렇게 시도했던 일들은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엉뚱한 결과로 흐르거나, 상황이 변하지 않거나 했다. 그러고 나서 지치면 ‘나는 교사로서 자질이 부족해.’라는 식으로 자신을 비난하거나, ‘요즘 애들은 문제가 있어. 무책임하고 이기적이야.’라고 아이들을 비난했다. 그러나 여전히 길은 보이지 않았다.
교사가 최선을 다하지만, 교사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회복적 생활교육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문제 해결 과정에 공동체가 모두 참여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도움이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대초원과 열대우림 같은 성숙한 생태계에서는 적대적 경쟁을 하기보다 협력할 때 더 진화한다. 고도로 복잡한 열대우림 같은 생태계는 특히 여러 생명체들이 서로 협력하는 걸 배웠기 때문에 수백만 년을 거치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성숙한 시스템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열대우림에서는 어느 생명체든 모두 완전히 참여하고, 모두 자기 자원을 전부 재활용하면서 협력하고 일하며, 모든 생산과 서비스는 모든 생명체가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으로 분배된다. 그것이 지속가능성이다.
-수라 하트ㆍ빅토리아 캔들 호드슨, 정채현 옮김, 『내 아이를 살리는 비폭력 대화』, 아시아코치센터, 2009, 35쪽.
환경생물학자인 엘리자벳 사투리스의 말처럼, 인류의 성숙한 생태계 시스템의 원리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다. 그러면 학생들에게 어떻게 학급 공동체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게 하고, 그들에게 책임을 돌려줄 것인가? 또 그들에게 어떻게 협력을 이끌어낼 것인가?
교사는 문제에 답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내려놔야 한다. 왜냐하면 교사는 문제의 답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답은 문제의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교사는 학생들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고, 열린 공간에서 학생들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말하고 들을 수 있도록 격려해주면 된다.
앞서 내가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과 함께한 것은, 발생한 일에 대해서 의미를 발견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탐색하기 위한 ‘문제 해결 서클’ 과정이었다. 문제 해결 서클에서 중요한 것은 ‘질문’이다. 우리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회복적 질문’【박성용, ‘서클프로세스 소개 워크숍’ 워크북. 비폭력평화물결. 2013. 2.】이라고 표현한다.
1) 무슨 일이 있었나요?
2) 그때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나요?
3) 그 이후로 무슨 생각을 했나요?
4) 당신이 한 일로 누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나요? 어떤 방식으로?
5) 일을 바르게 하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6) 우리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도와주기를 원하나요?
회복적 질문을 중심으로 모두가 동등하게 말하고 듣는 과정을 통해, 학급에서 발생한 일에 대하여 탐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결과로 얻어지는 공동의 지혜는 공동체의 소속감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동등하게 말하기는 공동체에 힘을 분배하여 권력이 소수에 집중되는 것을 약화시킨다. 그리고 ‘문제가 되풀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도움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공동체와 개인을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한 약속이 학생들로부터 나와서 논의되어야 한다.
공동체가 함께하다
‘공동체의 참여‘는 회복적 생활교육의 핵심 원리 중 하나다. 교사 대상으로 생활교육 연수를 진행할 때, 교사들에게 ‘무엇이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준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 여러 학교 현실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중에 많이 나오는 내용이 ‘학부모의 협력 부재’다. 안타깝게도 우리 학교 현실은 단절로 인해 불신의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래서 생활교육 과정에서 학부모와 마찰이 늘어나고 있다. 학부모와 협력적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생활교육은 실질적으로 어렵다.
그렇다고 학부모에게 협력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학부모가 학교를 불신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 학부모의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어떻게? 문제 해결 과정에 학부모를 초대하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특별히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때. 이제까지는 문제 당사자 학부모는 참고인일 뿐이었고 모든 학교 폭력 문제 해결 과정에서 소외되어 왔다. 그러나 대화의 장으로 불러서 발생한 일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고 있고 어떤 도움이 필요하고 무엇을 책임질 수 있는지에 대해 동등한 목소리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가 슈퍼맨인 것처럼 모든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교사가 혼자서 해결하려 할수록 ‘힘’과 ‘권위’에 의존하여 학생을 통제하려고 애쓰게 된다. ‘공동체 구성원인 학생, 학부모와 힘을 나누어라. 서로 도움을 요청하고 서로 도움을 받아라.’ 그것이 성숙한 생태계 시스템의 원리다.
2. 관계가 우선인 학급
모든 것에는 관계성이 존재한다.
우주의 모든 것은 다른 것과 관계를 맺을 때에만 오직 존재할 수 있다.
어떤 것도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혼자서 살 수 있다는 개별적 존재인 척하는 것은 그만두어야 한다.
- 마거릿 휘콜리(Margaret J. Wheatley)
관계성을 강화하다
인간은 독립적인 존재이면서 동시에 공동체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관계적 존재다. 회복적 생활교육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인간 본성인 ‘관계성’을 단단하게 유지ㆍ강화시키고, 훼손된 관계는 복구하고 회복하는 것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에서 관계성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① 관계는 공동체 형성의 중심이 된다.
② 규범을 어긴 것이 잘못이라기보다는 그로 인해 관계가 훼손되는 것이 잘못이다.
③ 학생들 간의 관계성이 강화되면, 교실은 ‘배움을 위한 안전한 공간’이 된다.
④ 발생된 모든 문제는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관계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라는 의미는, 교실에서단절된 관계를 ‘연결’과 ‘공감’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공감적 대화가 필요해
수업을 마치고 종례를 하기 위해 교실로 향했다. 전달해야 할 가정 통신문을 한가득 들고 교실 문을 열었을 때, 아이들은 자리에 앉아 있지 않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아이들은 쉽게 담임에게 집중해주지 않았고, 한참을 저희들끼리 떠들다가 몇 번이고 조용히 하라고 외쳤을 때에야 비로소 자리에 앉았다.
겨우 조용해진 아이들을 향해 이것저것 전달 사항들을 말하고, 가정 통신문을 나눠주면서 내일까지 반드시 다시 제출할 것을 당부하였다. 그때 맨 앞에 앉아 있던 남학생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휴, 지겨워. 또 잔소리.” 그 한마디에 그때까지 참고 있었던 나의 분노가 폭발할 것 같았다. 바로 이런 순간들이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가 단절될 위기 상황이다.
학생: 아휴, 지겨워. 또 잔소리….
교사: 뭐? 너 지금 뭐라고 말했어? 일어나서 다시 말해봐. 선생님한테 예의 없이 그게 할 소리야?
만약 교사가 이렇게 반응한다면, 상황은 관계가 단절되는 방식으로 흐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는 어떻게 단절의 방식이 아닌, 관계 중심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학생: 아휴 지겨워. 또 잔소리….
교사: 00야, 지겹고 힘드니? 종례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
학생: 네,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친구들과 축구하기로 약속했는데….
교사: 약속이 있구나?
교사: 선생님도 좀 피곤하다. 종례를 빨리 마치려면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해. 전달 사항들이 많은데, 잠시 선생님한테 집중해줄래?
학생: 네.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말에 고분고분하지 않을 때, 그것을 습관적으로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 학생을 옳고 그름의 잣대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교사의 이러한 반응은 학생들과 관계 단절을 불러와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셜 로젠버그는 이때 상대방에 대해 평가나 비난을 하기보다, 상대의 느낌과 욕구를 확인하고 그것을 공감해 주는 것이 관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으면서 공감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방식인 ‘비폭력 대화’는 학생이 교사의 말을 잘 듣도록 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교사’ 또는 학생’이라는 지위나 역할에서 벗어나, 존재로 만나고 연결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존재로 만날 때, 학교는 권위에 의한 질서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존중이 기반 되는 질서와 조화가 가능하게 된다. 관계가 단절될 위기 상황에서 상대를 남과 비교하거나 평가하고 비난하기보다는 그의 느낌과 욕구를 공감해주는 대화 방식을 취할 때 상대를 적이 아닌 친구로 볼 수 있게 되며, 관계성을 강화시키고 서로의 필요와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마음을 먹게 한다.
갈등을 평화롭게 전환하는, 회복적 서클
교실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다양한 학생들이 모인 만큼, 다양한 요구와 차이로 인해서 수많은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학생 사이에 갈등이 발생되어 문제가 되었을 때, 관계 중심의 문제 해결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갈등 발생
초등학교 4학년 학생 세 명이 교무실로 쪼르륵 들려온다. 담임 선생님은 매우 화가 나 있다. 불려온 아이들은 장난 많은 민찬이, 반장인 재 규, 부반장인 정혁이다
담임교사: 너희들! 여기 서 있어. 민찬이, 너! 음악 선생님한테 방금 들었는데, 수업 시간에 상진이를 발로 났다며? 어떻게 날마다 사고니?
아이들: (몸을 흔들거리며 서 있다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씩 웃는다.)
담임교사: 흔들거리지 말고 똑바로 서! 어쩜 너희들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니? 반장과 부반장은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지 못하고 왜 너희들이 더 떠들어? 음악 선생님이 우리 반이 제일 시끄럽다고 하셔. 반장과 부반장이 하는 일이 도대체 뭐야?
아이들: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
담임교사 : (한숨을 쉰다.)
그때 마침 옆에 있던 회복적 서클을 할 줄 아는 P교사가 중간에 개 입한다.
P교사: 선생님, 많이 힘드시겠어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이 아이들과 대화를 해보고 싶은데, 어떠세요?
담임교사: 네, 그렇게 하세요. 얘네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매번 말썽만 부리니….
P교사: 얘들아, 반갑다. 선생님이 듣기에 민찬이가 상진이의 발을 찼다고 들었는데, 상진이는 지금 어디에 있어?
재규: 교실에 있어요. 제가 데리고 올까요?
