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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 - 이언인 일난(俚諺引 一難) 본문

한시놀이터/담론

이옥 - 이언인 일난(俚諺引 一難)

건방진방랑자 2019. 2. 2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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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자연이 나를 통해 글이 된다

이언인 일난(俚諺引 一難)

 

이옥(李鈺)

 

 

이언은 내 의지로 지은 게 아니다

或問曰: “子之俚諺, 何爲而作也? 子何不爲國風爲樂府爲詞曲, 而必爲是俚諺也歟?”

余對曰: “是非我也, 有主而使之者. 吾安得爲國風樂府詞曲, 而不爲我俚諺也哉? 觀乎國風之爲國風, 樂府之爲樂府, 詞曲之不爲國風樂府, 而爲詞曲也, 則我之爲俚諺也, 亦可知矣.”

 

글이란 천지자연이 쓰도록 하는 것이다

: “然則, 彼國風與樂府與詞曲, 與子之所謂俚諺者, 皆非作之者之所作歟?”

: “作之者, 安敢作也? 所以爲作之者之所作者, 作之矣. 是誰也? 天地萬物, 是已也. 天地萬物, 有天地萬物之性, 有天地萬物之象, 有天地萬物之色, 有天地萬物之聲.總而察之, 天地萬物, 一天地萬物也; 分而言之, 天地萬物, 各天地萬物也. 風林落花, 雨樣紛堆, 而辨而視之, 則紅之紅, 白之白也; 勻天廣樂, 雷般轟動, 而審而聽之, 則絲也絲, 竹也竹. 各色其色, 各音其音. 一部全詩, 出稿於自然之中, 而已具於畫八卦書契之前矣. 此國風樂府詞曲者之所不敢自任, 不敢相襲也. 天地萬物之於作之者, 不過托夢而現相, 赴箕而通情也. 故其假於人, 而將爲詩也, 溜溜然從耳孔眼孔中入去, 徘徊乎丹田之上, 續續然從口頭手頭上出來, 而其不干於人也.

釋迦牟尼之偶然從孔雀口中入腹, 須臾向孔雀尻門復出也. 吾未知釋迦牟尼釋迦牟尼? 是孔雀之釋迦牟尼耶? 是故, 作之者, 天地萬物之一象胥也, 亦天地萬物之一龍眠也.

 

있는 그대로를 묘사하라

今夫譯士之譯人之語也, 納哈出, 則爲北蕃之語; 利瑪竇, 則爲西洋之語. 不敢以其聲之不慣, 而有所變改焉. 今夫畵工之畵人像也, 孟嘗君, 則爲眇小之像; 巨無覇, 則爲長狄之像. 不敢以其像之不類, 而有所推移焉, 何以異於是?

 

조선 사람으로 조선시를 짓는 건 당연하다

蓋嘗論之, 萬物者, 萬物也, 固不可以一之. 而一天之天, 亦無一日相同之天焉; 一地之地, 亦無一處相似之地焉. 如千萬人, 各自有千萬件姓名; 三百日, 另自有三百條事爲, 惟其如是也. 故歷代而夏殷周也漢也晉也宋齊梁陳隋也唐也宋也元也, 一代不如一代, 各自有一代之詩焉; 列國而周召也邶鄘衛鄭也齊也魏也唐也秦也陳也, 一國不如一國, 另自有一國之詩焉. 三十年而世變矣, 百里而風不同矣. 奈之何生於大淸乾隆之年, 居於朝鮮漢陽之城, 而乃敢伸長短頸, 瞋大細目, 妄欲談國風樂府詞曲之作者乎? 吾旣目見, 而其如是, 如是也, 則吾固不可以有所作矣. 猶彼長壽之天地萬物者, 不以乾隆年間, 而或一日不存焉; 惟彼多情之天地萬物者, 不以漢陽城下而或一處不隨焉;

 

시대에 맞는 작품을 쓰다

亦吾之耳之目之口之手也, 不以吾之庸湔, 而或一物不備於古人焉, 則幸哉幸哉! 此吾之亦不可以不有所作者也. 亦吾之所以只作俚諺, 而不敢作桃夭葛覃, 不敢作朱鷺思悲翁, 幷與燭影搖紅蝶戀花, 而亦不敢作者也. 是豈我也哉? 是豈我也哉?

