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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여행기 - 2. 경계를 넘어서다(6월 14일 금 1일차)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카자흐스탄 여행기 - 2. 경계를 넘어서다(6월 14일 금 1일차)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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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계를 넘어서다

 

 

 

첫 해외여행이다. 처음이라는 의미가 있는 여행이지만, 그 의미 외에도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다. 군대는 타의에 의해 가며 정해진 대로 행동하면 된다. 내가 기획하고 움직일 여지가 그다지 없는 것이다. 그에 반해 도보여행은 주체적인 결정이었고 여행 내내 나의 의지가 나를 이끌었다.

 

 

 

삼중고? NO! 삼중락? YES!

 

그런데 이번 여행은 나의 의지와는 크게 상관없는 여행이되, 나의 의지가 절대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학생들을 인솔해야 하며, 전체 계획에 대해서도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이끌어야 한다. 첫 여행이라는 핸디캡,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부담감, 학생들을 인솔해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이러하기에 삼중고三重苦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표현조차 생각의 문제일 뿐이다. 내가 전면에 나서서 판단하며 진행하는 첫 여행이라는 점에서 보조교사로 참여할 때와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 나의 판단력과 결단력, 교사로서의 자질 등을 볼 수 있고 문제에 부딪혀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세세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첫 해외여행에서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는 것을 긍지로 여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뭐든 닥쳐보면 별문제 없이 술술 진행되며 문제가 생길 때도 나름의 돌파구가 있으니 말이다. 이러하기에 삼중락三重樂이라 고치는 게 맞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의 셀렘, 걱정

 

 

 

해외여행은 경계다

 

삼중락이라 생각한다면, 이번 여행은 나에게 또 한 번의 변태變態의 순간이 되어야 한다. 경계에 부딪혀 힘껏 넘어본 사람만이 과거의 모습과 다른 새로운 모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강은 바로 저들과 우리 사이에 경계를 만드는 곳일세. 언덕이 아니면 곧 물이란 말이지. 사람의 윤리와 만물의 법칙 또한 저 물과 언덕과 같다네. 길이란 다른 데서 찾을 게 아니라 바로 이 사이에 있는 것이지.

此江乃彼我交界處也. 非岸則水. 凡天下民彛物則, 如水之際岸. 道不他求, 卽在其際. -熱河日記』 「渡江錄

 

 

연암 박지원은 삼종형三從兄을 따라 청나라를 여행하며 선진문물을 보고 느낀 감흥을 열하일기란 대작에 담아냈다. 내가 열하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곳곳에서 20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여전히 번뜩이게 하는 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연암은 경계를 사이로 표현했다. 경계는 무엇과 무엇을 나누는 부분이 아닌, 무엇과 무엇을 함께 아우르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이질적인 것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통합의 장임과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이 샘솟는 곳이라는 것이다. 그건 어중간한 중도中道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질적인 것을 주체적으로 흡수하고 통합하려는 중용中庸이다. 중용이란 책에서 순임금을 말하며 어느 상황이든지 그 양극단을 모두 고려하시어 그 중을 백성에게 적용했다(執其兩端, 用其中於民)’는 내용이 바로 연암이 말한 사이의 이론과 같은 것일 게다.

그렇기 때문에 경계에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방외인方外人이나 낙오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간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 또한 이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경계에 부딪혀 본 사람만이 세상을 더욱 적극적으로 이해하며 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경계엔 가능성이 숨어 있다. 경계에 부딪힐 때 관성이나 고정관념, 습관의 맨얼굴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그제야 그런 것들에 끌려 다녔던 자신을 볼 수 있으며 바꿀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여행 자체는 나에게 경계이며 변태의 가능성인 것이다.

 

 

 열하로 가는 길은 박지원에게도 모혐에 가까웠다. 

 

 

 

불운의 전조前兆? 행운의 전조?

 

공항에 승태쌤 차를 타고 도착했다. 이미 G열엔 단재가족이 몇 분이 보였다. 그런데 이때 누군가의 말을 통해, 혜린이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침에 먹은 것이 얹혔는지 오는 내내 토하고 기진맥진해 있다는 것이다. 이향 어머니와 함께 혜린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지만 대기시간이 길어서 먼저 나와 학생들의 짐 붙이는 것을 도왔다. 내 짐엔 온갖 약들이 함께 들어있었는데, 다량의 스프레이(모기약, 파스)가 검사에 걸려서 반품처리 되었다.

혜린이는 약간의 장염기 때문에 링거를 맞고 있는 중이어서 거의 맞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반쯤 맞았을 때 올라왔는데, 엘리베이터 때문인지 여전히 메슥거려 하더라. 혜린이의 짐을 붙일 때도 의사의 비행 탑승 허가서가 없다며 기다려야 했다. 매니저가 의사에게 확인하는데 한참이나 시간이 걸렸고 그 후에야 짐을 붙일 수 있었다. 시간이 촉박했기에 면세점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비행기에 타야 했다.

비행기는 힘껏 활주로를 달려 이륙했다. 비행기는 허공을 날고 있지만 혜린이는 여전히 힘들어 하고 있었다. 이젠 아프다고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때 든 생각은 정확이 두 가지다. ‘미리 아픈 게 낫다라는 생각과 이게 시작이다라는 생각이다.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선 건강이 필수다. 계속 이런 식으로 아프면 혜린이 입장에서 카자흐스탄 여행 여행기보다 카자흐스탄의 병원 여행기를 남기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액땜한다는 말이 있듯이, 혜린이의 아픔도 액땜이길 간절히 빌 수밖에 없었다. 그와 더불어 이제 시작일 뿐이다. 마음 단디 먹고 신나게 살아보자.

 

 

 공항에 들어온 기념으로 찰칵. 혼자 가는 여행이 아니다 보니 더욱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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