P교사: 그래, 고마워. 민찬이는 상진이가 오면 선생님하고 좀 더 얘기할 수 있겠니?
민찬: 네….
P교사: 반장과 부반장은 상진이를 데리고 오면 교실에 들어가도 좋아. 재규, 정혁: 네. (신나게 뛰어 나간다.)
곧 상진이가 교무실에 들어오고, 상진이와 민찬이를 나란히 자리에 앉게 했다.
상호 이해하기
여기서 초점은, 갈등의 당사자가 자기 생각을 내려놓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 ‘적’ 이미지를 해소하고 상대를 인간화하는 데 있다
P교사: 내가 듣기로 민찬이가 발로 상진이를 찼다고 들었는데, 그로 인해 지금 어떤지 얘기해줄래?
상진: 민찬이가 줄을 서지 않고, 내 앞에 섰어요. 그건 잘못이잖아요.
P교사: 민찬아, 지금 네가 무엇을 들었는지, 들은 대로 말해줄래?
민찬: 줄서지 않고 자기 앞에 선 것이 잘못이래요.
P교사: 상진아, 네가 말한 내용이 맞니?
상진: 네.
P교사: 그 일로 인해 지금 어떤지,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니?
상진: 없어요.
P교사: 민찬이는 그 일로 인해서 어떤지 말해줄래?
민찬: 줄을 서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발로 먼저 찬 건 상진이에요. 상진이가 차니까 저도 찬 것뿐이에요.
P교사: 상진아, 들은 대로 말해줄래?
상진: 줄서지 않은 것은 잘못이 맞는데, 발로 먼저 찬 것은 저라고 했어요.
P교사: 민찬아, 네가 한 말이 맞니?
민찬: 네, 맞아요.
P교사: 민찬이는 그와 관련해 더 할 말 없니?
민찬: 없어요.
P교사: 상진이는 어떤 말이 하고 싶니?
상진: 저는 그저 줄을 제대로 서라고 살짝 건드렸을 뿐이에요. 그런데 민찬이는 저를 세 번이나 세게 발로 찼어요.
P교사: 민찬아. 지금 무엇을 들었니? 들은 대로 말해줄래?
민찬: 줄을 제대로 서라고 살짝 제 다리를 건드렸고, 제가 상진이 다리를 세게 세 번 찼다고 했어요.
P교사: 상진아, 그 말이 맞니?
상진: 네, 맞아요.
P교사: 더 할 말이 있니?
상진, 민찬 :아뇨
자기 책임
여기서 초점은, 서로의 진심과 소중한 것을 듣는다는 점이다.
P교사: 상진이는 왜 민찬이를 발로 건드렸니? 그때 상진이에게는 무엇이 중요했어?
상진: 음…. 질서요. 질서가 중요했어요
P교사: 민찬아, 무엇을 들었니?
민찬: 질서가 중요하대요.
P교사: 말해줘서 고마워. 그러면 민찬이는 상진이를 발로 찾을 때. 무엇이 중요했니?
민찬: 얘가 저를 찼으니까 저도 차죠.
P교사: 음. 민찬이는 너 자신을 보호하고 싶었던 거니?
민찬: 네. 제가 맞기만 하면, 저를 우습게 불 수 있잖아요.
P교사: 상진아, 무엇을 들었니?
상진: 자기를 우습게 볼까 봐 찼대요.
P교사: 그보다 민찬이에게는 자신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들은 대로 말해줄래?
상진: 자신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어요.
P교사: 민찬아, 그게 맞니?
민찬: 네.
동의된 행동 계획하기
이 단계에서 초점은, 소중한 것을 이루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동의하기, 서로의 삶에 기여하기다.
P교사: 너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진이는 질서가 지켜지는 게 중요했고 민찬이는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아. 질서와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모두 중요한데, 이것을 위해 각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줄래? 그리고 이를 토대로 상대방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해줄래?
민찬: 저는 새치기하지 않고 줄을 잘 설 수 있어요.
상진: 저도 말로 먼저 할게요. 발로 차지 않고요.
P교사: 서로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니?
민찬: 상진이에게 사과하고 싶어요.
상진: 저도 사과하고 싶어요.
P교사: 그래? 그럼 서로 마주보고 해볼래?
상진, 민찬: 미안해.
서로 악수를 한다.
P교사: 고맙다. 서로를 위해 사과하는 너희들이 참 대견스럽고 자랑스럽구나.
아이들은 서로를 보며 웃는다. 그리고 교실로 다시 돌아간다.
이 이야기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의 사례다. 에너지 넘치는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들에게 갈등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왜 갈등이 벌어졌냐고 꾸지람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본다. 오히려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도록 돕고 안내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위의 사례에서 사용된 중재 프로그램은. 도미닉 바터(Dominic Barter)가 브라질 빈민가에서 시도했던 화해 프로그램으로 범죄율을 낮추는 데 기여한 것으로 유명한 ‘회복적 서클’이다. 기법이 매우 간단해서 적용하기도 어렵지 않다. (물론 복잡한 갈등 상황에서는 좀 더 훈련된 기술들이 필요하다.)
이 회복적 서클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상호이해 단계 그때 그 일로 인해 지금 당신이 어떤지, 누구에게 말하고 싶나요? → 무엇을 들었나요? → 그것이 맞나요? →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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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책임 단계 그 행동을 했을 때, 당신에게는 무엇이 중요했나요? → 무엇을 들었나요? → 그것이 맞나요? →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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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된 행동 계획 단계 모두의 소중한 것을 위해 각자 무엇을 할 수 있나요? →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 상대의 제안에 동의하나요? → 동의하지 않는다면. 다른 의견이 있나요? |
학생들의 갈등을 중재할 때 교사가 유의할 점이 있는데, 그것은 훈계 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다. 교사의 개입이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교사가 훈계를 하거나 잘잘못을 판결하려는 것이 원인일 때가 많다. 일어난 사건에 따른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서로에게 들리고 공감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판결은 당사자들로 하여금 억울함과 분노를 더욱 자극해 관계가 악화되기 십상이다.
교사가 학생 사이에 일어난 일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 것은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다. 교사는 옳고 그름을 판단해주고 가르치는 것이 교육자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교사가 그런 노력을 할수록 갈등은 더욱 악화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의 해결책은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교사가 대신 해결책을 내놓으려고 애쓰기보다는 당사자인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것이 휠씬 더 도움이 되며 문제도 쉽게 해결된다.
관계 중심으로 문제 해결 시스템 마련하기
발생한 문제가 관계 중심으로 해결될 수 있기 위해서는 개인적 노력뿐 아니라, 공동체 시스템이 관계 중심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도미닉 바터는 회복적 시스템 구축을 매 우 강조하고 있다. “캠핑을 떠났다고 했을 때, 배가 고픈 다음에 나무를 수집하기보다는 배가 고프기 전에 나무를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우리는 이것을 ‘갈등 부엌’이라고 말한다. 갈등이 있으면 갈 수 있는 곳, 즉 갈등 부엌을 만들어놓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음식이 필요할 때 부엌에 가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다. 갈등이 발생하기 전에 공동체가 갈등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미리 정하는 것이다. 회복적 시스템을 던 저 지어놓고 회복적 서클을 진행하는 것이다.”
특별히 아직 회복적 실천이 문화적으로 정착되지 않았을 때, 학교 폭력과 같은 심각한 관계 훼손이 발생하면 쉽게 응보적 방향으로 흐르기가 쉽다. 이럴 때, 관계 중심으로 마련된 문제 해결 시스템은 우리가 무의식적이고 습관적인 대처를 돌아보고 평화적 방식으로 전환하게 하는 교사 역할을 할 것이다.
3. 있는 그대로 만날 때 비로소 변화한다
만약 우리가 적의 숨겨진 역사를 읽을 수만 있다면, 각자의 슬프고 고통스러운 인생에 공감해서
모든 적대감을 무장해제시킬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된 것이다.
-헨리 W. 롱펠로우(Henry W. Longfellow)
10월의 가을 어느 날, 00고등학교로부터 117 신고를 받은 경찰이 학교에 다녀갔다. 그런데 경찰이 가해자를 만나고 간 후에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찾아 가서 “너 묻어버린다. 죽어버려.”라 말한 것이다. 피해자는 알코올과 라이터를 가지고 상담교사를 찾아가서 “저 자살할 거예요!”라고 했다. 그렇지만 상담교사는 다시 학생부를 찾아가 이 일을 알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제껏 학생부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경고와 처벌이 있어 왔는데, 이로 인해 피해가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상담교사는 일주일 전에 교사 대상 ‘회복적 생활교육 워크숍’에서 배운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해보기로 시도했고, 나는 이 선생님의 부탁으로 회복적 서클 진행을 위해 이 학교에 방문하게 되었다.
처벌의 악순환
00 고등학교는 학교를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이 1년에 80여 명이 되고, 학생문제로 경찰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여기 학생들은 학교와 교사들에게 반항하고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이 기본이라, 학생들로 인한 상처 때문에 1~2년이 지나면 전출을 희망하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일주일 전 워크숍 기간 동안에 내가 교사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회복적 생활교육의 내용과 철학에 대해서 모두 동의하지만, 본교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다 맞는 이야기인데요, 우리 학교 애들은 안 돼요. 기본적인 대화조차 안 되는 애들이에요.” 일반 학교에서는 드물게 경험하는 일들도 이곳 학교에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선생님들의 고통을 들으면서, 나는 선생님들께 “그래도 시도해보세요. 용기를 내서 도전해보세요.”라고 감히 말할 수 없었다. 그저 아픈 마음으로 같이 들어주는 것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교실 현장에서 교사의 절망과 무기력. 그런 일들로 인해 나 또한 얼마나 울었던가.