所可慙者, 天地萬物之所於我乎徘徊者, 大不及古人之所以徘徊天地萬物者, 則此則我之罪也. 而亦俚諺諸調之所以不敢曰: ‘國風: ‘樂府: ‘詞曲,’ 而旣曰: ‘’, 又曰: ‘’, 以謝乎天地萬物者也.

蝴蝶飛而過乎鶴翎, 見其寒且瘦, 問之曰: ‘子何不爲梅花之白牧丹之紅桃李之半紅半白, 而必爲是黃歟?’ 鶴翎曰: ‘是豈我也? 時則然矣, 於時何哉?’ 子亦豈我之蝴蝶也哉?”

 

 

 

 

해석

 

이언은 내 의지로 지은 게 아니다

 

或問曰: “子之俚諺, 何爲而作也?

어떤 이가 물었다. “자네는 속담[俚諺]을 어째서 지었는가?

 

子何不爲國風爲樂府爲詞曲, 而必爲是俚諺也歟?”

자네는 어째서 국풍ㆍ악부ㆍ사곡을 짓지 않고 구태여 속담을 지었는가?”

 

余對曰: “是非我也, 有主而使之者.

내가 대답했다. “이것은 내가 한 게 아니라 주관하여 그리하도록 시켜서라네.

 

吾安得爲國風樂府詞曲, 而不爲我俚諺也哉?

내가 어찌 국풍ㆍ악부ㆍ사곡을 짓고 나의 이언을 짓지 않겠는가.

 

觀乎國風之爲國風, 樂府之爲樂府,

국풍이 국풍이 된 까닭을 보고 악부가 악부가 된 까닭을 보며,

 

詞曲之不爲國風樂府, 而爲詞曲也,

사곡이 국풍과 악부가 되지 못하고 사곡이 된 까닭을 보면,

 

則我之爲俚諺也, 亦可知矣.”

내가 이언을 지은 까닭도 또한 알 것이네.”

 

 

 

글이란 천지자연이 쓰도록 하는 것이다

 

: “然則, 彼國風與樂府與詞曲, 與子之所謂俚諺者,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저 국풍과 악부와 사곡과 자네가 말한 이언이라는 것은

 

皆非作之者之所作歟?”

모두 작자가 지은 게 아니라는 것인가?”

 

: “作之者, 安敢作也?

내가 말했다. “작자가 어찌 감히 지었겠는가?

 

所以爲作之者之所作者, 作之矣.

짓게 만들려는 까닭이 짓도록 했기에 지은 것이네.

 

是誰也? 天地萬物, 是已也.

그게 누구인가? 천지만물이 그것이지.

 

天地萬物, 有天地萬物之性, 有天地萬物之象, 有天地萬物之色, 有天地萬物之聲.

천지만물은 천지만물의 본성과 형상과 색과 소리가 있다네.

 

總而察之, 天地萬物, 一天地萬物也;

총괄하여 살펴보면 천지만물은 하나의 천지만물이지만,

 

分而言之, 天地萬物, 各天地萬物也.

나누어 말하면 천지만물은 각각의 천지만물이지.

 

風林落花, 雨樣紛堆, 而辨而視之,

바람 부는 숲의 낙엽이 우수수 어지러이 쌓이니 분별하여 보면

 

則紅之紅, 白之白也;

붉은 건 붉고 흰 건 희지.

 

勻天廣樂, 雷般轟動, 而審而聽之,

하늘나라의 음악이 우르르 쾅쾅 울리니 자세히 들어보면

 

則絲也絲, 竹也竹.

현악기는 현악기이고 관악기는 관악기이니,

 

各色其色, 各音其音.

각각 색깔과 소리를 지니고 있네.

 

一部全詩, 出稿於自然之中,

한 부의 온전한 시는 원고가 자연 속에서 나왔으니

 

而已具於畫八卦書契之前矣.

이미 팔괘를 그리고 서계를 만들기 이전에 구비되어 있었던 게지.

 

此國風樂府詞曲者之所不敢自任,

이것이 국풍ㆍ악부ㆍ사곡의 작가들이 감히 자임하지 못하는 까닭이고

 

不敢相襲也.

감히 서로 답습하지 못하는 까닭이라네.

