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지덕장(廣至德章) 제십육(第十六)
전도보단 본을 보이라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君子: 여기서는 ‘선왕先王’)께서 효로써 세상을 교화하신다고 하는 것은 집집마다 다니면서 매일매일 백성들을 만나서 교화하시는 것은 아니다. 당신 자신이 스스로 자식된 도리를 행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이게 되면, 그것은 천하의 모든 아버지 된 사람들을 경복시키게 되는 것이다. 당신 자신이 스스로 동생 된 도리를 행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이게 되면, 그것은 천하의 모든 형 된 사람들을 경복시키게 되는 것이다. 당신 자신이 스스로 신하 된 도리를 행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이게 되면, 그것은 천하의 모든 군주된 사람들을 경복시키게 되는 것이다. 子曰: “君子之敎以孝也, 非家至而日見之. 敎以孝, 所以敬天下之爲人父者也. 敎以弟, 所以敬天下之爲人兄者也. 敎以臣, 所以敬天下之爲人君者也. 『시경』 대아(大雅) 「형작」 노래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마음이 편안하고 즐길 줄 아는 군자이시여! 당신이야말로 백성의 부모이시구려.’ 그 지극한 덕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과연 누가 천하 만민을 이토록 큰 덕으로써 가르칠 수 있으리오!” 『詩』云: ‘愷悌君子, 民之父母.’ 非至德, 其就能訓民, 如此其大者乎!” |
주희는 본 장을 ‘전지수장(傳之首章)’이라 하였다. 여기 ‘광지덕(廣至德)’도 「개종명의장」의 ‘지덕요도(至德要道)’의 ‘지덕(至德)’을 부연한 것이다. 따라서 ‘지덕’의 주체는 물론 ‘선왕(先王)’일 수밖에 없다. 첫머리의 ‘군자(君子)’는 ‘선왕’을 가리킨 것이라고 「공전(孔傳)」에 명기되어 있다[君子亦謂先王也]. 마지막의 ‘훈민(訓民)’도 「개종명의장」의 ‘이훈천하(以訓天下)’를 받고 있다【금문에는 ‘훈민(訓民)’이 ‘순민(順民)’으로 되어 있는데 ‘백성을 순종케 한다’는 뜻이며 후대의 정치화된 내음새가 더 물씬 풍긴다. 그래서 제왕들이 금문을 더 좋아했을 것이다】.
천자가 주어가 될 때, 천자가 아들의 모범을 보이고, 동생의 모범을 보이고, 신하의 모범을 보인다는 말이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으나, 과거 선왕의 예(禮)에는 다 그러한 법도가 규정되어 있었다. 삼로(三老: 아버지처럼 받듬), 오경(五更: 형처럼 받듬), 황시(皇尸: 시동을 당신의 군주처럼 받듬)라는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예법을 떠나서도 천자가 자신을 신하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모든 제후의 마음을 얻는 첩경이다.
내가 미국 하바드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나의 노은사 선생님이신 오노자와 세이이찌(小野澤精一)【『한비자』의 대가. 1919년 생으로 내가 동경대학을 떠난 후 몇년 안 있다 작고하심】로부터 옥함(상대를 높여 그의 편지를 이르는 말)을 받았는데 당신을 ‘제(弟)’라고 겸칭하신 글이었다. 송구스러워서 어쩔 줄을 몰랐지만, 내 평생 가슴에 기억에 남는다. 강의를 하실 때도 그 평온하고 인자하신 모습이 너무도 돋보였다. 그런 분들의 훈도가 있었기에 내가 오늘까지 격랑의 세월을 견디었을 것이다.
그리고 앞에 ‘교화(敎化)’의 의미에 관하여 매우 적절한 표현이 있다. 교화란 무형의 교육이며 집단의 자발적 의지의 집합이다. 따라서 한 사람ㆍ한 사람 집집마다 방문하여 교화하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의 일대일 전도주의는 매우 저열한 방법이다. 그렇게 민폐 끼치는 일들을 하지 말아야 한다. 21세기와 같은 대명천지에 있어서는 모든 종교전도주의는 악이다. 오직 본(파라데이그마, παράδειγμα)을 보임으로써 무형으로 전파되는 것이 도덕이요, 교화라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효경』은 결코 일반대중의 효순(孝順)을 위하여 쓰여진 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물론 일반대중이 『효경』을 읽을 리도 없다. 일차적으로 이것은 최고의 통치자를 겨냥하여 쓴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국의 이념으로서 제국의 최고의 통치자가 효(孝)의 이상을 구현할 때 제국이 안정된 문화적ㆍ무형적ㆍ도덕적 기반을 획득할 수 있다고 하는 생각이 『효경』의 저자에게 철두철미 깔려있다. 오늘날에도 효는 아랫사람을 위한 개념이 아니라 윗사람을 위한 개념이라는 것을 깊게 통찰할 필요가 있다.
청가정본에는 ‘일견지(日見之)’ 다음에 ‘야(也)’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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