워크숍을 통해 처벌의 방식이 아닌 만남과 대화를 통해 풀어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은 배웠지만, 막상 현실에서 일이 벌어졌을 때는 여전히 처벌중심으로 흐르는 상황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교사의 무기력감이 상담 선생님과의 통화에서 나에게 전달되었다. 그래서 주저 없이 다음날 아침 00 고등학교로 향하겠다고 약속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다음날. 막상 아침에 학교로 출발하려니 내 마음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선생님들로부터 전해들은 학교와 가해 학생들에 대한 정보가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고등학교 1학년으로 가해 학생 중에는 보호감찰 대상자가 있고, 학년 짱이라 학생들도 무서워하는 폭력적인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117 신고로 경찰이 왔다 갔는데도 겁도 없이 다시 피해 학생을 찾아가서 땅에 묻어버리겠다는 엄포를 놓은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모아놓고 대화 모임을 하자고 하면, 욕설부터 내뱉지 않을까? 그 아이들의 문제 해결 방식이란 폭력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거짓말로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적반하장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들에게 대화를 요청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설사 대화 모임에 참여한들, 진행자가 요청하는 대로 순순히 따라올까? 내게 행패를 부릴 수도 있지 않겠나? 회복적 서클을 진행은 했지만 결국 실패한다면, 워크숍에 참여했던 선생님들은 더욱 실망하지 않을까? 나도 하지 못하는 일을 교사들에게 시도하라고 하는 것은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가…. 걱정이 꼬리를 물고 올라왔다.
그러고 나서 잠시 후에, 다른 질문이 올라왔다. ‘나는 왜 그 학교에 간다고 했지?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 후에 나는 좀 더 명료해질 수 있었다. 전화로 전달되는 교사의 절망과 무기력감! 그 절망과 무기력감에 빠져있는 교사와 함께 있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아픔과 고통이 있는 사람들과 같은 마음으로 있어주고 공감해주면서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내가 알고 있는 해결책은 없다. 선생님과 함께 있어주자, 그리고 아이들의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들어주는 일에 힘을 보태자. 그것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니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면서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학생 내면의 소리 듣기
피해 당사자인 정우를 만났다. 정우는 몸이 왜소한 편으로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내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1학기 초부터 사소한 괴롭힘에 시달려 오다가, 1학기 말에 괴롭히는 아이들을 학교 폭력으로 학생부에 신고한 적이 있었다. 그때 어느 정도 화해가 되었던 것 같았는데. 2학기가 시작되면서 전혀 달라진 것 없이 다시 괴롭힘이 반복되었다고 했다. 쉬는 시간에 수업 종이 울려도 교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복도에서 만나면 목을 잡히거나 헤드락을 당하고, 담배를 비싼 가격으로 사게 했고, 교과서 모서리로 정수리를 여러 차례 맞았던 기억과 수시로 욕설과 발로 차인 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학생부가 아닌 경찰에 직접 신고를 했는데. 오히려 자신을 찾아와서 묻어버리겠다고 말해서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정우를 괴롭힌 현선이와 승택이를 한 명씩 만날 차례다. 특별히 나는 가해 학생들을 만날 때 더욱 깊이 귀 기울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해 학생들에 대해 내가 지니고 있는 선입견과 이미지와 생각들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있는 그대로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짧은 자기 공감의 시간을 가졌다. 자기 공감을 위해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했다. 현선, 승택 두 학생과의 관계에서 나는 무엇을 기대하는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만나고 싶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듣고 공감하기를 원한다. 길지 않은 자기 공감 시간은 나의 마음을 차분하고 평화롭게 해주었다. 그리고 학생들을 한 명씩 만나 대화를 시작했다.
두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자기 행동을 반성하기보다는 정우의 잘못을 들춰냈다. 정우도 그럴 만한 행동을 했는데, 자신들에게만 잘못했다고 해서 억울하다고 했다. 나는 정우의 행동으로 그들이 겪었을 내면의 경험을 수용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그래서 억울했구나.” “이해받는 것이 중요했어?” “친구로 다가왔지만 너희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시선이 불쾌했던 거야?” “네 얘기를 들어보지고 않고 다짜고짜 경찰이 소년원에 갈 수도 있다는 말을 해서 분했다는 거니?” “네가 엎드려 잘 때 방해받고 싶지 않았구나.” “반복되는 일들로 짜증이 났다는 거지?” “너희들끼리는 그런 식으로 놀아도 오해하지 않는다는 거지? 헤드락을 하거나 욕을 해도 너희들 사이에서는 장난으로 받아주고 있다는 거구나.” “넌 친구라면 선입견 없이 바라보는 것이 진실한 친구라고 생각하는구나.”….
현선이와 승택이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지 나는 판단하지 않고 그들의 내면을 들어주기만 했다. 그러기를 30분 정도 지난 후부터 아이들의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행동이 정우에게는 불안하고 무섭게 느껴졌을 것이고, 상대가 그렇게 느꼈다면 자신들의 행동은 잘못이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런 점들은 사과하고 싶고, 이 일과 관련하여 정우를 만나서 대화할 의사가 있다며 대화 모임 참여에 동의를 해주었다.
개인별로 진행하는 사전 대화 모임을 마치고 난 후에, 드디어 세 명 모두를 한 자리에 초대해서 둥그렇게 앉았다. 개인별로 사전 모임을 했지만, 막상 세 명 모두가 모여 대화를 시작하니 현선이와 승택이는 정우를 비난하거나 자기변명을 했다. 정우는 상대 아이들로부터 몸을 돌려 앉았고, 고개도 못 들었다. 대화 모임에 긴장감과 두려움. 분노의 분위기가 올라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분노와 비난 뒤에 있는 진짜 마음을 확인하고 서로에게 들려주는 일이었다. 그렇게 비난이 아닌. 비난 뒤에 숨어 있는 내면의 진실들이 오가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고. 분위기는 평안하고 부드러워져 갔다. 그들의 대화 속에서 웃음 섞인 소리가 새어 나왔고, 얼굴의 긴장감은 서서히 온화하고 평화로워졌다. 아이들은 진심으로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구체적인 약속들을 탐색해 나갔다. 그래서 대화 모임 3시간 만에 9가지의 제안과 약속을 만들어 냈다. 정우는 어느새 숙였던 고개를 들고 현선이와 승택이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끝난 후 승택이와 현선이의 대화 모임 소감은 이러했다. “왜 진작 우리에게 물어봐주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우리를 보면 다짜고짜 화내고 혼내기만 해요.” “어른들은 우리를 겁주려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더욱 반항하고 싶어져요. 나도 더 이상 당하고만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선생님들도 그렇고. 애들도 우리를 무서워해요. 우리를 선입견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때마다 정말 화가 나요.” “우리도 말로 하면 잘 알아들을 수 있어요.”
자기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다
응보적 정의가 처벌에 집중하는 것에 비해, 회복적 정의는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 집중한다. 피해와 가해 학생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금세 모두가 피해자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피해를 당한 사람이 우선적으로 회복되어야 할 것이다. 승택이와 현선이도 친구를 괴롭히는 행위를 했지만. 그들은 이미 사회나 어른들로부터 받은 피해를 민수에게 전도하고 있었다. 승택이와 현선이는 어른들의 부당한 대우와 편견이 피해 의식이 많았는데. 그들의 문제 해결 방식은 힘을 사용하여 겁을 주거나 제압하고 강요하는 것이었고 대화 방식은 상호작용이 아닌 일방통행 방식이었다. 그들의 이러한 삶의 방식은 그들을 양육하고 가르친 기성세대와 사회로부터 온 것이다. 그들은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교에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이 사회에서 낙오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사회는 많은 부분에서 그들의 삶의 주도권과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었다. 그들이 삶의 주도권을 경험할 수 있는 때는 주로 힘을 휘두를 때였다. 힘을 사용할 때에 비로소 그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힘은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었다.
삶의 주도권을 침해당한 것은 피해 학생도 마찬가지다. 가해 학생에게 자신의 주도권을 빼앗긴 채, 존재의 무가치함과 수치심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피해 학생에게도 가해 학생에게도 회복되어야 할 우선순 위는 ‘삶의 주도권’이다. 피해 학생에게 삶의 주도권 회복이란, 가해 학생에 의해서 삶이 좌우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해자로부터 직접 진정성 있는 사과와 피해 보상. 재발 방지 약속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가해 학생에게 삶의 주도권 회복이란. 자발적인 책임을 지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제껏 잘못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 없이 일방통행식 처벌을 받아야만 하는 무기력한 경험을 해 왔다. 그러한 무기력은 수치심을 낳게 된다. 여기서 자발적 책임이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직면하고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으로 피해 회복에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가해 학생은 자기 존재 가치를 침해당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잘못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승택이와 현선이의 경우에는 대화 모임을 시작할 때부터. 정우도 그럴 만한 행동을 했다고 하면서 억울해 했다. 사과를 해도 모자를 판인데, 오히려 억울하다고 하면 적반하장으로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들의 그러한 내면의 경험을 존중하며 진심으로 들어주었을 때, 오히려 그들은 자신의 문제를 바로 보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은 이번 대화 모임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훼손당하지 않으면서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고. 그런 과정으로 오히려 떳떳한 삶으로 회복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내면의 힘 기르기
가해 학생의 경우 공감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 문제 해결력 등 자신의 삶을 통제하기 위한 능력이 부족하고. 자존감도 낮았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상이나 벌, 조종과 같은 외부의 통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내면의 힘을 키워서 삶의 통제력과 주도권을 확장시키는 것에 초점을 둔다. 우리의 교육 문제 중 하나는, 학생들에게 내면의 힘을 키워주기보다 는 외부의 통제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 통제에 의존한 수동적인 삶의 태도는 학생들의 성장과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생들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것이 교육의 핵심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시작이다
교사는 습관적으로 학생을 판단하고 잘못을 고쳐주려는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이러한 교사의 의도는 학생으로 하여금 교사로부터 마음의 거리를 두게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교사에게 저항할 준비를 하게 한다. 교사가 압력을 가할수록 학생은 마음의 문을 꼭꼭 닫은 채 숨어버린다. 학생들의 진실한 내면의 소리를 듣고 대화하고자 한다면 판단을 멈추고 그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기다려주어야 한다.
