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장 2. 직립과 육식, 그리고 문명
귀와 콧구멍이 두 개인 이유
말이 나온 김에 인체의 신비에 대한 이야기를 몇 마디 더 하겠습니다. 귀가 왜 두 개인지 아십니까? 하나만 있어도 상관이 없는 건 아닐까요? 귀는 아무 이유도 없이 두 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음은 반드시 진원이 있습니다. 음파는 윗 사진과 같이 전파되는데, 그러므로 양쪽 귀의 고막에 음파가 닫는 시간이 서로 조금씩 다릅니다. 이 시간의 차이(difference)가 바로 소리의 진원을 알게 하는 거예요. 음파가 양쪽 고막에 닫는 작은 시간차를 이용해 뇌가 그 방향을 계산하는 것이죠. 인체는 정말 들여다보면 볼수록 신기한 것 같습니다.
콧구멍은 왜 두 개이겠습니까? 안쪽으로 들어가면 결국 하나로 되는데, 왜 밖에는 두 개로 뚫려 있을까요? 하나로 그냥 뻥 뚫려 있지 왜 두 개로 돼 있어 가지고 축농증도 생기고 고생을 해야 하냐는 말입니다.
이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 살아갈 때 외계의 온도(temperature)와 습도(moist)는 체내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그런데 공기가 일상적으로 가장 빠르고 많이 통과하는 통로가 바로 이 콧구멍입니다. 이렇게 공기가 왔다 갔다 할 때, 들어오는 공기를 체내의 온도와 습도로 맞춰야 합니다. 즉 체온에 비해서 뜨거운 공기는 식혀 넣고, 차가운 공기는 덥혀서 넣고, 건조한 공기는 습하게 하고, 습한 공기는 건조하게 해서 체내로 집어넣어야 하는데, 이 짧은 콧구멍이 바로 이러한 라지에이터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매우 짧은 시간, 짧은 거리에 모든 외계의 공기의 상태를 36도로 조절하고 습도를 체내와 맞추는 엄청난 장치가 바로 이 콧구멍인 거예요. 그래서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을 최대화해야 하기 때문에 콧구멍이 두 개가 된 것이고, 엄청난 모세 혈관이 여기에 모여서 점액을 분비합니다. 왜 코피가 잘 터지냐 하면 엄청난 라지에이터 역할을 하기 위해 모세 혈관이 최대한 조밀하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코 하나만 해도 정말 신비로운 것이 한이 없습니다. 냄새를 맡을 때 후각 신경은 어디에 있습니까? 이것은 전부 위쪽에 분포합니다. 우리가 냄새 맡을 때는 공기를 위로 보내고 내 쉴 땐 아래쪽으로 보냅니다. 이것이 전부 정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것은 여러분이 한번 자세히 알아보세요. 해부학을 공부하면 인체의 이 기막히게 정교한 디자인과 진화에 경탄을 하면서 그 재미에 시간 가는 줄을 모릅니다.
직립과 함께 육식생활로 바뀌다
그런데 눈 사이의 거리뿐만 아니라 두개골에서 관찰하는 중요한 포인트 중의 하나가 바로 이빨입니다. 해골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이 또 이빨인데, 그 이빨의 상태가 진화의 상태를 알 수 있게 하거든요. 송곳니나 어금니의 위치를 보면 육식이냐 초식이냐 하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두개골의 이빨을 관찰해보면 초식이던 인간이 어느 시점부터 육식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직립과 더불어서 인간에게 나타난 중요한 변화는 식생활의 변화인데, 이 식생활의 최대 변화가 바로 육식을 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원숭이는 잡식성이지만 본래 초식(herbivore)이었습니다. 그 사나워 보이는 고릴라도 완전히 초식입니다. 그런데 원숭이에서 진화한 인간은 직립을 하게 되고 손이 땅으로부터 해방되어 도구를 쓰게 되면서, 불을 발견하게 되고 육식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육식을 할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수주대토(守株待兎)’에 나오는 토끼새끼같이 동물들이 나 잡수슈하고 자발적으로 머리 쳐 박고 죽어 주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먹어야 할 놈을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헌팅, 즉 사냥이요 앞에서 설명한 바 있는 수렵문화의 출발점이었던 것입니다.
육식과 인간의 문명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사실입니다. 왜 헌팅이 중요하냐 하면 육식을 하게 되면 단백질(protein)을 섭취하게 되고 그것은 열량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자주 먹지 않아도 되고 따라서 먹는 데 소비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바로 여기서 문명을 건설하는 데에 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되는 것입니다. 초식 동물들을 보세요, 이놈들은 하루 종일 쳐먹습니다. 예를 들어 소를 보면, 이놈은 먹었다가 다시 되새기고 하면서 하루 종일 쳐먹잖아요. 다시 말해서 고기의 농축된 고단백질(condensed high protein) 때문에 인간의 문명이 가능케 됐다는 것입니다.
인간만이 문명을 창조한 이유
그러면 이런 질문을 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 그렇다면 좀 이상합니다. 호랑이나 사자같은 놈도 육식인데 그놈들은 왜 문명을 창조하지 못했습니까? 설명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고 말입니다. 매우 유치한 질문인 듯하지만 바로 이 질문에 답하면서 ‘왜 인간만이 문명을 창조하게 되었는가?’라는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도록 합시다.
호랑이나 사자 같은 고양이과(cat) 동물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헌팅에 적합합니다. 물론 전에도 말했듯이 동물의 왕국 같은 것을 보면, 그들도 얼렁뚱땅 사냥을 하는 것은 아니고 엄청난 계략이 필요하고 또 어려움을 겪지만, 그래도 그들은 매우 강합니다.
그러나 원래 초식 동물이었던 원숭이에서 진화한 인간은 매우 약해요. 인간은 신체구조상 본래 사냥에 적합한 동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보다 강한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생각! 이 생각이라는 것이 인간에게는 매우 필요했던 겁니다. 그리고 혼자만으론 너무 약하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그루핑(Grouping)이 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육식을 위해서는 헌팅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 허약한 인간이 헌팅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작전이 필요했고, 바로 이 헌팅을 위한 ‘작전’에서 인류의 사고(思考)라는 것이 최초로 싹트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이 헌팅에서 인간의 사회가 출발했으며 여기서 인류 최초의 문화 형태인 수렵문화가 성립하고 발달했다는 말입니다. 지난번에, 김금화의 굿을 예로 들면서, 굿을 할 때 제사상에 늘 오르는 돼지머리가 바로 돼지 잡는 수렵문화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이미 설명했죠?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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