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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시네필 다이어리, 쇼생크 탈출과 프리드리히 니체[지상에서 영원으로, 초인의 오디세이] - 14. 억울한 누명의 진실이 밝혀지다 본문

책/철학(哲學)

시네필 다이어리, 쇼생크 탈출과 프리드리히 니체[지상에서 영원으로, 초인의 오디세이] - 14. 억울한 누명의 진실이 밝혀지다

건방진방랑자 2021. 7. 2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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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억울한 누명의 진실이 밝혀지다

 

 

예언자적 인간이 고뇌에 가득 찬 인간이라는 것을 그대들은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저 그들에게 훌륭한 재능이 주어졌으며, 그대들도 이 재능을 가졌으면 하고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비유를 통해 내 생각을 표현하고자 한다. 동물들이 대기와 구름의 전기로 인해 얼마나 고통을 받겠는가! 동물 중의 몇몇 종들은 날씨를 예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일례로 원숭이가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다. (……)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겪는 고통이 그들을 예언자로 만든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강력한 양전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구름의 영향으로 인해 음전기로 변하여 날씨의 변화를 일으키려 할 때, 이 동물은 마치 적이 다가오고 있기나 한 것처럼, 방어 자세나 도주 자세를 취한다. 대부분은 어딘가로 숨어든다. 그들은 악천후를 날씨가 아니라 적의 손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니체, 안성찬 · 홍사현 역, 즐거운 학문, 책세상, 2005, 289.

 

 

레드가 쇼생크의 최고참이 되고 앤디가 쇼생크의 중견이 되는 동안, 쇼생크에는 끊임없이 신참 죄수들이 입성한다. 토미는 바로 그 신참 죄수 중 하나였다. 토미는 텔레비전을 훔치다가 들켜 무단침입죄로 2년 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들어온다. 타고난 친화력과 유머감각으로 토미는 순식간에 쇼생크의 마스코트가 된다. 도둑질조차 서툴렀던 토미는 좀도둑질을 하다 매번 붙잡혀 어린 시절부터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듯 했다. 토미의 넉살 좋은 수다를 듣고 있던 앤디는 불쑥 충고를 한다. “새로운 직업을 가져보는 게 어때? 자네는 도둑질도 잘 못하니 다른 걸 해보라는 거야.”

 

 

 

 

토미는 아내와 갓 태어난 딸을 생각하며 앤디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고등학교 졸업 시험을 치르고 싶어요.” 죄수들의 학업을 도와주며 쇼생크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던 앤디는 토미의 개인교습도 도맡기로 한다. 문맹이었던 토미를 위해 알파벳부터 차근차근 가르치는 앤디. 토미는 빠른 속도로 고교 과정을 습득하며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나간다. 자신에게 그런 재능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토미였기에 배움은 더욱 짜릿한 희열을 안겨준다.

 

 

 

 

타인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던 앤디는, 자신으로 인해 매일매일 변해가는 토미를 자식처럼 아낀다. 토미를 가르치는 것은 앤디가 기획하고 있었던 어떤 문화 사업 프로젝트보다도 보람 있는 일이었다. 배움에 대한 아무런 열망도 필요도 느끼지 못했던 토미가 공부에 재미를 붙인다는 것, 아무런 희망도 없어 보였던 인간이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는 것, 누군가가 나 때문에 삶의 노선 전체를 바꾼다는 것. 그 모두가 앤디에게는 또 하나의 감미로운 모차르트였고, 또 다른 희망의 뮤즈였다. 레드는 토미를 향한 앤디의 열정을 이렇게 해석한다. “감옥의 하루는 매우 길죠. 그래서 집중할만한 게 있어야 합니다. 어떤 죄수들은 성냥 쌓기도 하죠. 듀프레인은 쇼생크 도서관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목표가 필요했죠. 바로 토미였습니다. 수년간 갖가지 돌을 깎고 다듬은 이유도 같은 목적이었습니다. 같은 이유로 앤디는 여배우 사진을 모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앤디가 토미를 자식처럼 가르치고, 조각가 못지않게 돌을 연마하고, 여배우 포스터를 수집한 것은 단지 감옥의 권태를 견디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1년 후 토미는 고등학교 졸업 시험을 보고 나서 스스로 시험을 망쳤다고 판단하며 절망한다. 그런 토미를 위로해주는 레드. 토미는 시험을 망친 것보다 앤디 실망시켰을까 봐, 그것이 더욱 걱정스럽다. “앤디가 실망했겠죠?” “그렇지 않아. 앤디는 자네를 늘 대견하게 생각한다네. 우린 오랜 친구라서 내가 잘 알지.” 앤디가 사회에 있을 때는 최고의 은행가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레드. 토미는 앤디가 아내를 살인한 죄로 감옥에 들어왔다는 것을 믿지 못한다. “그래, 앤디는 살인을 할 사람은 아니지. 침상에 있던 아내와 정부를 총으로 쐈다고 하더군.” 토미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전기에 감전된 듯한 충격을 받는다. 앤디를 불러 자신이 아는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하는 토미.

 

 

 

 

“4년 전 토마스톤 감옥에 있을 때였어요. 전 자동차를 훔쳤어요. 바보 같은 짓이었죠.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새 식구가 들어왔어요. 엘모 블래치였죠. 미치광이 같았어요. 아무도 그런 작자랑 방을 같이 쓰고 싶지 않아 했어요. 그는 6년 형을 선고받았죠. 도둑질만 수백 번도 넘게 했다고 자랑을 하더군요. (……) 어느 날 밤에 제가 그에게 물었죠. 살인을 해본 적이 있느냐고.” 토미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된, 살인자 엘모 블래치의 끔찍한 고백이 시작된다. “딱 한 번 저질렀지. 컨추리 클럽에서 돈 많아 보이는 대상을 물색했어. 한 남자를 골랐지. 밤에 몰래 그 집에 들어가서는 한탕 했다고. 그놈은 잠이 깼는지 나한테 대들더라고. 그래서 그냥 죽여 버렸지. 옆에 있던 여자도 같이 말이야. 이 대목이 중요해. 그 여자는 골프선수와 자고 있었어, 결혼한 여자였는데 말이야. 그 여자의 남편은 성공한 은행가였지. 남편이 내 대신 죄를 뒤집어썼어.”

 

엘모 블래치의 잔인한 미소와 앤디의 당혹스런 표정이 오버랩된다. 앤디의 지난 19년 감옥생활, 그 모든 것이 끔찍한 누명 때문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19. 갓난아기가 태어나 어엿한 성년으로 자랄 만한 시간, 감옥에 갇힌 한 인간의 존엄이 완전히 망가지기에 충분한 시간, 그리고 앤디에게는 리타 헤이워드포스터가 마릴린 먼로를 비롯한 수많은 여인을 거쳐 라켈 웰치로 바뀌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리타 헤이워드는 반란의 시작을, ‘라켈 웰치는 반란의 끝을 장식하는 앤디만의 암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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