영혼은 야생동물과 같아서 거칠고 활달하며 노련하고 자립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수줍음을 탄다. 야생동물을 보려면 숲에 들어갈 때 절대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나오라고 불러대선 안 된다. 오히려 살금살금 걸어 들어가서 한두 시간 정도 나무 밑에 앉아 조용히 기다려야 한다. 그때 기다리던 동물이 모습을 나타내고 우리가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야생의 모습을 만날 수 있게 된다.
- 파커 파머, 홍윤주 옮김,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한문화, 2012, 22쪽
파커 파머는 인간 내면의 영혼을 야생동물에 비유하면서, 참자아를 만나기 위해서는 잠잠히 기다려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이들의 깊은 내면에서 솟아나는 진실과 소통을 하고자 한다면, 그들을 대화의 자리로 초대하고 사랑의 마음으로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 그때에야 비로소 마음의 문이 열리고 진실한 소통이 가능하다.
잘못한 행동을 한 학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교사가 아니라 학생 그 자신의 내면의 힘에 의해 가능할 뿐이다. 교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변화의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분노와 폭력의 공간을 평화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판단을 멈추고,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판단을 멈춘다는 것은, 상대방의 문제점과 무지를 부정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대 의 행동에 대해 재판관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기’에 머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학생들과의 긴장과 두려움이 있는 공간을 평화와 은총이 초대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보고, 경험하고 있는 일들을 사랑으로 감싸면서 변화의 공간을 만들어줄 때,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사라지고 평화와 사랑이 공간에 들어 서며 용서와 사과, 화해가 가능해질 것이다.
4. 갈등이 성장과 배움의 기회가 되다
지금 직면하고 있는 모는 문제가 변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를 직면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변화될 수 없다.
- 제임스 볼드원(James Baldwin)
평화란 무얼까?
우리 반 아이들은 말이 많은 편이다. 아이들과 나누는 친밀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담임의 성향 탓인지, 아이들은 담임인 나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친밀함은 좋은데 질서가 부족하다. 아이들 사이에 자주 티격태격한다. 하루에도 이러쿵저러쿵 일이 많고, 그로 인한 속상함과 불만으로 담임을 찾아와 말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좀 조용히 평화롭게 살고 싶은데 아이들은 왜 그렇게 자기주장도 세고 문제도 많은지, 옆 반과 비교하면 나는 기가 죽는다. 옆 반의 담임교사는 카리스마가 있다. 담임 교사가 한마디만 하면 아이들은 군소리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한다. 교감 선생님은 그 반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정작 옆 반 교사는 아이들이 자신을 무서워하여 다가오지 않는다고 고민스러워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무섭게 해서라도 아이들이 말을 잘 듣도록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학급에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한숨이 나고 짜증이 난다. 갈등이 없는 평화로운 곳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
평화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폭력의 부재 또는 갈등이 드러나지 않는 상태라고 쉽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평화는 단순히 평온한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평화운동가인 히즈키아스 아세파(Hizkias Assefa, 1948~ )는 “진정한 평화는 갈등이나 폭력의 부재 이상을 의미한다. 평화는 대결적이고 파괴적인 상호 작용을 좀 더 협력적이고 발전적인 관계로 전환시키는 과정이다.”【히즈키아스 아세파, 이재영 옮김, 『평화와 화해의 새로운 패러다임』, KAP, 2007, 19쪽】라고 말한다. 즉, 평화란 인간 삶의 자연스러운 현상인 갈등을 평화적이고 협력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러한 평화의 관점은 갈등을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것으로 보지 않으며 오히려 변화의 동력으로 이해한다. 물론 갈등에 직면하면 우리는 신체적으로 몸이 근거나 열이 나고, 정신적으로 긴장하거나 분노하게 된다. 이러한 신체적ㆍ정서적 경험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갈등을 아예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갈등이 없는 사회를 상상해보자. 갈등이 없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위계질서가 분명하고 억압적인 사회일수록 갈등은 드러나지 않는다. 무섭고 엄격한 교사의 학급은 대체적으로 조용하고, 마치 갈등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갈등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무서운 교사의 학급은 갈등이 억압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 드러나지 않는 데, 갈등은 억압되면 억압될수록 골이 깊어지고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반면에 허용적인 교사의 학급은 갈등이 잘 드러난다. 엄격한 학급에 비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불편함이나 갈등을 표현한다. 하지만, 드러난 갈등을 방치하거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교사는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여 통제력을 잃고 학급은 혼란에 빠지고 무질서해질 수 있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교실에서 많은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때로 갈등이 커져서 욕설이나 폭력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갈등을 가슴에 묻어두기만 하는 아이들도 있다. 갈등의 에너지는 매우 커서 공격적으로 분출하거나 반대로 회피하고 도망치게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공격적 분출이나 회피는 갈등의 에너지를 발전과 성장으로 이끌지 못하게 하고 오히려 우리의 삶을 위태롭게 한다.
갈등을 성장과 배움의 기회로 삼고, 그러기 위해서 드러난 갈등을 평화적으로 전환시키자. 이를 위해 교사는 교실이 개인이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되도록, 불편함에 대해 서로 소통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을 고쳐나가기 위해 협력하는 공간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배움과 성장의 기회가 되는 갈등
중2 승수를 처음 만난 것은 학교 폭력으로 신고된 문제를 ‘회복적 서클’로 해결하려는 과정에서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승수와 정혁이 사이에 쌓여왔던 갈등이 한 사건에 의해 폭발되었다. 승수와 정혁이는 오랫동안 같은 학급 또는 같은 동아리 부서로 자주 교류하는 사이였지 만, 승수의 과격한 행동으로 정혁이는 상처를 받고 있었다. 승수의 과격한 행동은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하지 않는 습관에서 나오는 생각 없는 장난이었고, 정혁이는 그때마다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았다. 그것이 누적된 것이다. 무조건 징계하기보다는 회복적 서클을 통해 서로의 피해와 고통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부모님과 학생부장, 상담교사, 그리고 당사자인 학생들이 모이기로 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승수는 그날 나타나지 않았다. 다행히 승수의 어머니가 자리에 나오셔서 피해자의 마음을 잘 읽어주셨고 사과를 했다.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 몇 가지 약속이 합의가 되었다. 별도로 승수를 만나서 대화를 시도했지만, 승수는 할 말이 없다며 오랫동안 침묵만 지키다가 돌아가곤 했다. 승수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했고, 평소 ‘욱’ 하는 성격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두렵게 하기도 했다. 승수는 그렇게 학교에서 문제 많고 제멋대로인 골치 아픈 학생이었다. 승수를 복도에서 만나기만 하면 나는 대화를 요청했는데, 처음 몇 번은 마지못해 오더니 나중에는 거부하거나 멀리서 보면 도망을 가기까지 했다.
그렇게 대화를 거부하던 승수가 2학기가 시작되는 첫날부터 상담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놀라운 변화였다. 그 이후 승수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복적 서클 모임을 여러 차례 제안했고, 그렇게 나의 단골 손님이 된 승수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회복적 서클을 선전하고 다녔다. 그런 승수의 홍보 덕분에 나는 대화 모임을 진행하느라 2학기 내내 더욱 바빠졌다.
2학기를 마치면서 주빈에서 지켜보던 교사들이 승수가 많이 변했다고 했다. 한 선생님은 “승수가 자존심도 세고 거칠 것이 없었잖아요. 타인을 볼보거나 돌아보는 마음이 있기보다는 자기 법대로 행동하는 경우 가 많았고요. 그런 승수가 정말 많이 변했어요. 얼마 전에는 찌질이라고 여기면서 상대도 하지 않던 아이들에게 자기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조언을 부탁하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랬어요. 갈등을 겪으면서 아이가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아요.”라고 하셨다. 승수가 참여했던 회복적 서클을 마치면서 나누었던 대화는 내게 큰 보람과 기쁨을 주었다.
서클 진행자: 여러분들이 다시 감동이 생겼을 때. 또 다시 회복적 서클을 선택할 건가요? 그리고 주변의 친구들에게도 회복적 서클을 추천해보고 싶은가요?
승수: 그래야죠. 크크…. 그때는…. 여기(승수가 앉았던 자리를 가리키며)는 다른 싸운 아이들이 앉고, 여기(서를 진행자의 자리)에는 이제 우리가 앉아야죠.
서클 진행자와 서클 참여 학생들: (잠시 무슨 말인지 생각을 하다가 그 의미를 알고 모두 크게 웃으며 환영의 박수를 졌다.) 하하하~
짧은 순간이었지만 승수로부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선물을 받은 듯 기쁘고 행복했다. 승수는 많이 변해 있었다. 특히 자신의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다른 친구들의 행동을 판단해 왔던 자신의 행동 패턴을 발견했고, 친구들을 함부로 대하던 행동들이 줄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쏟아내기 전에 다른 사람의 말을 조심스럽게 듣는 태도도 생겼다.
그 후 3학년이 된 승수는 학생자치회 임원으로 선출되어 학교 행사를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하는 역할을 했다. 더 이상 승수는 문제성 있고 골치 아픈 아이가 아니었다. 또 반가운 소식은 승수 반의 이야기다. 한 학기 동안 승수와 같은 학 급 학생들이 회복적 서클을 많이 경험했다. 학기를 마칠 즈음 담임선생 님의 고백은 나를 감동시켰다.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어요. 어느 순간에 친구들이 싸우면 중간에 한 명이 끼어서 중재를 하는 거예요….”
