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장 3. 도덕주의화 되기 전의 성(聖)
현재의 교육 목표, 시민 양성
자, 그렇다면 오늘날 인류문명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모습이 과연 뭐냐? 현대 문명이 지향하는 모습에 걸맞는 인간상이란 도대체가 뭡니까? 선빈가요? 한마디로 말하면, ‘시민(citizen)’입니다. 현대사회, 근세국가에서는 시민이라는 이 시티즌을 기르자는 것이 교육의 목표예요. 때문에 교육의 목적이라든가 방법은 시티즌이 어떠한 덕성을 함유하는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에 따라서 결정되어야 하겠죠. 그러나 다시 강의 내용으로 돌아가자면, 여기서 말한 바대로 효, 이 효라는 개념은 과거에 조선조가 기르려고 했던 인간의 모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성이었습니다.
“순 기대효야여 덕위성인 존위천자(舜 其大孝也與 德爲聖人 尊爲天子)”
야(也)는 아시겠죠? 야(也)는 일단 단정하듯 말해놓은 것이고 여(與)는 약간 감탄적으로 이 말의 의미를 강화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그 다음, ‘존위천자(尊爲天子) 하시고’에서 존위(尊爲)를 보면 높을 존(尊)자니깐 그 사람의 지위를 말하는 거예요. 그러니깐 순이 천자의 지위에 올랐다는 말이 되겠죠. 근데 ‘존위천자(尊爲天子)’ 앞의 ‘덕위성인(德爲聖人)’에서 내가 중요한 얘기를 하나 해야 겠습니다. ‘덕위성인’에서 성인(聖人)이라는 말이 중요하거든요.
사마천의 『사기(史記)』 「공자세가(孔子世家)」에 보면 사마천이 공자의 집안 내력을 읊는데 “공자라는 사람은 들판에서 아버지 숙량흘이랑 안씨녀하고 야합해가지고 낳은 사생아같은 놈이다[紇與顔氏女野合 而生孔子]”라고 돼있어요. 그러니깐 이 공자라는 사람은 ‘형편없는 집안의 볼품없는 놈’이라고 사마천은 있는 그대로 리얼하게 씁니다. 또, 사마천은 「공자세가(孔子世家)」에서 뭐라고 하냐면 “공자의 조부(祖父)가 성인(聖人)이었다[孔丘, 聖人之後]”는 말을 합니다. 공자의 조부(祖父)가 성인(聖人)이었다.
여러분 좀 이상하지 않아요? 공자의 조부가 성인이었다는 말이 이상하지 않냐고? 내가 2림때 강의를 했었던 것 같은데, 암튼 사마천의 「공자세가(孔子世家)」에 나오는 “조부가 성인이었다”는 말에서 성인(聖人)이라는 단어의 용법을 여러분은 잘 유념해둬야 합니다. 왜냐하면 요즘 우리가 생각하는 성인이라는 개념과 「공자세가(孔子世家)」에 나오는 성인이라는 개념은 다르기 때문이예요. 현대 우리가 생각하는 성인의 개념은 ‘도덕적으로 완성된 사람(man of moral perfection)’이라는 말이잖아요? 그런 모랄 퍼펙션((moral perfection)으로서의 성인은 후대에 와서는 보통 공자로 생각한단 말예요. 그렇다고 해서 「공자세가(孔子世家)」 전대(前代) 작품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요. 엄연한 공자 후대(後代) 작품인데, 그 책에서 공자의 조부가 성인이었다는 말이 도대체가 이상하다고.
공자는 무당집안에서 태어났다
좀 우습기도 한데, 그때 성인이라는 말은 직업이예요, 직업! ‘공자의 조부가 성인이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는 이런 얘기예요. 그러면 도대체 성인이라는 직업이 뭐냐? 우선 ‘성(聖)‘이라는 글자를 보면 이(耳)가 있잖아요. 갑골문에서도 나오지만 성인의 ‘성(聖)’에서 이(耳)를 보면 성인은 귀가 밝은 사람, 귀로 뭐를 듣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임을 알 수 있어요. 즉, 무슨 말이냐 하면 성인은 시탁(神託)을 듣는 사람, 무당이다 이 말이예요. 한마디로 말해 공자 집안사람들은 그 조부로부터, 무당 집안에서 나온 자손이라는 말입니다. 이렇게 공자의 집안이 무당 집안이었기 때문에 “공자라는 아이는 들판에서 무당끼리 야합해서 낳은 애다”라고 사마천은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깐 ‘공자’의 이름이 짱구가 된 것도 뭐겠어요? 무당들의 자손들은 대개 어려서 머리 위를 깎는 데 그렇지 않아도 머리 위가 편편하게 생긴 공자는 머리카락까지 깎았으니 더 편편하게 생긴 짱구처럼 보였겠지요. 사실 공자가 짱구니 뭐니 하는 것도 다 무당집안과 관계가 있는 겁니다.
자, 이렇게 공자의 집안을 고려해 보면, 공자가 예(禮)에 관심을 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김금화씨라든가 하는 사람들을 보면 상례(喪禮)와 같은 상당히 복잡한 예(禮)를 많이 알고 있잖아요. 이와 마찬가지로 무당집 자손이었던 공자는 집안의 영향을 받아 자꾸만 예(禮)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던 겁니다. 요새 유가(儒家) 형성과정에 대한 상당히 정확한 아규먼트(Argument, 논쟁)로서 “공자가 예(禮)에 관심을 보인 기록들이 훗날 유가(儒家)가 형성이 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있어요.
어찌되었든 간에 과거 문헌에서 나오는 이 성인이라는 말은 유교가 후대에 도덕주의화하기 전의 무당이라는 의미임을 머리 속에 집어넣으세요. 그럼 후대로 내려오면서 성인의 뜻이 무당이라는 의미에서부터 점점 변화되는데, 후대에 와서 성인이라는 의미는 단순히 무당이라는 것뿐만이 아니라 어떤 문명의 최초 질서를 만든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사실, 제정일치 시대의 무당이라는 것은 요새 생각하는 무당이 아니라, 그 시대 ‘문명의 질서를 만든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여기 ‘덕위성인(德爲聖人)하시고’에서 나오는 성인이라는 것은 문장의 톤(Tone)으로 볼 적에 무당으로 보기는 어렵단 말이지요. 그러니깐 이 문장 자체로 봐서는 어떻다는 말이 되겠어요? 중용(中庸)의 문체가 후대에 유가(儒家)가 덕치주의화된, 그러니까 유가(儒家)가 모랄라이즈(Moralized)된 후의 문체니깐, 중용(中庸)이라는 책은 공자 시대보다 상당히 역사적으로 시간이 흐른 후대에 완성되었다고 봐야겠죠.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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