 

天地萬物之於作之者, 不過托夢而現相,

천지만물이 작가에 대해서 꿈에 의탁하여 실상을 드러내고

 

赴箕而通情也.

키를 빌려 정을 통하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

 

故其假於人, 而將爲詩也, 溜溜然從耳孔眼孔中入去,

그러므로 천지자연이 사람에게 빌려준 것이 시가 되어 물 흐르듯 귓구멍과 눈구멍으로 들어와

 

徘徊乎丹田之上, 續續然從口頭手頭上出來, 而其不干於人也.

단전에서 배회하다가 연거푸 입과 손끝을 따라 배출되니, 사람이 간섭하질 못하네.

 

釋迦牟尼之偶然從孔雀口中入腹,

예를 들면 석가모니가 우연히 공작새의 입속을 따라 뱃속에 들어갔다가

 

須臾向孔雀尻門復出也.

잠시 후에 공작새의 똥꼬로 다시 나왔다고 해보세.

 

吾未知釋迦牟尼釋迦牟尼?

나는 알지 못하겠네. 이 사람은 석가모니의 석가모니인가?

 

是孔雀之釋迦牟尼耶?

공작새의 석가모니인가?

 

是故, 作之者, 天地萬物之一象胥也,

이러하기에 작가는 천지만물의 하나의 통역관이고

 

亦天地萬物之一龍眠.

또한 천지만물의 하나의 화가龍眠: 宋 李公麟을 말한다. 그가 그린 山莊圖는 세상의 보물로 일컬어졌으며 특히 인물의 묘사에 뛰어나 顧愷之張僧繇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았다. 宋史 卷444』】라는 것이네.

 

 

 

있는 그대로를 묘사하라

 

今夫譯士之譯人之語也, 納哈出, 則爲北蕃之語;

이제 통역가가 사람의 말을 통역하는데, 나하추를 통역하면 북방의 말이 되고,

 

利瑪竇, 則爲西洋之語.

마테오리치를 통역하면 서양의 말이 된다네.

 

不敢以其聲之不慣, 而有所變改焉.

감히 소리가 익숙하지 않다하여 바꿀 수는 없는 것이지.

 

今夫畵工之畵人像也, 孟嘗君, 則爲眇小之像;

이제 화가가 사람을 그리는데 맹상군을 그리면 땅딸보의 모습이 되고

 

巨無覇, 則爲長狄之像.

거무패를 그리면 꺽다리의 모습이 된다네.

 

不敢以其像之不類, 而有所推移焉,

감히 모습이 보통 사람과 비슷하지 않다 하여 고칠 수는 없지.

 

何以異於是?

어찌하여 이와 다르겠는가?

 

 

 

조선 사람으로 조선시를 짓는 건 당연하다

 

蓋嘗論之, 萬物者, 萬物也, 固不可以一之.

구체적으로 논의해보자면 만물은 온갖 사물들로 굳이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이네.

 

而一天之天, 亦無一日相同之天焉;

하나의 하늘이라지만 또한 하루도 서로 똑같은 하늘은 없었고,

 

一地之地, 亦無一處相似之地焉.

하나의 땅이라지만 또한 한 곳도 서로 같은 땅은 없었지.

 

如千萬人, 各自有千萬件姓名;

마치 여러 사람이 각각 스스로 여러 이름이 있고

 

三百日, 另自有三百條事爲,

300일에 따로 스스로 300가지의 일을 하는 것과 같으니,

 

惟其如是也.

오직 이와 같은 것이라네.

 

故歷代而夏殷周也漢也晉也宋齊梁陳隋也唐也宋也元也,

그러므로 역대의 하은주와 한나라ㆍ진나라ㆍ송나라ㆍ제나라ㆍ양나라ㆍ진나라ㆍ수나라ㆍ당나라ㆍ원나라는

 

一代不如一代, 各自有一代之詩焉;

한 세대가 이전의 세대와 같지 않았고 각각 한 세대의 시가 있었던 것이라네.

 

列國而周召也邶鄘衛鄭也齊也魏也唐也秦也陳也,

열국으로 주소와

 

一國不如一國, 另自有一國之詩焉.

한 나라가 그 전 나라와 같지 않았고 각각 스스로 한 나라의 시가 있었다네.

 

三十年而世變矣, 百里而風不同矣.