1년 동안 승수와 그 학급의 변화는 놀라있다. 분명 아이들은 자신의 갈등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어 평화적으로 다뤄지는 과정을 통해서 내면의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 같다. 내면의 변화는 태도의 변화와 타인과의 관계 패턴 변화를 가져왔다. 그것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서서히 학급의 문화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갈등은 아주 뛰어난 교육적 소재다
갈등을 어떻게 교육적 소재로 삼아서 성장과 배움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까? 사실 대부분 교사는 학생들의 갈등을 접하게 되면, 누가 잘했고 못했는지 완결을 내리고 학생들에게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화해를 억지로 시킨다. 그래서 오히려 갈등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교사는 갈등에 대해서 마치 재판관처럼 행동하기보다는 갈등을 중재하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 갈등을 평화적으로 다루는 실천 모델들이 소개되고 있다. ‘회복적 정의 조정자모델(VORP)’, ‘NVC 중재’, ‘도미닉 바터의 회복적 서클’, ‘회복적 컨퍼런스’ 등이 있다. 이중 브라질의 빈민가에서 시작된 ‘회복적 서클’의 전체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회복적 서클의 과정 | ||||
⇒ | ⇒ | |||
사전 서클 갈등을 상징하는 행위 확인 갈등의 의미 이해하기 참여 동의를 확인하기 |
본서클 상호이해 자기 책임 동의된 행동 |
사후 서클 참가자 복지 조사하기 새로운 행동들 축하하기 혹은 탐구하기 |
사전 서클
‘사전 서클’은 본격적인 서클의 전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진행자와 갖는 일대일 대화 모임이다. ‘사전 서클’에서 참여자는 진행자와 공감하는 대화를 통해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명료한 이해를 하게 되며, 그 과정을 통해 ‘본 서클’에 참여할 준비를 하게 된다. ‘사전 서클’에서 참여자는 서클의 과정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갖게 된다.
본 서클
‘본 서클’은 갈등 당사자 중에 ‘사전 서클’을 통해 참여 동의를 한 사람들이 만나서 여는 대화 모임이다. ‘본 서클’에서는 발생한 일로 인해서 각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진실하게 말하고, 깊이 듣는 시간이다. 이 대화 모임을 통해 자신이 상대에게 지녔던 적 이미지를 해소하고, 서로의 인간성을 회복하게 된다.
사후 서클
‘본 서클’에서 동의한 행동 계획을 일정 기간 동안 실천한 이후 다함께 평가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후 서클’의 목적은 계획한 행동 실천을 평가함으로써 잘된 것에 대해서는 축하와 감사를 나누고, 계획대로 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애도를 나누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이다.
회복적 서클의 특징적인 대화 방식은 한 사람이 말을 하면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들은 대로 반복해주는 것이다. 들은 대로 반복함으로써 상대의 말을 마음으로 듣게 되어 공감이 극대화된다. 간단한 기술이지만 반복은 매우 효과적이다.
엄연히 보면, 회복적 서클의 자리는 원수가 만나는 곳이다. 그래서 참여자들은 회복적 서클에 올 때는 싸울 준비를 하고 온다.(물론 사전 서클을 통해 감정이 많이 내려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회복적 서클 과정을 통해 참여자들은 상대방에 대한 적 이미지를 해소하게 되고 그의 존재 그대로블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의 복지를 위해 협력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발생한 피해가 회복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약속을 세우게 된다. 그 과정은 매우 경이롭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회복적 서클 참여자들의 후기에는 회복적 서클의 이러한 경이롭고 아름다운 면모가 간접적으로 드러나 있다.
참여자의 후기
∙ 처음에는 걱정되었는데요, 음.. 잘 돼서 좋고요. 처음에 이런 방법으로 하는지 몰랐어요. 상대방의 말을 반복해주는 것이 놀이로 하는 줄 알았어요.
∙ 처음에는 하기 싫었고 그래서 마음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이야기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풀리고 이해가 되었어요. 친하게 예전처럼은 못해도 다른 애들처럼 인사도 하고 간단한 문자나 이야기를 편안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편안해졌어요. 역시 샘과 말하니까 도움이 되네요. 화해할 수 있어서 좋아요.
∙ 마음이 좀 나아졌어요. 답답했었는데 속이 후련해졌어요.
∙ 솔직히 말하면, 대화하자고 했을 때 내가 엄청 따져서 얘네들이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면, 사과 안 받아주려 했어요.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아! 이게 아닌데 했는데,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흐흐. 잘된 것 같아 되게 좋아요.
∙ 원래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끝까지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전투태세로 왔는데 평화 협정을 맺어버렸네요. 크크. 기분이 좋아요.
학생들 대부분이 원하는 것은, 상대를 패배시키고 자신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자신의 필요와 욕구가 존중되고, 서로의 관계가 회복되는 일일 것이다. 회복적 서클을 통해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용감하게 직면한 이후의 대가는 이렇게 ‘신기하고’ ‘후련하고’ ‘기분 좋은’ 것들이었다.
직면할 때 비로소 성장한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갈등 ‘해결’이 목적이 아니라, 갈등 ‘전환’이 목적이다. 승수와의 1년을 보내면서, 갈등은 단번에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승수의 갈등 회오리를 접할 때마다 나는 회 복적 질문을 통해 마음을 공감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마다 갈등의 회오리 방향이 조금씩 평화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승수의 내면에 새로운 도전을 받고 마음이 움직이며 행동이 변화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생태철학자 조안나 메이시(Joanna Macy, 1929~2009)는 “가재가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낡은 각피를 벗어야만 한다. 이것이 파괴의 고통을 동반하는 ‘긍정적 해체’이다. ”라고 말했다. 갈등은 성장을 위해 가재가 낡은 각피를 벗는 ‘긍정적 해체’의 과정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스럽지만,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직면해야 한다.
갈등은 미숙한 관계에서 성숙한 관계로, 파괴적인 경쟁에서 생산적인 협력 관계로, 상대에게만 이해를 요구하는 이기적인 태도에서 상호 이해를 추구하려는 변화와 성장의 과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 변혁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 히즈키아스 아세파, 이재영 옮김, 『평화와 화해의 새로운 패러다임』, KAP, 2007, 94쪽
갈등에 잠재된 강력한 변혁의 힘을 평화적으로 전환하는 방법은 강압이나 통제와 같이 거칠고 센 방법이 아니었다. 오히려 공감하며 대화 하고 서로에 대해 마음을 열고 합의해 나가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과정 을 통해서 가능했다. 갈등은 고통스럽지만, 갈등을 오히려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직면했을 때 우리에게 비로소 배움과 성장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갈등은 고통스럽지만, 갈등을 오히려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직면했을 때 우리에게 비로소 배움과 성장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5. 동등함이 주는 힘, 서클 회의
건강한 공동체는 사람들이 참자아에 대한 의식은 확장하도록 돕는다.
공동체 안에서만 자아를 주고받고 귀기울이며 말하고,
존재하고 행동하는 자연스러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동체가 약해지고 사람들이 서로 접촉하지 않으면
자아는 위축되고 우리 자신과의 접촉도 약해진다.
-파커 파머
아침 자습 시간에 복도를 지나다 보면, 학급마다 다양한 풍경들을 비교해볼 수 있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한 학급, 연신 ‘조용히 해!’라고 말하는 교사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학급, 교사의 지도에도 온통 와글와글한 학급까지 다양하다. 사실 시끌벅적한 학급의 담임교사는 능력이 부족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학급의 교사는 능력 있다는 식의 생각이 적지 않다. 학생들에게 일사불란한 질서와 학급 안에서 정숙하는 태도를 교육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진짜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일사불란하게 된 동기, 학급 안에서 정숙한 태도를 갖게 된 동기가 교육적이냐’ 하는 것이다.
행동 선택의 동기가 공동체를 존중하기 위해서라면, 그것은 아름다운 교육적 성과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부분 학생들의 행동 동기는 ‘억압에 의한 순종’이다. 힘이 있는 교사의 지시는 잘 따르지만 힘없는 교사의 지시는 잘 따르지 않는 것을 보면, 아이들의 이러한 행동 동기가 더욱 쉽게 드러난다. 지금의 학교와 학급 질서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협력’이 아니라 ‘억압에 의한 순종’에 의해 작동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억압에 의한 순종’은 지배 구조를 만들어 내고. 민주주의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안타깝게도 학생들은 이미 위계적인 지배 구조의 교육 환경 속에 둘러싸여 있고, 그로 인해서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것이 어렵다. 교사는 학생들의 행동 수정을 위해 억압’을 사용하는 생활지도 방식이 결과적으로 학급에 지배 구조를 낳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축소판인 교실
첫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이때의 교실은 마치 정글과 같다. 아이들은 모든 촉각을 동원해서 가까이 지낼 친구와 멀리할 친구를 가려낸다. 이 때 중요한 기준은 ‘힘’이다. ‘힘’이 있는 사람과는 가까이 지내도 되지만.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거나 힘이 없는 사람과는 가까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칫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불이익이나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 사이의 힘겨루기는 3월 내내 진행되다가 4월이 되면 어느 정도 학급의 서열이 정해지면서 정리가 된다. 이때 아이들의 관계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학급 카스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불평등한 관계에 의한 지배 질서가 존재한다.
소수에게 힘이 집중되는 학교ㆍ학급 ‘짱’의 존재. 학교 폭력이 발생해도 침묵하는 ‘방관자’, 약자에 대한 따돌림 현상 등등… 오늘 우리가 학교에서 겪고 있는 폭력적 현상들은 힘에 의한 질서로 구축된 현 사회구조의 결과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경험하고 배운 대로 ‘힘의 논리’로 살고 있으며, 그들이 만들어낸 작은 사회인 교실은 이 사회의 지배 구조를 그대로 옮겨놓은 축소판일 뿐이다.
