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효행장(紀孝行章) 제십삼(第十三)
효행의 다섯 가지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효자가 부모를 섬긴다고 하는 것은 다음의 다섯 가지 상황이 있다. 평소 집에 거(居)하고 계실 때에는 자식으로서 그 공경함을 다하고, 부모님을 봉양할 때에는 자식으로서 즐겁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을 다하고, 부모님께서 편찮으실 때에는 자식으로서 그 근심을 다하고, 돌아가셨을 때에는 자식으로서 그 슬픔을 다하고, 영혼을 제사지낼 때에는 자식으로서 그 근엄함을 다한다. 이 다섯 가지를 온전하게 다 해야만 비로소 그 부모를 잘 모셨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子曰: “孝子之事親也, 居則致其敬, 養則致其樂, 疾則致其憂, 喪則致其哀, 祭則致其嚴. 五者備矣, 然後能事親. 그리고 또 부모님을 모시는 자는, 높은 자리에 있을 때는 교만하지 말아야 하며, 아랫자리에 있을 때는 함부로 난동을 부리면 아니 되며, 군중 속에 있을 때는 다투지 말아야 한다. 윗자리에 있으면서 교만하면 결국 그 지위를 잃게 되고,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난동을 부리면 형벌을 받게 되며, 군중 속에 있으면서 함부로 다투면 칼에 찔리고 마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위험을 삶에서 제거하지 않으면 매일 소ㆍ양ㆍ돼지를 희생으로 삼아 맛있게 봉양해 드려도, 여전히 불효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事親者, 居上不驕, 爲下而不亂, 在醜不爭. 居上而驕則亡, 爲下而亂則刑, 在醜而爭則兵. 此三者不除, 雖日用三牲之養, 繇爲弗孝也. |
‘기효행(紀孝行)’이란 ‘효행을 기록함’이란 뜻이며, 따라서 본 장은 효자의 자격을 그 구체적인 행동으로써 논하고 있다. 과연 효도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과연 효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가? 어떠한 조건을 구비해야 하는가?
이 효자의 자격요건으로서의 효행을 다섯 가지로 논하고 있다. 보통 ‘오효(五孝)’라고 하면, 천자, 제후, 경대부, 사, 서인의 오등효(五等孝)를 가리키지만, 때로는 여기 5자를 가리키기도 한다. 오효가 구비되어야만 비로소 효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오효는 삶의 단계(3효)와 죽음의 단계(2효)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 그 특징이다. 이것은 인간존재의 파악 자체가 삶과 죽음의 단계를 포섭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기체의 죽음으로써 그 존재가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가정의 일원으로서 계속 살아간다고 하는 것이 고대중국의 인간관의 특징이다.
그래야만 존재와 존재의 연결고리가 확보되고 역사(History)라고 하는 연속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서양의 경우는 천당이나 사후세계가 있거나 또 하나님이라는 존재가 있어 그러한 신화적 경계(mythic realm)를 통해 존재의 단절을 극복한다. 그러나 중원문명을 중심으로 하는 한자문화권의 인문세계에서는 그러한 신화적 경계(境界)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인문세계의 연속성을 가정의 연대감으로 확보하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제사’라는 것이다.
제사는 가정이라는 장(場)의 성화(聖化, sacralization)이며 존재의 단절의 연접(continuation)이다. 따라서 효는 삶의 제식일 뿐 아니라 죽음의 제식이다. 죽음의 제식을 온전하게 거행해야만 비로소 효는 완성되는 것이다.
삶의 단계 Life |
거(居): 일상적 거함 | 경(敬): 공경 | 존재와 역사의 연속성 Continuity |
양(養): 일상적 봉양 | 락(樂): 즐거움 | ||
질(疾): 질병 | 우(憂): 근심 | ||
죽음의 단계 Death |
상(喪): 돌아가심 | 애(哀): 슬픔 | |
제(祭): 제사 지냄 | 엄(嚴): 근엄 |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물리적으로 부모님을 어떻게 잘 해드리냐, 그 대상화된 봉양에 효의 궁극적 본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의 유지방식, 즉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나를 인식하는 나 자신의 내면화된 가치관이 더 본질적이라고 하는 사실이다. 부모님을 아무리 잘 해드리려고 해도 나 자신의 존재의 관리가 개판이면 그것은 불효일 뿐이다. 부모님을 잘 해드리는 것보다, 높은 자리에 있을 때는 함부로 나대지 않으며 대중들과 섞여 살 때는 다투지 아니 하는 내면적 삶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삶의 허(虛)를 유지하면서 나의 존재의 온전함, 신체발부의 건강함을 유지하는 것이 더 본질적인 효의 실천이라는 것이다.
사친(事親)의 본질(本質) | 거상(居上) In a high position |
불교(不驕) Not self-conceited |
위하(爲下) In a low position |
불란(不亂) Not rioto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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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추(在醜) In the midst of mass |
부쟁(不爭) Not contentious |
『논어(論語)』 「위정(爲政)」에서 자유(子游)가 공자에게 효를 묻자 공자가 대답한 말을 한번 상기 해보는 것도 『효경』의 맥락을 파악하는 데 유익할 것이다: “요즈음 효라는 것은 물질적으로 잘 봉양하는 것만을 일컫는 것 같다. 허나 개나 말을 가지고 이야기해도 또한 봉양해주기는 마찬가지인데, 공경함이 없다면 무엇으로 구별할 수 있겠느냐[今之孝者, 是謂能養. 至於大馬, 皆能有養; 不敬, 何以別乎]?”
‘재추부쟁(在醜不爭)’의 ‘추(醜)’는 ‘중(衆, 무리)’의 뜻이다. 『시경』과 『맹자(孟子)』 등에 용례가 있다. ‘병(兵)’은 병기에 찔려 죽는다는 동사이다. 우리말에 ‘칼침맞는다’, ‘칼부림당한다’가 이 맥락에 꼭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