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연암과 다산: 중세 ‘외부’를 사유하는 두 가지 경로 - 우주와 주체에 대한 관점 차이 본문

문집/열하일기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연암과 다산: 중세 ‘외부’를 사유하는 두 가지 경로 - 우주와 주체에 대한 관점 차이

건방진방랑자 2021. 7. 11. 09:21
728x90
반응형

우주와 주체에 대한 관점 차이

 

 

다음, 우주와 주체에 대하여, ‘에 대한 연암의 관점은 천기론(天機論)’의 지평 위에 있다. 연암을 비롯하여, 이덕무(李德懋), 박제가(朴齊家), 이옥(李鈺) 등에 의해 구성된 천기론천리론(天理論)으로 표상되는 중세적 초원론을 전복하여 자연을 생성과 변이의 내재적 평면으로 변환시킨 것이다. 욕망, 여성, 소수성(minority) 등 기존의 체계에서 봉쇄되었던 개념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장이기도 했다. “참된 정()을 편은 마치 고철(古鐵)이 못에서 활발히 뛰고, 봄날 죽순이 성난 듯 땅을 밀고 나오는 것과 같다는 이덕무의 언급이 그 뚜렷한 예가 된다. 이옥의 다음 글은 가장 명쾌한 선언에 해당된다.

 

 

천지만물은 천지만물의 성()이 있고, 천지만물의 상()이 있고, 천지만물의 색()이 있고, 천지만물의 성()이 있다. 총괄하여 살펴보면 천지만물은 하나의 천지만물이고, 나누어 말하면 천지만물은 각각의 천지만물이다. 바람 부는 숲에 떨어진 꽃은 비오는 모양처럼 어지럽게 흐트러져 쌓였으나, 변별하여 살펴보면 붉은 꽃은 붉고 흰꽃은 희다. 그리고 균천광악(鈞天廣樂, 천상의 음악)이 우레처럼 웅장하게 울리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현악은 현악이고 관악은 관악이다. 각각 자기의 색을 그 색으로 하고 각각 자기의 음을 그 음으로 한다. 이언

天地萬物, 有天地萬物之性, 有天地萬物之象, 有天地萬物之色, 有天地萬物之聲.總而察之, 天地萬物, 一天地萬物也; 分而言之, 天地萬物, 各天地萬物也. 風林落花, 雨樣紛堆, 而辨而視之, 則紅之紅, 白之白也; 勻天廣樂, 雷般轟動, 而審而聽之, 則絲也絲, 竹也竹. 各色其色, 各音其音.

 

 

이 텍스트는 차이를 생성하는 장으로서의 천지만물에 대한 전복적 언표이다. 위의 논리를 이어 그는 이렇게 단언한다. “만물은 문자 그대로 만 가지 물건이고, 하나의 하늘, 하나의 땅이라 해도 서로 같은 순간, 동일한 곳이 단 하나도 없노[萬物者, 萬物也, 固不可以一之. 而一天之天, 亦無一日相同之天焉; 一地之地, 亦無一處相似之地焉].”라고, 항구성, 동일성의 표상이었던 자연이 이제 정반대로 무수한 변이의 장으로 변환된 것이다. 이 내재성의 평면에는 따로이 중심적 가치가 존재할 수 없고, 다만 지금, 여기를 구성하는 삶이 있을 따름이다.

 

그에 반해 다산은 천리의 초월성을 상제라는 새로운 초월성으로 대체한다. 삼대의 다스림을 꿈꾸었던 그는 송유들에 의해 그 인격성이 제거되었던 에 다시 인격성을 부여한다. 상제는 천지의 운행과 만물의 생성을 주재하는 존재로서, 유형의 세계로부터 초월해 있으면서 동시에 이 세계를 창조하고 길러주는 초월자이다.

 

이법(理法)’이라는 형이상학학을 인격적인 초월자로 대체함으로써 언어적 명징함 및 의미의 투명성은 한층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이것은 분명 서학이 아니라 선진고경의 세계에 그 젖줄이 닿아 있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둘 사이의 인식론적 동형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당시 허다한 지식인군들 중에서도 유독 다산이 속한 남인, 특히 녹암(권철신)계 지식인들이 천주교에 기울어진 것도 이런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들의 강학 분위기는 종교적 제의에 가까울 정도로 경건함을 지향했던바, 서학에 대한 경도와 이런 지적 엄숙주의는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에서도 다산과 주변인물들의 진지무쌍함유쾌한 명랑함을 자랑했던 연암그룹의 분위기와는 질적으로 구분된다.

 

 

 

 

인용

목차

열하일기

문체반정

박지원 이력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