지배 구조의 집단 vs 힘을 공유하는 공동체
미국의 교육학자인 알피 콘은 학급은 ‘집단’이 아니라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알피 콘이 언급하고 있는 ‘집단’과 ‘공동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집단 (거짓 공동체) | 공동체 |
-구성원들은 집단에 봉사하기 위해 개인적인 욕구를 유보해야 한다. -사회적 질서에 복중과 충성을 강조한다. -집단의 일치를 중요시한다. -급우들의 압력이 존재한다. -목적은 ‘순응’이다. -과정이나 가치보다는 결과적인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 학급의 풍토는 안정. 온정. 신뢰와 멀어져 있다. |
-진정한 공동체에서 개인은 소멸되지 않는다. -공동체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들을 보호하고 신장시키며. 개인들 간의 관계에서도 동일한 가치로 격려한다. -진정한 공동체는 악전고투에서 발생한다 -학생들은 쟁점에 항상 동의하는 것은 아니고 격론, 논쟁, 야단법석, 격분이 진정한 공동체를 성장시킨다. |
알피 콘이 말하는 것처럼, 진정한 공동체에서는 결코 개인이 소외되 지 않으며, 일사불란한 일치를 보이기보다 자연스럽제 논쟁과 격론들이 발생한다. 우리는 단순하게 ‘전체’가 먼저인가 ‘개인’이 먼저인가 하는 식의 이분법적 시각에 갇혀 있다. 하지만, 진정한 공동체는 개인과 공동체를 대립적 관계로 보지 않으며, 개인과 공동체는 본성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공동체는 개인의 회생을 요구하는 ‘집단주의’와 공동체 약속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개인주의’를 넘어선다.
진정한 공동체란?
회복적 생활교육은 진정한 공동체를 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한 성찰 질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진정한 공동체란 생기 있는 공동체로서 개인의 필요가 공동체 의 목적에 반영되고, 개인은 공동체의 약속을 존중한다. 개인의 필요가 반영된 공동체는 개인들의 열정을 이끌어내어 시너지가 발생하고 활기를 얻게 되며, 개인의 주관성은 공동체를 통해 보다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지혜로 성장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볼 수 있다. 학교나 학급의 목표와 규칙은 학생들의 필요가 반영되어 있는가? 아니면 학교와 교사의 필요를 대변하고 있는가? 개인의 필요가 학급 안에서 자유롭게 표현되고, 개인의 주관적 필요가 공동체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보완되는 과정이 있는가?
둘째. 진정한 공동체는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성장시킨다. “진정한 공동체는 사람들이 참자아에 대한 의식을 확장하도록 돕는다. 공동체 안에서만 자아를 주고받고, 귀 기울이며 말하고, 존재하고 행동하는 자연스러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동체가 약해지고 사람들이 서로 접촉하지 않으면, 자아는 위축되고 우리 자신과의 접촉도 약해진다.”라고 말한 파커 파머의 말처럼 개인은 공동체와의 연대와 돌봄 속에서만 온전한 존재로 성장할 수 있다.
학생들은 학급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취약점이 수용되고 보호받고 배려받고 있는가? 아니면. 자신의 취약점으로 인해 수치심을 경험하고 있는가? 학생들은 자신의 강점을 격려 받고, 성장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받고 있는가? 아니면 오히려 자신의 강점이 위축되고 있는가?
셋째, 진정한 공동체는 힘을 공유하는 공동체다. 힘이 소수에게 집중되거나 소수의 압력에 의해 공동체가 휘둘리지 않는 상태다. 모든 구성원들은 동등하게 말할 권리를 갖는다. 우리 학급은 목소리가 큰 사람이나, 평소 말 많은 사람만 의견을 제시하는가?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가? 아니면, 비난에 대한 두려움으로 솔직한 자기 표현을 억제하는가?
동등하게 말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간단한 도구로 ‘토킹 피스’가 있다. 이는 케이 프라니스가 정리한 『서클 프로세스』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토킹 피스를 가진 사람만 말할 수 있고. 참여자들에게 토킹 피스는 차례로 건네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끈다. 토킹 피스를 받은 사람은 다른 참여자들의 집중을 오롯이 받으며 방해받지 않고 말할 수 있다. 토킹 피스는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고, 남의 말은 주의 깊게 듣고, 깊이 생각한 후 반응하고, 서두르지 않고 말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다른 사람 앞에서 만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참여자가 있을 수 있는데, 토킹 피스를 건네받았다고 해서 꼭 말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케이 프라니스, 강영실 옮김, 『서클 프로세스』, KAP, 2012. 22쪽
오랫동안 폭력 행동의 심리적 메커니즘과 폭력 예방을 연구해 온 정신과 교수 제임스 길리건은 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이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 구조’라고 강조한다.
…폭력이라는 전염병을 없애는 열쇠는 사회 시스템의 변화였다. …나는 매사추세츠와 샌프란시스코라는 아주 판이하게 다른 두 곳의 교정 환경에서 벌인 연구가 수치심의 윤리라고 부른 가치 체계와 수치 문화라고 부른 사회ㆍ문화 체계(둘 다 불평등, 사회적 신분 위계, 권위주의를 미화하고 극대화한다)가 모든 유형의 폭력을 자극하며, 그런 신념과 행동을 제거하고 집단 안에서 맡은 역할과 상관없이 모두가 모두를 동등하게 존중하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 관계로 바꾸는 것이 폭력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가설이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제임스 길리건, 이희재 옮김.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교양인, 2012, 183쪽
제임스 길리건의 연구는, 힘이 동등한 평등한 사회 구조에서는 폭력 치사율이 낮으며, 지배체제인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폭력 치사율이 높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즉, 힘을 공유하는 평등한 사회가 지배 구조의 사회보다 평화롭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교실은 진리를 실험하는 공간
교실은 배움의 공간이자, 진리를 실천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학급은 진리의 공동체다. 교실이 강압적인 힘이 작동되는 위계질서의 세계를 학습하게 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간디가 자신의 비폭력적 삶의 실천을 진리의 실험이라고 말한 것처럼, 교실은 힘의 공유와 구성원 사이의 존중과 협력, 민주주의, 진정한 공동체와 같은 진리를 실험하는 공간이다.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와 교사는 학생들이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진리를 실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야 한다. 교사는 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다. 교사가 제시한 답은 문제의 수많은 답 중 하나일 뿐이다. 교사는 학생들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한 과정에 함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힘을 공유하는 공동체’를 실험하기 위한 효과적인 도구 중 하나가 바로 ‘서클 프로세스’다.
서클은 참여자들이 탁자 없이 둥글게 배치된 의자에 앉는다. 모인 사람들은 때때로 의미 있는 물건을 가운데 두고 참여자들의 공유된 가치와 공통점을 상기시켜줄 응시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서클의 둥근 형태는 공유된 리더십, 동등함, 연결과 포용을 상징하는 동시에 모든 참여자들로부터 오는 집중, 책임의식, 참여를 촉진한다.
-케이 프라니스, 강영실 옮김. 『서클 프로세스』. KAP, 2012. 22쪽
단순하게 말하면, 서클은 둥그렇게 앉아서 돌아가면서 말하는 구조이다. 서클은 안전한 공간에서 동등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효율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힘을 공유하는 서클 회의
새롭게 구성된 30여 명의 중학생 간부들과 4시간 동안 회의가 있었다. 그날의 회의 주제는 ‘학생회의 목표와 연간 활동 계획 토론 및 발표’였 다.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회의 방식은 안건을 확인하고, 의견이 있는 사람이 자원해서 말하고 동의와 재창을 통해 의견을 통과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회의 방식의 어려움은 목소리가 큰 사람 중심으로 회의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늘 말하던 사람이 말하고, 늘 말이 없는 사람은 여전히 침묵하게 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공동체 모두의 목소리를 담기가 어렵게 된다. 그래서 이날 학생회 회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말할 기회를 갖도록 ‘서클 회의’를 하기로 했다.
진행자: 오늘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시간은 새롭게 구성된 학생회 간부들끼리 서로를 알아가는 시 간과 학생회의 연간 활동 계획을 위한 토론 시간이 될 것입니다. 오늘은 서클의 진행 방식으로 회의를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둥글게 앉은 것은 우리 모두가 동등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각자는 여기에서 동등한 한 표로 존재할 것이며, 이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가는 사람은 우리 모두입니다. 여기 말하기 도구로 토킹 피스를 준비해 왔습니다. 이 토킹 피스의 사용법은, 이것을 가진 사람만이 말할 수 있으며, 그 사람은 그 시간과 공간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토킹 피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을 존중해주기 위해서 그 사람의 말에 온 주의를 집중하고 경청해주십시오. 또 토킹 피스는 말하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직 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통과를 하실 수 있습니다. 통과를 하신 분은 이후에라도 다시 말하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진행자: 지금부터 서클 회의를 시작할 것입니다. 토킹 피스가 돌아 가면 동등하게 말하고, 잘 듣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할지, 왼 쪽부터 돌아가면서 말해보겠습니다.
학생 1: 다른 사람에게 들리도록 큰 목소리로 말합니다.
학생 2: 누군가 말할 때 옆 사람과 말하지 않습니다.
학생 3: 장난하지 않습니다.
학생 4: 경청합니다.
……
진행자: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여러분 각자가 학생회 활동을 통해 충족하고 싶은 욕구들이 무엇인지 말해봅시다. 욕구 목록표를 참고해서 한 사람 당 3개 정도 말해주세요.
학생들: (학생들이 발표한 내용은 모든 사람이 불 수 있도록 칠판에 기록한다.) 재미, 공동체, 성장, 도전, 협력, 아름다움, 신뢰, 배움, 봉 사, 참여, 희망….
진행자 : 여러분 개인이 학생회 활동을 통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봤습니다. 여기 여러분이 말씀해주신 욕구들 중에서 올해에 학생회가 중요하게 여겼으면 하는 것을 선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에 나와서 해당하는 것에 스티커를 붙여주세요.
