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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시네필 다이어리, 쇼생크 탈출과 프리드리히 니체[지상에서 영원으로, 초인의 오디세이] - 15.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 본문

책/철학(哲學)

시네필 다이어리, 쇼생크 탈출과 프리드리히 니체[지상에서 영원으로, 초인의 오디세이] - 15.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

건방진방랑자 2021. 7. 2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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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

 

 

앤디는 비로소 자신이 감옥에 갇힌 이유를 깨닫고 노튼 소장의 마지막 양심에 호소한다. 토미의 증언이 있으면 자신이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다고. 이미 앤디를 자신의 충직한 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믿었던 노튼 소장은 앤디의 석방이 곧 자신의 종말이라고 생각한다. “그 살인자는 지금 어디 있다고 하던가? 그자가 무릎을 꿇으며 잘못했으니 벌을 대신 받겠다고 할 줄 아나?” 그는 앤디를 설득하려 하지만 앤디는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토미의 증언이면 다시 재판 받을 수 있어요.” 노튼 역시 필사적이다. 앤디가 쇼생크를 떠나는 순간 자신의 호시절이 끝날 것이라는 예감에 몸을 떤다. 19년 무고한 감옥 생활 동안 한 번도 분노하지 않았던 앤디는 드디어 폭발한다. “제 인생이 달렸다고요. 정말 모르겠어요?” 감옥 밖으로 나가도 돈세탁에 관련된 일은 발설하지 않겠다는 앤디의 말에 노튼은 결정타를 맞는다. 앤디를 노예처럼 부려먹었던 노튼은 자기 인생을 정작 좌지우지하는 것은 앤디였음을 깨달은 것이다. 앤디가 없다면 그의 모든 부귀영화는 물거품이 될 것 같은 두려움. 앤디는 한 달간 독방 감금이라는 쇼생크 감옥 역사상 최고의 형벌을 받고, 앤디가 그토록 아꼈던 토미는 앤디를 석방하지 않으려는 노튼의 흉계로 목숨을 잃고 만다. 토미가 드디어 고등학교 졸업시험에 합격했다는 통지서를, 생애 최고의 감격스러운 순간을 만끽한 직후였다.

 

 

 

 

앤디는 1달 동안의 독방 생활 동안, 그의 마음속에 마지막으로 남아있었던 망상들을 죽인다. 노튼 소장은 자신의 은혜를 입었으므로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는 환상, 법의 힘이 자신을 구원해 주리라는 환상, 타인의 도움으로 자신을 구원할 수 있으리라는 환상을 죽인다. 그리하여 그는 새로 태어난다. 그에게 토미의 등장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같았지만, 그 동아줄은 향기로운 만큼 더없이 위험한 미끼였다. 토미가 등장하기 전까지 그는 얼음으로 둘러싸인 고산에서도 혼자 살아갈 수 있음을 스스로의 삶으로 증명했다. 누군가 자신을 구원해주리라는 실낱같은 환상을 일깨운 토미는 그에게 아름다운 유혹이었던 셈이다. 그는 토미의 죽음을 통해 자신 안에 있었던 마지막 망상을 죽인다. 토미의 죽음은 더 없는 슬픔이었지만, 앤디 안의 또 다른 앤디의 죽음은 기쁜 죽음이었다. 쇼생크의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한 한 인간의 반란이 비로소 탄생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가 싸운 그 모든 적들보다도 가장 무서운 적, 자기 자신과 싸워 이기는 순간, 초인의 새벽은 밝아온다. 니체의 말처럼,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므로.

 

 

 

 

모두에게 그렇듯 니체에게도 죽음이라는 단어는 씁쓸하고 허무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그는 삶의 모든 거친 질료들을 씹어서 자기 신체의 구성 요소가 될 때까지 향유할 줄 아는 건강한 사유자였다. 그는 죽음에서 슬픔이 아닌 기쁨의 요소를 발견한다. (……) 그는 죽음에서 소멸이나 슬픔과는 거리가 먼 신비를 발견한다. 기쁘고 명랑한 죽음이 있으며, 이 죽음을 다른 말로는 생성이라고 부른다. 후일 그는 이런 생성의 기쁨을 찾아가는 사유를 능동적 니힐리즘이라고 표현했다.

-진은영,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그린비, 200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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