30년이면 세대가 변하고 백리나 떨어져 있으면 풍속이 같질 않지.

 

奈之何生於大淸乾隆之年, 居於朝鮮漢陽之城,

그런데도 어째서 대청 건륭의 해에 태어나 조선 한양의 성에 살면서

 

而乃敢伸長短頸, 瞋大細目,

곧 감히 짧은 목을 길게 빼고 작은 눈을 크게 부릅뜨고서

 

妄欲談國風樂府詞曲之作者乎?

망령되이 국풍ㆍ악부ㆍ사곡 짓는 것을 말하려 하는가?

 

吾旣目見, 而其如是, 如是也, 則吾固不可以有所作矣.

내가 이미 눈으로 본 것이 이와 같으니 이와 같다면, 내가 진실로 짓는 것이 있을 수 없는 것이네.

 

猶彼長壽之天地萬物者, 不以乾隆年間, 而或一日不存焉;

저 장구(長久)한 천지만물이란 것은 건륭 연간에 혹 하루라도 있지 않은 적이 없었고,

 

惟彼多情之天地萬物者, 不以漢陽城下而或一處不隨焉;

오직 저 정 많은 천지만물은 한양성 아래에 혹 한 곳도 따르지 않은 적이 없었다네.

 

 

 

시대에 맞는 작품을 쓰다

 

亦吾之耳之目之口之手也, 不以吾之庸湔,

또한 나의 귀와 눈과 입과 손은 모자라고 더럽다 해도

 

而或一物不備於古人焉, 則幸哉幸哉!

한 부분도 옛사람에 비하면 갖춰지지 않은 게 없으니, 다행스럽고 다행스럽구려.

 

此吾之亦不可以不有所作者也.

이것이 내가 또한 짓지 않을 수 없게 한다네.

 

亦吾之所以只作俚諺,

이것이 또한 내가 다만 이언을 짓고

 

而不敢作桃夭葛覃,

감히 도요(桃夭)갈담(葛覃)의 국풍시를 짓지 못하고,

 

不敢作朱鷺思悲翁,

감히 주로(朱鷺)사비옹(思悲翁)과 같은 악부시를 짓지 못하며,

 

幷與燭影搖紅蝶戀花, 而亦不敢作者也.

아울러 촉영요홍(燭影搖紅)접연화(蝶戀花)와 같은 사곡을 또한 감히 짓지 못한 까닭이라네.

 

是豈我也哉? 是豈我也哉?

이것이 어찌 내가 한 것이겠는가? 내가 한 것이겠는가?

 

所可慙者, 天地萬物之所於我乎徘徊者,

부끄러운 것은 천지만물이 나에게 배회함으로 짓게 한 것이

 

大不及古人之所以徘徊天地萬物者, 則此則我之罪也.

크게 옛 사람이 천지만물을 배회함으로 지은 것에 미치질 못하니, 이것은 나의 죄로구나.

 

而亦俚諺諸調之所以不敢曰: ‘國風: ‘樂府: ‘詞曲,’

또한 이언의 여러 곡조가 감히 국풍ㆍ악부ㆍ사곡으로 불리지 못하고

 

而旣曰: ‘’, 又曰: ‘’, 以謝乎天地萬物者也.

이윽고 으로 불리게 되었으니, 천지만물에 사죄할 뿐이라네.

 

蝴蝶飛而過乎鶴翎, 見其寒且瘦, 問之曰:

나비가 날아 학을 지나치다가 차갑고 마른 모습을 보고 말했네.

 

子何不爲梅花之白牧丹之紅桃李之半紅半白,

자네는 어찌하여 매화의 흰색, 목란의 붉은색, 복숭아의 반은 붉고 반은 흰색이 되지 않고

 

而必爲是黃歟?’

구태여 노란색이 되었는가?’

 

鶴翎曰: ‘是豈我也?

학령이 말했네. ‘이것이 어찌 내가 한 것이겠는가.

 

時則然矣, 於時何哉?’

시기가 그러한 것이네. 시기에 대해 어떻게 하겠는가?’

 

子亦豈我之蝴蝶也哉?”

이 말처럼 자네는 또한 어째서 나에게 있어 나비가 되려고 하는가?”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허공 속으로 난 길

10126

俚諺引: 一難 / 二難 / 三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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