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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적 생활교육을 만나다, 프롤로그 - 교사가 진정 원하는 것 본문

책/교육(敎育)

회복적 생활교육을 만나다, 프롤로그 - 교사가 진정 원하는 것

건방진방랑자 2024. 9. 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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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교사가 진정 원하는 것
   

 

 

마음속에서 풀리지 않는 모든 물음들에 대해 인내하라. 물음 그 자체를 사랑하라. 이제 그 물음 속에 살라.

그러면 서서히.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먼 어느 날, 그 답을 살고 있으리라.

- 라이너 마리아 릴케(Rene Maria Rilke)

 

 

 
선생님은 왜 저한테만 그러세요?

 

종례를 하려고 교실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무겁다. 4~5월이 되면서 아이들은 소란스러워지고 말도 도통 듣지 않는다. 옆에 있던 선생님과 이런 문제에 대해 의논하니, 3월 학기 초에 꽉 잡지 않아서 그렇단다. 3월 한 달은 꼭 잡은 뒤에 서서히 풀어주어야 학생들이 담임교사에게 고마워하면서 말을 잘 들으니까 지금이라도 꽉 잡으라고 조언하신다.

 

아이들은 조례와 종례 시간에 자리에 잘 앉아 있지도 않고, 교사가 전 달 사항을 말하는 동안에도 자기들끼리 떠든다.

 

수학여행 소감문 안 낸 사람은 내일까지 꼭 제출해라.”

수학여행 소감문 왜 써야 해요? 여행은 즐거우면 된 거 아닌가요?”

딴소리 말고 내일까지 모두 내! 안 낸 사람은 일주일 청소인 줄 알아.”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어휴 정말 왜 써야 해요?”

정말 지겨워!”

 

여기저기에서 아우성이 들려온다.

 

시끄러워! 내라면 내지, 왜 이렇게 말이 많아?”

 

갈수록 고분고분 따라오지 않는 아이들에게 지쳐서 버럭 화를 낸다. 그렇지 않아도 전달 사항도 많고 처리해야 할 것도 많은데, 머리가 아프다.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말을 듣지 않는지 정말 힘들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은 교사의 말을 순순히 따르지 않고 반항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해도 왜요?” 또는 왜 저한테만 그래요?”라고 되물어 왔다. 학생들의 이러한 반문은 매우 당황스럽다. 왜냐하면, 그동안 학생들에게 당연히 품는 기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 학생이니까 당연히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 학생이니까 당연히 수업 시간에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

- 학생이니까 당연히 선생님의 지도를 고분고분 따라야 한다.

- 학생이니까 당연히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너무 당연해 보여서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교사의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으면 화가 난다. 당연한 것을 하지 않는 학생은 문제 학생이고, 문제 학생을 훈계하고 지도하는 것은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당연하다 생각해 온 것을 하지 않는 학생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외계인’, ‘2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을 외계인처럼, 마치 정상에서 벗어난 인간으로 이해하는 방식은 학생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만 커져서 아이들과 거리감을 느끼게 할 뿐 실제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생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강해질수록 학교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질문하기 시작하다

 

왜 아이들은 교사의 말을 따르지 않을까? 교사들의 지도가 왜 먹히지 않는 걸까? 교직 경력이 오래 될수록 전문성이 생겨서 교사 생활이 쉬워질 거라 믿고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세월이 갈수록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교사로서의 효능감도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갈수록 억울해지고, 교직 생활에 대한 회의와 교사로서의 무기력감과 절망감에 빠져들었다. 나의 무기력증은 하루하루 학교생활을 지옥처럼 느끼게 했고, 교직이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그만두어야겠다는 고민을 여러 번하게 했다.

 

그렇게 깊은 절망감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 문득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지금껏 안 되는 것에 실망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내가 교직 생활에서 정말로 원하고 그리워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 가능성들을 탐구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문제는 늘 학생에게 있고, 학생만 바뀌면 된다고 생각하여 학생의 행동을 고치려고 애쓰던 나의 노력을 멈추기로 했다. 학생에게서만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 했던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려보고자 했다. 아이들과의 지치는 싸움은 왜 시작되었는지, 이 싸움으로 나는 어떤지, 이 싸움으로 누가 행복한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성찰을 위한 나의 첫 행동은 갈등과 분노의 시작점이 되어 왔던 학생 들과의 대화 방식돌아보기였다. 3자가 되어서 나와 아이들 간에 오가는 대화를 관찰했을 때. 그 결과는 인정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참혹했다. 아이와 대화하면서 나는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말하지도 못했고,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대화하는 동안 나는 상대를 공격하거나 반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런 내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 끔찍했고 부끄러웠다. 하지만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기로 했고, 원하는 것을 채우기 위해 용기 있게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 나가며 여러 시도들을 해 왔다.

 

고민 끝에 만난 것이 회복적 생활교육이었다. 이는 기존에 우리에게 있던 가치와 철학들을 모조리 뒤엎는,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원하는 것을 위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선 도전 이야기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생활지도에 있어서 교사 그룹과 NGO 단체가 협력하여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 왔다. 2011NGO 단체인 한국아나뱁티스트(KAC)를 통해 회복적 정의를 만나서 2012년 고양의 덕양중학교와 좋은교사운동 및 한국회복적서클위원회와 협력하여 회복 적 생활교육의 현장 적용을 실험했다. 그동안 밟아 온 이러한 여정에 선생님과 학부모를 포함하여, 단절이나 소외가 아닌 새로운 바탕의 공동체를 경험하고픈 모든 분들을 초대한다

 

 

 

 

인용

목차 / 서향 /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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