학생들: (앞으로 나와서 스티커를 붙인다.)
진행자: (학생들이 많이 표시한 욕구들을 확인한다.) 감사합니다. 이러한 것을 이루어 내기 위해 학생회에서 어떤 것을 계획해볼 수 있을까요? 부서별로 모여서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토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서별 회의도 서클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즉, 돌아가면서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냈고. 한 장의 전지에 정리하도록 했다.
진행자: 긴 시간 동안 여러분 모두가 적극 참여해주고 부서별 계획도 잘 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활동이 어땠나요? 돌아가면서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학생들: 재미있었어요. 마음이 평온해졌어요. 기대가 되요. 뿌듯해요 안정이 되요. 훈훈해요. 흡족해요. 생기가 돌아요….
학생들 후기
• 서클이 재미있었다.
• 서클이 좋았다. 왜냐하면 다 같이 말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 임원끼리 친해지고 계획도 구체적이다.
• 많은 회의를 통해 친해진 것 같다.
• 서클 돌리면서 말하는 것,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 서클 게임을 통해 평소 친하지 못했던 친구들과 더 친해진 느낌.
• 다같이 말하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도 들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 부서의 계획 발표가 열정적이어서 좋았다. 내 의견을 효과적으로 낼 수 있어서 좋았다.
• 부서 활동과 단합심이 커지고 불편했던 것들이 해소된 것 같다.
• 학생 임원들의 구체적인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다.
• 대의원회에서 들어보지 못했던 의견이 많았다.
• 자신감 있게 발표할 수 있어서 좋았고 선배들과 친근해진 것 같아 좋다.
• 서로의 의견과 느낌을 나누었던 점.
• 다 같이 이야기하고 웃고 회의한 것 같아 재미있었다.
• 음.. 뭔지 좋았다.
공동체 안에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개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며 개인의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서클에서 돌아가며 말하기는 결과적으로 공동체의 힘을 자연스럽게 분배한다. 뿐만 아니라, 개인의 주관적 생각들이 서로 다른 의견들과 소통되는 과정을 통해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공동의 지혜로 발전하게 되는 과정을 보게 된다.
그러나 힘을 나누는 서클 프로세스라는 도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사의 ‘함께하는 리더십’이다. 교사가 여전히 힘을 사용해서 통제하려고 하는 한, 어떠한 도구도 억압의 도구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교사가 답을 알려주거나 통제하려고 하는 것을 내려놓고, ‘힘을 나누는’ 진리의 실험에 N분의 1로 함께 동참해야 한다.
6. 모두가 동의한 규칙일 때 즐겁다
합의란, 이용가능한 모든 자원을 사용하여 창조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결정 과정이다.
-제이 율(Jay Hall)
교사의 필요를 채우는 학급 규칙
학년 초가 되면, 나는 멋지게 학급 운영 계획을 짜기 위해서 많은 공을 들인다. 먼저 학급 운영에 있어서 바람직한 교육 철학과 학생 상, 학급 상을 그리고, 그에 맞는 구체적인 급훈과 실천 계획과 학급 규칙을 정한 다. 정리된 내용을 파워포인트로 구성하여 첫날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학부모 총회 때 학부모들에게 브리핑을 하며 협조를 당부한다. 그런데 해마다 학급의 실천 계획이나 규칙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음은 내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주로 사용해 왔던 나의 학급 운영 계획서다.
학급 운영 실천 계획
1. 복습노트 쓰기: 매 시간, 수업 내용을 간단히 메모하고 다음날 자습 시간에 테스트 받는다.
2. 독서 시간 운영: 아침 15분간 독서.
3. 빈 그릇 운동: 급식 남기지 않기 운동.
4. 가정 방문: 3월말~4월 초 운영 예정.
학급 규칙
1. 지각하지 않기: 8시30분까지 입실하지 못한 사람은 조례 전까지 복도에 서 있기.
2. 급식 남기지 않기: 잔반 1회에 벌점 1점.
3. 아침 독서 시간에 읽을 책 준비하기: 미 준비 시 벌점 1점.
4. 수업 시종 지키기: 수업 시종 이후에 입실 시 벌점 1점.
5. 수업에 방해되는 행동이나 언행금지: 교과 담당 교사로부터 지적받으면 벌점 1점
6. 친구와 싸우지 않기: 1차 반성문 쓰기, 2차 학부모 상담, 벌점 2점.
7. 급식 시 차례 지키기: 1차 경고, 2차 벌점 1점.
8. 욕설하지 않기: 1차 경고, 2차 학부모 상담, 벌점 1점.
교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전달되는 이 계획안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앞으로의 1년이 기대될까? 이러한 학급에서 공부하게 되어 안심이 될까? 학생들은 학급 운영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었기 때문에 아마도 별 감흥도 기대도 없을 것이다. 그저 해마다 담임들이 발표하는 요식 행위 정도로 다가오지 않을까?
교사가 작성하는 학급 운영 안은 내용적인 면에서 교육적일 것이며, 혼자서 결정하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모든 과정은 교육적이지도 않고, 민주적이지도 않으며, 다만 교사의 필요만 채울 뿐이다.
결과적으로 교사가 혼자 결정한 학급 운영 계획은 학생들을 대상화시키며, 학생을 학급의 공동 주체나 협력자로 세우지 못하게 된다. 무엇 보다 교사의 일방적 결정으로 인한 가장 큰 모순은, 교사의 교육적 행동에도 불구하고 학생들로부터 자기 책임 의식이나 공동체의 협력과 같은 교육적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데 있다.
합의로 하는 결정
어떻게 학생들로부터 이러한 것들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교사가 먼 저 인식해야 할 것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상호 의존적이라는 것이다. 교사는 가르치면서 동시에 배우며. 학생들도 역시 배우면서 가르친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이기 때문에. 교사의 일방통행식 결정이나 전달은 협력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쌍방통행식 대화에 의한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상호 의존적 존재들 사이의 약속인 학급 규칙의 목적은 학생 통제가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에 대한 존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급 규칙을 세우는 과정 또한 서로에 대한 존중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교실에서 하는 의사 결정은 ‘합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다수결을 의미하지 않는다. 소수의 의견이 소외되지 않도록 먼저. 모든 구성원의 필요와 이해를 깊이 인식하고 모두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윈-윈’의 방식을 찾는다. 그래서 합의 과정은 강요나 주장보다는 탐구의 자세를 요구한다.
탐구하는 자세는, 서로 다른 생각에 대해 저항하기보다는 반대로 호기심을 지닐 때 가능해진다. 그러려면 상대의 진심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하고, 폐쇄적인 사고보다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할 것이다.
합의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결정이 실천되는 단계에 서는 합의를 거치지 않을 경우보다 시간이 멀 걸리고, 구성원들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어서 오히려 더 효과적이다. 제이 홀은 “합의란 이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사용하여 창조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결정 과정이다”【파커파머, 이종태 옮김,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 IVP, 2006, 199쪽】라고 말했다. 더욱이 ‘달에서의 실종’이라는 게임 실험을 통해 개인의 판단-뛰어난 개인일지라도-에 의지하는 의사 결정보다 합의를 거친 의사 결정이 더 좋은 결정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합의가 공동의 지혜가 아닌, 집단적 어리석음을 낳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와 두려움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제이 홀은 합의가 진정한 공동의 지혜를 낳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합의의 규칙’을 제시해주었다.
합의를 위한 규칙【파커파머, 이종태 옮김,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 IVP, 2006, 200쪽】
1. 만장일치가 목표는 아니다.
2. 논리와 실현 가능성에 입각하라.
3. 자신의 판단을 관철시키려고 논쟁을 벌이는 일은 피하라. 최대한 분명 하고 논리적으로 입장을 제시하고, 그런 뒤에는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기 전에 먼저 다른 구성원들의 반응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들을 주의 깊게 생각하라.
4. 토론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꼭 승자와 패자를 가리려고 하지 말라. 대신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차선책을 찾으라.
5. 단순히 갈등을 피하고 일치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당신의 생각을 바꾸지는 말라. 합의가 너무 빨리 쉽게 이루어질 때, 오히려 의심을 품으라. 객관 적이고 논리적으로 타당한 기초를 가진 입장만 받아들이라.
6. 다수결 투표, 평균 내기, 동전 던지기, 행정 등 갈등을 줄이기 위한 수단을 피하라. 당신과 다른 의견을 지녔던 구성원이 결국 당신의 의견에 동의했다고 해서, 다음 번에는 그의 의견에 동의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지 말라.
7. 의견 차이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적극적으로 그것들을 찾아내고, 결정 과정에 모든 사람을 참여시키려고 노력하라.
규칙은 함께 만들어야 작동된다
그러면, 어떻게 교실 안에서 이러한 합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여기에 소개하고자 하는 프로세스는 국제 NVC 인증 지도자인 그렉 켄드릭(Gregg Kendrick)의 ‘공유된 목적 세우기’ 모델을 참고하여 학교에 적용한 사례다.
개인의 욕구를 기반으로 한 학급의 공유된 목적과 학급 규칙 세우기
1) 학급의 공유된 목적과 학급 규칙 세우기에 대한 교사의 진정성 있는 의도 점검하기
무엇이든 진정성이 중요하다. 이 활동을 하려는 교사의 의도가 무엇인가? 아이들을 통제하고 교사의 말에 순응하도록 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개개인에 대한 존중과 자율성을 위해, 서로의 배움과 성장에 기여하는 학급을 위해, 학급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교사로서의 성장과 배움을 위해서인가? 등등.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교사의 말이 아니라 교사의 진정성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아이들과 이 과정을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진행하기를 권한다.
