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3부 ‘천의 고원’을 가로지르는 유쾌한 노마드 - 3장 ‘천 개의 얼굴 천 개의 목소리’, 환생과 이적 본문

문집/열하일기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3부 ‘천의 고원’을 가로지르는 유쾌한 노마드 - 3장 ‘천 개의 얼굴 천 개의 목소리’, 환생과 이적

건방진방랑자 2021. 7. 10. 06:15
728x90
반응형

환생과 이적

 

 

잘 알고 있듯이, 달라이라마는 관세음보살의 환생으로 간주된다. 연암은 윤회와 환생의 차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법왕이 남의 몸을 빌려 태어나는 것과 윤회는 어떻게 다릅니까[余曰目今法王投胎奪舍之法 非輪回之證耶]?” 윤형산의 대답은 이렇다. “그것은 몸을 바꾸는 것이나 같은 것입니다.” “밝게 빛나는 지혜와 금강의 보체(寶體)는 본디 젊지도 늙지도 않는 것입니다. 장작 하나가 다 타고 나면 다른 나무로 불이 옮겨 붙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維此光明信識 金剛寶體 固無童耄 薪盡火傳].” “비유컨대, 천 리를 가는 자가 집을 짊어지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라, 반드시 숙소를 옮겨 가면서 길을 가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천하에 다정한 사람이라 해도 주막집에 정이 들었다고 그대로 눌러 앉았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譬如適千里者 未有負家而行 必遞宿傳舍 雖天下有情人 未聞顧戀傳舍].” 요컨대 환생이란 윤회와 달리 깨달음을 얻은 이가 스스로 다음 생을 선택하는 것이다.

 

달라이라마지혜의 바다란 뜻으로 특정 개인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일종의 제도적 명칭이다. 달라이라마가 단순히 종교적 지도자가 아니라, 통치권자로 임명된 것은 명나라 때부터인데, 그것이 계속 이어질 수 있었던 건 환생이라는 믿음이 제도적으로 승인되었기 때문이다.

 

연암이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이 제도가 운용되는 방식은 이렇다. 티베트의 다른 지역에는 승왕들이 처자를 거느리고 있었지만, 오사장에서만은 법승들이 서로 이어가며 통치를 했다. 명나라 중엽부터 중국으로부터 봉호를 받지 않고, 항상 대법왕(달라이라마), 소법왕(판첸라마)이 있어 대법왕이 죽을 때는 소법왕에게, ‘아무 데 아무개의 집에 아이가 태어날 때 이상한 향기가 날 것이니 그것이 곧 나다하고 예언을 한다. 대법왕이 죽고 나면 과연 그 아이가 태어나게 되고, 그러면 궁중에서 온갖 예물을 갖추어 그 아이를 수건에 싸서 맞아온다. 그 아이가 성장해서 왕위에 오를 때까지는 소법왕이 대신 통치를 한다. 그런 식으로 계속 그 제도가 이어져왔다는 것이다. 참고로 지금 달라이라마인 텐진 가쵸는 14대째로, 그 또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여러 가지 시험을 거쳐 13대 달라이라마의 환생자로 결정되어 5살 때 왕위에 올랐다. 쿤둔이라는 영화에 그 과정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처럼 밀교적 신비주의에 감싸여 있는 탓에 눈부신 이적(異蹟)들 도 적지 않다. 연암이 수집한 신비로운 삽화 몇 가지만 들어본다. 하나는 티베트에만 있다고 하는 천자만년수(天子萬年樹)라는 나무인데, 이 나무는 뒤덮은 가지가 모두 천자만년이란 글자 모양을 지니고 있다. 꽃은 열두 잎으로 꽃봉오리가 처음 터지는 것으로써 초하루인 것과 달이 밝아지는 것을 알게 되고, 꽃이 하루 한 잎씩 피어 열두 잎이 다 피고 보면 보름인 것과 달이 이그러지는 것을 알게 되며, 꽃이 하루 한 잎씩 말려 들어가 꼬투리가 떨어지면 그믐이 된 것을 알 수 있다.

 

또 하나는 판첸라마가 일찍이 황제와 함께 차를 마시다가 갑자기 남쪽을 향하여 찻물을 휙 뿌린 일이 있었다. 황제가 놀라서 그 연유를 물었더니 판첸라마가 공손히 대답하기를, 방금 700리 밖에서 큰불이 나서 1만 호나 되는 인가가 불타고 있는 것이 보이기에 비를 좀 보내 불을 끄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날 담당 신하가 아뢰기를, 정양문 밖 유리창(琉璃廠)에서 불이 나 망루까지 연소되어 인력으로는 끄지 못할 지경이었는데, 마침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졸지에 큰 비가 동북방으로부터 몰려와서 불을 껐다 하니, 차를 뿌려 비를 보낸 시각과 꼭 맞았다. , 놀라워라!

 

또 이런 예화도 있다. 한 불효막심한 자가 판첸라마를 한 번 보더니 갑자기 효심이 생겨 병든 아비를 위해 칼로 자기 왼쪽 옆구리를 베고 간의 한쪽 끝을 잘라서 구워 먹였다. 아비의 병이 즉시 나았음은 물론 불효자의 왼쪽 옆구리도 그대로 나아서 효자로 표창을 받았다. 또 산서성에 사는 한 거부(巨富)는 인색하기 짝이 없어 평생 한푼도 쓰지 않았는데, 길에서 판첸라마를 한 번 쳐다보고는 자비심이 일어나 즉각 10만금을 내어 부도(浮圖)를 세웠다고 한다.

 

동물을 감화시킨 경우도 있다. 한번은 강을 건너는데, 강 건너 저쪽 언덕에 큰 범 한 마리가 길에서 엎드려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황자(皇子)가 화살을 빼어 쏘려 하니, 판첸라마가 이를 말리면서 수레에서 내려 범을 쓰다듬어 주자 범은 그의 옷자락을 물고 남쪽으로 끌고 간다. 따라가 보니, 큰 바위 틈에 굴이 있는데 범 한 마리가 바야흐로 젖을 먹이고 있고, 머리 둘 달린 큰 뱀이 범의 굴을 둘러싸고서 범의 새끼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뱀의 한 머리는 젖먹이는 범과 겨루고, 뱀의 다른 한 머리는 숫범과 겨루고 있었는데, 범의 어금니로도 이것을 막을 도리가 없어 슬피 울다가 기진해버렸다. 판첸라마가 지팡이로 가리키면서 주문을 외니, 머리 둘 달린 뱀은 저절로 돌에 부딪쳐 죽었는데, 그 속에서 밤중에도 빛이 나는 진주가 한 개씩 나왔다. 구슬 한 개는 황자에게 바치고, 한 개는 학사에게 바쳤다. 그후, 범은 열흘 동안이나 판첸라마를 공손히 모시고 따라가다 조용히 사라졌다고 한다.

 

 

 라마교 사원의 마니통

티베트 불교는 수행과 기원의 스케일이 엄청 크다. 향도 한두개가 아니라, 아예 다발로 사르고, 절도 만배가 기본이다. 또 이 마니통(경전을 적어 넣은 통)’10만번을 돌려야,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10만 번? 천문학적인 숫자 아닌가.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우리는 열심히 돌리고 또 돌렸다.

 

 

인용

목차

열하일기

문체반정

박지원 이력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