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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공자 - 예(禮)와 인(仁)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공자 - 예(禮)와 인(仁)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건방진방랑자 2022. 3. 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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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인()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공자2500여 년을 지나 지금까지 흐르고 있는 유학 사상이라는 도도한 물줄기를 만든 장본인입니다. 이 점에서 그는 최초의 진정한 유학자였고, 그 뒤로 등장할 모든 유학자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했습니다. 공자의 유학 사상을 상징하는 핵심은 예와 인의 두 가지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중 예라는 개념은 그가 중시했던 주나라의 통치 질서, 즉 주례에서부터 기원했습니다. 공자는 주례의 보편성을 단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이 점에서 보면, 꿈속에서 주례를 완성했다고 전해지는 주공(周公)을 못 보았다고 공자가 한탄했던 것도 우연은 아니겠지요. 그만큼 그는 주례의 가치를 매우 신뢰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에 머물렀다면 단순한 복고주의자에 그쳤을 것입니다. 공자는 주례의 정신에서 예가 지닌 사회적 효과, 즉 전체 사회를 조화롭게 하는 기적과 같은 효과를 발견해냅니다.

 

예라는 개념과 함께 공자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핵심은 바로 인이라는 개념입니다. 극기복례(克己復禮)를 실천하면 누구나 인자가 될 수 있다고 공자는 힘주어 이야기합니다. 이 말에 따르면, 예가 가진 놀라운 효과를 몸소 체현한 사람이 바로 인자가 되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간과해서 안 되는 점은, 예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이라는 이념도 어떤 구체적인 의미를 지닐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인이란, 공자의 말대로 예를 우리 마음에 내면화하게 되었을 때 자연히 드러나는 모습과 그 효과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예가 인보다 우위에 있는 개념이라고 정리해도 괜찮을까요? 이렇게 이해하면 공자의 유학 사상이 제대로 해명되었을까요? 그러나 우리의 이런 생각을 논어에서는 거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것은 곧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공자가 말했다.

사람이 인하지 못하면 예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논어』 「팔일

子曰: “人而不仁, 如禮何?”

자왈: “인이불인, 여예하?”

 

 

지금 공자는 사람이 인하지 않으면 외적인 예절은 아무 소용도 없다고 말합니다. 공자의 이 말은 예보다는 이념으로서의 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마치 달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를 따지는 물음처럼, 공자가 말한 예와 인 사이의 관계가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극기복례(克己復禮)하면 인하게 된다고 말했을 때, 분명 인이라는 가치는 예의 실천에 의해서만 규정되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이것은 예가 인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일 뿐만 아니라 중요한 토대임을 인정한 말이 아닐까요? 그러나 공자는 곧바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이 인해야만 결국 예도 의미를 지닌다고 말이지요. 이 말은 인을 통해서만이 예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와 인 가운데 과연 어느 것이 일차적일까요? 이것은 외면적 형식과 내면적 감정 중 어느 것이 우선인가라는 철학적 쟁점과도 관련된 질문입니다. 다음에 살펴볼 맹자순자논어에서 우리에게 던진 딜레마 가운데 어느 한 측면을 선택함으로써 출현하게 된 유학자들입니다. 맹자는 인(), 즉 내면적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심지어 그는 공자가 중시한 예마저도 일종의 내면적 감정의 한 요소라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맹자가 사람이 인해야 결국 예도 의미를 지닌다는 공자의 입장을 따르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반면 순자는 극기복례(克己復禮)하면 인하게 된다는 공자의 이야기를 중시합니다. 당연히 그는 예(), 즉 외면적인 형식이 가진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던 것이지요. 이어지는 글에서는 맹자와 순자의 관점 차이를 통해 공자의 유학 사상이 어떤 물줄기로 갈라지게 되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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