2) 담임교사의 비전과 의도 말하기
담임교사로서 교육과 학급 공동체에 대한 비전과 소망을 모두가 볼 수 있게 칠판 또는 전지에 기록하거나, 개인 복사물로 만들어 나눠준다.
3) 학생들은 1년 동안 학급 공동체 안에서 기대하는 것과 열망 등을 표현한다.
학급 안에서 1년 동안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핵심 내용을 특정 단어로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말하도록 한다. 표현된 특징 단어들은 칠판이나 전지에 기록한다. 비폭력 대화의 ‘욕구 목록표’를 참고하면 더 도움이 된다. 이때 모든 사람의 기대와 열망이 모두에게 들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천천히 진행한다.
예)ㆍ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 친밀한 관계, 우정
ㆍ성적이 올랐으면 좋겠어요. → 배움, 성장
ㆍ재미있고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 재미, 여유, 즐거움
ㆍ서로 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존중, 배려, 따뜻함, 수용...
ㆍ제시간에 종례가 끝났으면 좋겠어요. → 예측 가능성, 이해, 배려, 휴식…
4) 기록한 내용을 보며. 각자 자신에게 가장 영감을 준(또는 가슴에 와 닿는) 표현 3개에 표시를 하도록 한다. 한 사람당 서로 다른 3개의 표현에 표시할 수 있고, 동일한 표현에 여러 번 표시할 수도 있다.
5) 표시가 많이 된 표현(또는 단어)을 모아서 다시 기록한다. 모아진 표현을 가지고. 학급의 공유된 목적을 만든다.
예) 친밀한 관계, 우정, 따뜻함. 재미. 존중. 배려. 성장, … →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우정을 쌓아가고, 재미있고 즐겁게 배우며 성장하는 우리”
6) 각각 표현된 열망이나 기대가 이루어지기 위해 자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는 공동체에게 하고 싶은 제안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모둠별로 진행하고, 내용을 취합하는 방식을 권한다. 취합한 내용은 다시 철판이나 전지에 정리한다.
예) 친밀한 관계 : 격주로 짝바꾸기, 골고루 짝해보기
따뜻함: 생일 축하 시간 갖기
협력: 체육대회 때 종목별로 2개 이상 참여하기
성장: 싸움이나 갈등이 생길 때 회복적 서클 열기
❄주의
ㆍ‘~하기 않기’의 부정적 표현보다는 ‘~하기’의 긍정적 표현으로 바꾸기
ㆍ학급 규칙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벌칙을 부여하는 방식은 지양하고, 학급 서클 열기를 권장한다.
ㆍ현실적인 것, 실천 가능한 것을 제안하도록 안내한다.
7) 제이 홀이 제시한 합의를 위한 규칙’을 함께 읽고, 질문의 시간을 갖는다.
8) 모두 모아진 실천 방법과 공동체의 제안에 대한 동의 과정을 진행한다.
여기에서 개인이 동의한다는 것은 100%동의라기보다는 ‘견딜 만하다’는 의미의 동의다. 동의 과정은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동의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을 한다. 만약 누군가가 반대를 한다면, 그 이유를 들어보고 그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준다. 그리고 반대하는 항목과 그가 제시한 대안을 중재하여 결정한다. 이때 동의된 실천 방법들은 곧 학급의 규칙인. ‘우리들의 약속’이 된다.
9) ‘공유된 목적’과 ‘우리들의 약속’을 모두 함께 읽고, 학급의 잘 보이는 곳에 게시한다.
10) 주기적으로 ‘공유된 목적’과 ‘우리들의 약속’을 상기하기 위해 함께 읽고, 피드백하는 시간을 갖는다. 한 주를 시작하는 첫날에 약속을 함께 읽고, 잘된 것과 잘 지켜지지 않은 것. 그리고 부탁하고 싶은 것에 대해 논의한다. 또한 약속 중에서 수정ㆍ보완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여기에서 주의할 것은 한 번 정한 규칙일지라도 규칙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거나 오히려 공동체의 복지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칙은 사랑의 실천을 위한 도구라는 것을 인식하자.
‘안양00초등학교 6학년 박00 선생님 학급의 공유된 목적과 약속’
기린 마을 문장
적절한 휴식으로 스스로 자신을 돌보고 성실하게 배우면서나날이 우정이 깊어지고 즐겁고 평화로운 우리들
기린 마을 친구들의 약속
1. 급식 시간, 교실 이동 시 차례 지키기
2. 복도에서 한 줄로 오른쪽으로 걸어 다니기
3. 복도와 교실에서 크지 않은 적당한 목소리로 말하기
4. 의견이 다를 때는 부드러운 말로 제안하기
5. 밝은 얼굴로 대해주기
6. 친구가 싫다고 표현하면 그 행동 멈추기
7. 혼자 있는 친구가 없게 같이 놀이와 대화에 참여시켜주기
8. 쉬는 시간에 충분히 쉬기, 즐겁게 보내서 스트레스 풀기
9. 친구가 말할 때 “아, 그랬구나!”라는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들어주기
10. 친구들이 느낌을 말할 때 공감해주기
11. 자기 할 일을 먼저 하고 휴식하기
12. 교실에서 휴대폰 전원을 스스로 끄기 (특별히 통화를 해야 할 경우 선생님께 말하고 사용하기)
13. 실내에서는 흰 실내화 신고 다니기
14. 친구에게 불편한 감정이 있을 때는 뒤에서 말하지 말고 솔직한 느낌을 말하고 부탁하기
학급의 규칙을 세울 때, 쉽게 빠지는 문제가 있다. 그건 약속이 지켜 지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서 벌칙 세우기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규칙을 어겼을 때 벌점 1점, 또는 벌서기 등이다. 그런데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서 벌칙을 정하다 보면, 규칙은 회복적 방향이 아닌 응보적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이런 문제를 대비해서 ‘학급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 해결 서클하기’ 또는 ‘친구들끼리 싸우면 회복적 서클하기’ 등을 추가하기를 바란다. 공유하는 목적과 약속을 세우는 시간은 학급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첫 번째 과정이다. 이때 많은 수고와 시간을 사용할 수록 약속은 더 잘 존중되고 지켜진다. 교사는 학급의 약속을 만드는 과정이 교사를 포함하여 모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피드백이 큰 몫을 한다
합의를 통해 결정된 약속은, 공동체 구성원의 협력과 참여에 의해서 실현된다. 학급을 만들어 가는 것은 교사 개인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들이 책임을 지고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행복이 공동체의 행복이며, 개인의 불행은 공동체 불행의 원인이 된다. 우리는 상호 의존적 존재로서 서로 도와야 한다. 또한 어렵게 합의하여 결정한 약속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또는 약속 그 자체가 모순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고 평가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국가라든가 자치구 혹은 천체의 행성처럼 자기조직 능력을 갖는 시스템은 전개 방향이 잘못되어도 피드백 시스템으로 그 잘못을 교정할 수 있다. 하지만 피드백 기능이 차단된 모든 시스템은 자멸하게 된다. 스스로의 행위가 몰고 올 결과를 확인해보지 않는 모든 시스템은 자살하는 사람과 같다.
- 게세코 폰 뤼프케, 박병화 옮김, 『두려움 없는 미래』, 프로네시스, 2010, 185쪽
평가가 차단된 모든 조직과 시스템은 자멸하게 된다는 조안나 메이시의 말처럼 성찰과 평가의 시간은 생존과 배움,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 학기를 마칠 때. ‘합의를 통해 만든 학급 규칙‘에 대한 피드백 과정을 진행하기를 바란다.
배움과 성장을 위한 피드백
1) 자기 책임
① 개인별로 공유된 목적에 대한 만족도에 따라 1~5까지 표시한다.
공유된 목적에 대한 피드백 | |||||||||
1 | - | 2 | - | 3 | - | 4 | - | 5 | 재미 |
1 | - | 2 | - | 3 | - | 4 | - | 5 | 성장 |
1 | - | 2 | - | 3 | - | 4 | - | 5 | 친밀한 관계 |
1 | - | 2 | - | 3 | - | 4 | - | 5 | 우정 |
1 | - | 2 | - | 3 | - | 4 | - | 5 | 배려 |
1 | - | 2 | - | 3 | - | 4 | - | 5 | 존중 |
1 | - | 2 | - | 3 | - | 4 | - | 5 | 따뜻함 |
② (축하) 만족도 높은 것은 무엇인가요? 이유는?
예) 친밀한 관계 → 우리 반 친구들과 대부분 골고루 짝꿍을 해보았다.
③ (애도) 만족도가 낮은 것은 무엇인가요? 이유는?
예) 따뜻함 → 내 생일은 1월이라서 축하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④ 이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웠나요? 성장이나 개선을 위해 나에게 어떤 계획이 필요한가요? 학급에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예) 방학 중에 생일을 맞은 친구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축하시간을 마련하자.
2) 공동체 피드백
① 공유된 목적을 칠판에 게시하고. 개인별로 작성한 대로 스티커로 표시한다.
② (축하) 전체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것은 무엇인가요? 떠오르는 장면이나 일이 있나요?
③ (애도) 만족도가 낮은 것은 무엇인가요? 떠오르는 장면이나 일이 있나요?
④ 이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웠나요?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어떤 계획이나 약속이 필요한가요?
공동의 지혜를 만들기
합의는 개개인으로 이루어지는 공동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의사 결정 방식이다. 교사의 필요, 학교의 필요, 기득권이나 기성세대의 필요만 반영하는 수많은 규칙과 규제는 학생들로 하여금 책임 의식과 자발성, 협력과 존중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 서로 다른 의견으로 갈등하고, 동등한 목소리로 격렬하게 토의하며 합의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편견을 수정하고 공동의 지혜에 도달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바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며, 진정한 민주주의의 가치와 태도를 배우게 된다.
배움은 경험을 통해 머리와 가슴과 몸으로 익혀야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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