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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3부 ‘천의 고원’을 가로지르는 유쾌한 노마드 - 1장 잠행자 혹은 외로운 늑대, 티벳 불교에 관한 조선 최초의 기록 본문

문집/열하일기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3부 ‘천의 고원’을 가로지르는 유쾌한 노마드 - 1장 잠행자 혹은 외로운 늑대, 티벳 불교에 관한 조선 최초의 기록

건방진방랑자 2021. 7. 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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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불교에 관한 조선 최초의 기록

 

 

클라이맥스는 뭐니뭐니해도 티베트 불교와 관련된 부분이다. 열하에서 일어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티베트의 대법왕(大法王)인 판첸라마와의 마주침이다. 불교 자체를 사교(邪敎)로 취급하고 있던 당시 조선인들에게 밀교적 분위기에 감싸인 티베트 불교는 절대 상종해선 안 되는 이단(異端) 중의 이단이다. 조선 사행단이 벌인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은 뒤에서 자세히 언급될 것이다. 중국 선비들에게도 이 문제는 그리 녹록하지 않았던가 보다. 특히 옹정제(雍正帝)가 티베트 불교를 비판하는 상소를 올린 선비에게 찢어 죽이는 형벌을 내린 이후, 그들에게 있어 불교와 티베트에 관한 이야기는 금기 중의 금기였다.

 

황교문답(黃敎問答)에는 추사시(鄒舍是)라는 비분강개형의 투사적 지식인이 하나 나온다. 말꼬리잡기를 즐겨하고, 유불도 등 온갖 철학적 원리들에 대해 냉소로 일관하는 이 광사는 갖은 궤변으로 연암을 괴롭혔는데, 그조차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그러던 중에 학성(학지정)이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필담을 나눈 종이를 보고는 급히 손으로 찢더니 입에 넣고 씹었다. 그러면서 한참 동안 말없이 추사시를 노려보았다. 내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입으로 나를 가리키면서 추사시에게 눈을 주었다. 학성은 그러다 우연히 내 눈과 마주치자 몹시 부끄러운 기색을 보였다.

此際志亭還坐 視其紙 急手裂納口嚼之 目視鄒生 久無所語 偸余不視 撮嘴指余 且目鄒生 偶敵余眼 甚有愧色

 

 

이런 지경이니 연암조차 무슨 곡절이 있기에 저토록 꺼리는가 싶어 함부로 묻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포기할 연암이 아니다. 접속 가능한 온갖 채널을 동원하여 티베트 불교를 둘러싼 정보를 수집한다. 한림서길사(翰林庶吉士) 왕성(王晟)이라는 인물을 통해 판첸라마의 시말을 상세히 듣는 한편, 몽고인 경순미를 통해 초대 달라이라마의 스승인 총카파를 둘러싼 여러 학설을 캐내기도 한다. 황교문답(黃敎問答)을 비롯한 찰십륜포(札什倫布), 반선시말(班禪始末)이 그 구체적 성과물이다. 아마 이 방면에 관한 조선왕조 유일의 기록일 터, 잠행자 특유의 촉수가 아니었다면 이 텍스트들은 결코 탄생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인용

목차

열하일기

문체반정

박지원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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