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3부 ‘천의 고원’을 가로지르는 유쾌한 노마드 - 2장 열하로 가는 ‘먼 길’, 열하, 그 열광의 도가니 본문

문집/열하일기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3부 ‘천의 고원’을 가로지르는 유쾌한 노마드 - 2장 열하로 가는 ‘먼 길’, 열하, 그 열광의 도가니

건방진방랑자 2021. 7. 9. 15:39
728x90
반응형

열하, 그 열광의 도가니

 

 

삼도량에서 잠깐 쉬고 합라하를 건너 황혼이 될 무렵에 큰 재 하나를 넘었다. 조공을 실은 수레들이 앞다투어 달려간다. 서장관과 고삐를 나라히 하여 가는데 깊은 계곡에서 갑자기 범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두세 번 들려온다. 그러자 동시에 모든 수레가 길을 멈추고서 함께 고함을 친다. 소리가 천지를 진동할 듯하다. 아아, 굉장하구나! 막북행정록(漠北行程錄)

少歇三道梁 渡哈喇河 黃昏時 踰一大嶺 進貢萬車 爭道催趕 余與書狀倂轡而行 崖谷中忽有二三聲虎嘷 萬車停軸 共發吶喊 聲動天地 壯哉

 

 

연암으로 하여금 수도 없이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들게 했던 열하는 이렇게 천지를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그 위용을 드러냈다. 열하는 동북방의 요새답게 수레들이 달리는 소리, 범의 포효를 효과음으로 선사한 것이다. 압록강을 건너 요동에서 연경으로, 연경에서 열하, 그리고 다시 연경으로 이어지는 이 대장정의 클라이맥스는 단연 열하다. 열하는 느닷없이 끼어든 선이지만, 순식간에 키워드가 되어 전체 여행의 배치를 바꿔버렸다. 거듭 말하거니와, 열하가 없었다면 아니 더 정확히는 연암과 열하가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이 여행은 아주 딴판이 되었을 것이다.

 

장성 밖 요해의 땅인 열하는 지세(地勢)상으로 보면 천하의 두뇌와 같아, 황제의 피서(避署)행은 애초에 두뇌를 누르고 앉아 몽고의 목구멍을 틀어막자는 것[壓腦而坐, 扼蒙古之咽喉而已矣]”이었다. 그러다가 해마다 열하의 성지와 궁전이 날로 늘어 그 화려하고 웅장함이 연경보다 더하고, 그뿐 아니라 산수의 경치도 연경보다 빼어나 방탕한 놀이터로 발전되었다.

 

피서록(避暑錄)에 나오는 건륭제의 할아버지인 강희제가 친히 쓴 기를 잠깐 음미해보면 다음과 같다.

 

 

금산은 줄기차게 뻗어 내리고 따뜻한 샘은 넌출져 흐른다. 구름 잠긴 동학(洞壑, 동굴과 계곡)은 깊디깊고 돌 쌓인 못에 푸른 아지랑이 둘렀다. 경계가 넓고 초목이 무성하니 밭집에도 해롭진 않으리. 바람이 맑아 여름철도 서늘하니 사람이 수양할 곳으로 적당하구나.

金山發脉 暖溜分泉 雲壑渟泓 石潭靑靄 境廣草肥 無傷田廬之害 風淸夏爽 宜人調養之方

 

날개가 찬란한 새들은 푸른 물 위에 노닐되 사람을 피하지 않고, 노는 사슴들은 석양볕을 띠고 떼를 이루었구나. 솔개는 공중에 날고 고기는 물에 뛰노니 자유로운 분위기를 따름이요, 파란 빛과 붉은 기운은 마치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오르내리는구나

文禽戱綠水而不避 麋鹿映夕陽而成群 鳶飛魚躍 從天性之高下 遠色紫氛 開韶景之低仰

 

 

그 산천경개의 빼어남을 예찬하고 있다. 정치적 요충지인 데다 이렇게 풍광이 빼어나니, 황제들이 즐겨 찾을밖에. 또 황제가 있는 곳이 천하의 중심이 되는 법이니, 연암이 방문할 당시에 열하가 바로 천하의 중심이었던 셈이다. 과연 그러했다. 그 지세의 우뚝함에 걸맞게 열하는 가히 열광의 도가니였다. 온갖 이질적인 것들이 들끓고, 낯선 것들이 교차하는 연암은 이렇게 말한다.

 

 

내 평생 기이하고 괴상한 볼거리를 열하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대부분 그 이름을 알지 못했고, 문자로 능히 형용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모두 빼고 기록하지 못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만국진공기후지(萬國進貢記後識)

平生詭異之觀 無逾在熱河時 然多不識其名 文字之所不能形者 皆闕不錄 可恨也哉

 

 

연암이 열하에 당도했을 때는 바야흐로 8, 북방의 더운 기운이 오히려 찌는 듯하여 그는 흰 모시 홑적삼을 입었는데도 대낮이 되면 땀이 흐르곤 했다. 무리한 행군으로 인한 피로함과 체질적인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연암은 귀, , 마음을 모조리 열어놓고서 그 이질성의 세계를 낱낱이 기록한다.

 

813일은 건륭황제의 천추절이었는데, 황제는 특별히 조선 사신을 불러 행재소까지 와 뜰에 참여하여 하례(賀禮)를 올리도록 은전을 베푼다. 노고를 치하하느라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황제는 여러 면에서 조선 사신단에 대한 편애를 감추지 않는다. 연암이 특별한 체험을 많이 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황제의 직ㆍ간접적 배려에 힘입은 바 크다.

 

 

 피서산장과 열하

피서산장은 거대한 인공호수다. 호수 곳곳마다 근사한 누각과 정자가 세워져 있다. 배를 타고 1시간쯤 돌아야 전모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뱃삯도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먼 발치에서 주욱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놀랍게도 호수 한귀퉁이에 열하가 있었다. ‘열하 속의 열하? 밑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 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는다고 해서 열하란다. 그 물에 손을 씻으면 도박에서 큰 돈을 딴다는 전설이 있다길래 우리들은 모두 정성껏 손을 씻었다. 결과는? 아는 바 없다.

 

 

인용

목차

열하일기

문체반정

박지원 이력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